K-푸드 열풍, 인삼이 이어가야 - 옥영석 ㈜농협홍삼 대표이사
2026년 03월 25일(수) 00:20
주식시장이 활황이다. 조선, 방산, 원전 등 주요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늘어나고 정부의 증시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부동산자금이 증권시장으로 이전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반도체 기업의 호황에 힘입은 바 크다.
반도체가 오늘날 우리 기업의 대표 상품이듯 물산이 풍부하지 않았던 조선시대 대외 교역에서도 대표 상품이 있었다.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반도체처럼 가격이 비싸고 부가가치가 높아 나라살림에 기여했던 상품은 바로 인삼이었다.
조선시대 인삼 시세는 시기에 따라 큰 폭으로 변동이 심했다. 당시에는 재배삼이 일반화되지 않아 거의 야생삼이었기 때문에 산출량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했지만 부피가 적어 교역하기 안성맞춤인 상품이었다. 인삼교역은 중국으로 가는 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역관 1인당 80근의 휴대를 허락했고 1797년부터는 1인당 포삼(包蔘: 포장한 홍삼) 120근으로 허용량을 늘렸다. 이후 1851년에는 4만근까지 수출되었으니 그 교역 규모가 국가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한 것이었다.
일본으로의 수출도 활발했다. 1609년 일본과의 국교가 정상화된 후 매년 40여척의 무역선이 동래왜관에 들어왔는데 주 수출품은 인삼과 말린 해삼, 중국산 명주실과 비단이었고 수입품은 은, 동, 유황 등이었다. 17세기 중엽에는 일본사람들의 인삼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출이 급증했고 산삼이 귀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해 대량의 은이 유출되어 재정 압박이 심해질 정도였다.
근세에 들어서도 인삼은 국가의 재정 수입에 중대한 품목이었다. 1899년 대한제국에서 홍삼 전매를 시작하여 정부가 정한 기관이외에는 제조와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였다가 지금부터 30년 전인 1996년에서야 폐지하기에 이른다.
지난주 한국거래소 기준 금 한 돈(3.75g) 구매 가격은 84만8775원, 은 한 돈은 1만4164원이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인삼 중 최상품인 홍삼 ‘천삼 10지 600g’의 가격은 820만원으로 이를 금 거래 단위인 돈으로 환산해보면 인삼 한 돈의 가격은 5만1250원이니, 가장 좋은 인삼의 가치는 금의 15분의 1배, 은의 3.6배인 셈이다. 최근 십여년동안 금값은 3배 이상으로 올랐고 인삼가격 변동은 크지 않았으니 일이십년 전으로 치면 인삼의 가치는 훨씬 더 높았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대표적 건강식품이었던 홍삼은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5년 전만해도 1조5000억원을 상회하던 홍삼시장이 지난해에는 비타민과 유산균류 등에 밀려 1조원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건강기능식품이 갈수록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던 홍삼보다 소비자 개개인의 선호도와 증상에 맞는 상품을 찾기 때문이다.
홍삼업계에서는 포장과 음용법을 바꿔 마시기 편리하게 만들고 비타민이나 오메가3, 유산균 등과 합쳐진 복합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면세점이나 백화점, 대형마트나 가맹점 이외에도 온라인몰이나 편의점 등 주거지 인근 상권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위주의 수출에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수출국을 다변화하기 위해 할랄인증과 현지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신규시장 개척에도 애쓰고 있지만 개별기업들의 힘만으로는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토요일엔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기 위해 수 만명의 외국인들이 내한했고 190여개 국가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고 한다. K-컬처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수백년동안 우리나라 건강식품을 대표해온 인삼이 K-푸드의 열풍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업과 소비자, 관계당국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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