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연구동. 사진=LG에너지솔루션
[THE Biz(더비즈)=정대환 기자] 국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출이 지난달 반등하며 업황 바닥 통과 기대감을 키운다. 원소재 가격 상승분이 제품 단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데다, 글로벌 배터리 공장의 재가동 준비와 전방 수요 회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리튬 가격 전가 본격화
20일 한국무역협회(KITA)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양극재 수출액은 5억달러로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량 역시 2만t을 기록하며 전월보다 6% 늘었다. 그동안 업계 수익성을 짓눌렀던 수출 단가 하락세도 멈췄다. 양극재 수출 단가는 ㎏당 25달러로 전월보다 4% 상승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리튬 가격 상승분이 양극재 단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중국 탄산리튬 가격이 지난달 평균 ㎏당 22달러에서 이달 26달러까지 오르며 강세를 이어가 추가 단가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분석했다.
국내 생산기지별로 보면 포항의 출하 증가가 두드러졌다. KITA 통계 기준 지난달 포항 양극재 수출량은 6893t으로 전월 5380t 대비 약 28% 늘었다. 대구 역시 6930t으로 1분기의 견조한 출하 흐름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극재 및 주요 원소재 가격 추이. 자료=Kita, LIME,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ESS·중저가 배터리가 실적 견인
지역별로는 삼원계(NCM) 양극재 수출이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고르게 증가하며 전체 반등을 이끌었다. 중국에서는 정보기술(IT) 기기 및 전동공구용 셀 수요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에 따르면 1분기 중국 내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27% 감소한 가운데 한국발 대중국 양극재 수출이 증가하며 출하 증가를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재가동 준비가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테네시주 스프링힐 2공장에 약 7000만달러를 투자해 기존 전기차 배터리 라인 일부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2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유럽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드니켈 배터리 출하 확대가 양극재 수요 증가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럽향 미드니켈과 LFP 등 중저가 제품 공급이 늘고 있고, 원통형 전략 고객사 매출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2분기 전사 매출이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 수출량은 지난달 5422t으로 전월 5892t 대비 8% 감소했다. 다만 1분기 누계로는 1만6888t으로 직전 분기 1만4279t 대비 18% 늘어 분기 단위로는 견조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NCA 수출 단가는 kg당 25.8달러로 전월보다 4% 올랐다.
포항 영일만 4산단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포항 양극재 공장 전경. 사진=포스코퓨처엠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대
업계의 2분기 가이던스 상회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 주요 양극재업체는 2분기 출하량 가이던스로 전 분기 대비 0~7% 성장을 제시했으나, 한화투자증권은 "4월 수출 추세가 지속된다면 2분기 평균 출하량은 직전 분기 대비 20% 수준에 달해 가이던스를 크게 상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양극재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은 회복세를 뒷받침한다. 포스코퓨처엠은 1분기 영업이익이 177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에코프로는 1분기 연결 매출액이 822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5% 증가했고, 2분기 헝가리 양극재 공장 양산도 예정돼 있다.
대외 정책 환경도 국내 배터리업계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별다른 합의 없이 종료됐다. 회담 직후 공동 발표문이나 공동 기자회견은 없었고, 반도체 수출 통제와 관세 인하 등 핵심 의제에서 실질적 합의도 도출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의 대중 제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에코프로 본사 전경. 사진=에코프로 제공
◆한국판 IRA 기대감 속 유럽 IAA 변수
국내에서는 오는 7월 발표될 세제개편안에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여부가 담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분에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와 유사한 구조로 거론된다.
다만 유럽발 변수는 남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산업가속화법(IAA) 초안을 두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7일 "EU의 IAA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차별을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의 제안을 무시하고 법을 강행하면 부득이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AA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경우 셀, 양극재,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핵심 부품의 EU 원산지 요건을 부과하는 방안을 담아 중국의 반발 강도와 EU의 후속 대응에 따라 한국 배터리업계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시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전기차(EV) 부문의 회복세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도 "2차전지 업황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점은 자명하며, 앞으로는 회복의 속도와 강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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