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브레인, 반찬 리필 서비스 인식 조사
소비자 63% “무료 리필은 우리 밥상 문화”
‘고급반찬만 유료’ 등 일부 방식엔 공감대
전문가 “심리적 저항…당장 현실화 쉽잖아”
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의 식문화이자 인심으로 여겼던 ‘무료 반찬 제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월 24~27일 전국 16~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
외식 문화와 반찬 리필 서비스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그
결과 10명 중 6명(64.8%)이 반찬 리필 유료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찬성(20.7%)과 모름(14.5%)도 아주 적지는 않아, 향후 요식 문화 변화의 여지도 남겼다.
“남는 게 없다” VS “손님 끊길라” 자영업자들의 우려
올해 1월과 2월 소상공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이와 비슷한 설문조사가 있었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가 1월25일 추가 반찬 유료화에 관한 설문을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1300여표 중 약 38%가 유료화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측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음식물 쓰레기 절감, 인건비 등을 이유로 들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국밥 한 그릇 팔아 김치만 여러 번 내주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는 등 불만이 잇따랐다.
다만 현장에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평했다. 전북 전주에서 요식업에 종사하는 A씨는 “(유료화)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섣불리 꺼내기 쉽지 않다”며 “갈수록 외식 비율이 줄어드는데 반찬값까지 받는다면 말 그대로 눈 밖에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값에 반찬값 포함돼 있다” 거부감 앞서는 소비자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소비자는 반찬 유료화에 부정적인 의견이 뚜렷했다. 엠브레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63.9%는 “반찬 리필이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문화의 정체성”이라고 여겼다. 유료화 반대 이유로는 ‘메인 메뉴 가격에 반찬 가격이 포함돼 있다’(55.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외식 비용에 대한 부담이나 ‘야박하다’는 정서적 거부감도 이어졌다. 특히 자주 가던 식당이 추가 반찬 유료화를 시행할 경우 10명 중 4명 이상(42.3%)이 재방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반찬의 영향력은 업종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국밥·칼국수 전문점에서는 김치 맛이 식당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74.9%), ‘고기집에서는 쌈채소 등의 신선도가 식당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69.6%)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주 요리와 어울리지 않는 반찬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44.1%에 달했다.
“더 달라 눈치보여” “비싼 것만 유료로” 리필 문화는 변화중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흥미로운 점은 리필 문화 자체도 변화 중이라는 것이다. ‘리필 요청 시 먹을 만큼만 적당히 요구한다’는 응답이 70.5%, ‘리필 요청 자체가 눈치 보인다’는 응답도 40.5%로 나타났다.
절충안에 대한 수용도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본 반찬은 무료로 유지하되 고급 반찬만 유료로 제공하는 방식(53.3%)과 원하는 반찬을 선택하는 방식(54.3%)에는 긍정적으로 답했다.
일본처럼 유료화? “아직은 심리적 반발심 커”
일본 후쿠오카 한 술집의 메뉴. 빨간색 사각형으로 표시한 절임요리(漬物)에는 한국에선 기본 반찬으로 여기는 락교와 김치가 유료 메뉴로 실려 있다. 사진=이휘빈 기자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반찬 문화는 어떨까. 2월 한국을 찾은 이노우에 쥰(40)씨는 “한국의 식당에 있는 반찬 문화가 매력적”이라며 “만일 유료화된다면 지불하겠지만,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제공된 것 이상을 요구하면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반찬도 마찬가지다. 처음 나온 것으로 식사를 마치는 것이 기본이고, 더 원한다면 그만큼 값을 치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다. 반면 한국 소비자들에게 반찬은 식사의 기본이자 필수로 여겨진다.
문화심리학자인 한민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외래교수는 “일본처럼 반찬을 유료화하는 시도는 손님들의 저항이 매우 클 것”이라며 “논의가 시작된다면 리필 횟수 제한 같은 절충안부터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식사는 문화·정서적인 면이 큰데 반찬 리필에 돈을 받으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쉽다”며 “게장처럼 재료비가 높은 특정 반찬에 추가 비용을 받는 방식은 가능하지만, 김치 같은 일상적인 반찬의 유료화는 반감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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