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한계 극복부터 AI 직결 인터페이스까지… ‘7대 임무’ 중심 국가 프로젝트 가동
美·中 기술 패권 경쟁 격화 속 뇌 산업 주도권 확보가 미래 국가 경쟁력 핵심 부상
[바이오타임즈] 사람의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고, 손상된감각을 복원하며, 나아가 인간의 인지 능력까지 확장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K-문샷’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사업은 이러한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승부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뇌 미래산업 국가 연구개발(R&D) 전략'을 발표하고, 국내 뇌 연구 역량을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의료·AI·반도체·방위산업을 아우르는 차세대 국가 산업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 K-문샷 BCI, ‘인간 확장’ 목표로 한 국가 프로젝트
이번 전략의 핵심은 뇌 신호를 해석해 외부 기기와 연결하는 BCI 기술을 중심으로, 인간의 신체적·인지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2027년부터 ‘7대 국민 체감 임무’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에는 ▲사지마비 환자의 기기 제어 ▲치매·파킨슨 치료용 뇌 자극 ▲시각·청각 등 감각 복원 ▲자연스러운 의수·의족 ▲생각으로 움직이는 웨어러블 로봇 ▲감각을 구현하는 차세대 VR·AR ▲군사용 드론·로봇 제어 등이 포함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구 과제가 아니라, 임상·제품화·시장 진입까지 연결되는 ‘미션형 R&D’ 구조로 설계됐다. 전담 PM이 산·학·연·병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또한 침습형(뇌 이식) 기술은 난치질환 치료 중심으로, 비침습형 기술은 웨어러블·엔터테인먼트·국방 분야에서 조기 상용화를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채택했다.
'뇌 미래산업 국가R&D전략' 추진 방향(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왜 지금 ‘뇌 산업’인가… 글로벌 패권 경쟁 격화
정부가 뇌 산업 전략을 서둘러 내놓은 배경에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있다.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Neuralink가 뇌 이식 칩을 활용해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임상에 성공하며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 역시 침습형 BCI 의료기기 상용 승인에 나서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의료 인허가와 산업화를 동시에 밀어붙이며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전환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BCI는 단순 의료기술이 아니라, ▲AI 인터페이스의 진화 ▲반도체·센서·소재 산업 확장 ▲국방·안보 기술혁신을 동시에 이끄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결국 뇌 산업은 과거 반도체·인터넷처럼 국가 패권을 좌우할 핵심 플랫폼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전략은 BCI 개발에 그치지 않고, 뇌 산업 생태계 전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첫째, BCI 중심 미래산업 육성이다. 핵심 임무 수행과 함께 뇌 신호 해독, 신경 전극, 특화 반도체 등 핵심 기술 초격차 확보를 추진한다.
둘째, 뇌 신약 개발이다. 혈액뇌장벽(BBB) 투과, 뇌 신경계 역노화, 뇌 장기 유사체(뇌 오가노이드) 등 범용성이 큰 이음터(플랫폼)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뇌 신경계 신약 개발의 높은 실패율(타 질환군의 2배)을 극복하고 해외 제약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
셋째, 클러스터 조성이다. 한국뇌연구원이 소재한 대구 권역은 국내 뇌 연구 기반 시설(인프라)을 집적하고, 오송-대전 권역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대전의 정부 출연연과 오송 생명 공학(바이오) 산업 산학협력 지구(클러스터) 간 개방형 가치 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한다.
넷째, 뇌 데이터 확보와 AI 융합이다. 인지·감각·운동 3대 뇌 기능에 관한 뇌파·뇌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뇌 신경 망 특화 기초 모형(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인간 뇌의 가상 모형화(디지털 트윈화)를 정부 연구개발의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로 추진한다. 인공지능 학습에 요구되는 방대한 뇌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뇌 지도 구축 사업(프로젝트)’도 ‘27년도부터 본격 추진한다.
다섯째, 제도·인프라 구축이다. 임상 규제 개선, 실험 인프라 확충, 동물실험 대체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산업 기반을 마련한다.
국민체감 7대 BCI 프로젝트(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 승부수는 ‘융합 역량’과 ‘속도’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강점인 반도체·AI·의료 데이터 역량을 BCI에 결집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뇌 신호 처리용 반도체, 의료 AI, 바이오 소재 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플랫폼 구축이 요구된다.
또한 규제 대응 속도 역시 중요하다. 침습형 기술은 임상 승인과 안전성 검증이 핵심 병목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규제기관과의 동시 개발 체계가 필수적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도 관건이다. BCI는 대기업 중심 구조보다 혁신 스타트업이 기술을 선도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10~20년 내 인간과 인공지능이 뇌를 통해 직접 연결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키보드와 스마트폰을 거치지 않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등장하는 것이다.
BCI는 단순한 의료기술을 넘어 ▲인간 능력 확장 ▲디지털 경험의 혁신 ▲산업 구조 재편을 동시에 이끄는 기술이다.
우리나라가 이번 K-문샷 프로젝트를 통해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 추격자에 머물지 갈림길에 서 있다. 분명한 것은, 뇌 산업은 더 이상 미래기술이 아니라 지금 시작된 국가 경쟁의 핵심 전장이라는 점이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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