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R&D 예산 삭감에 기회 놓쳐
K-라드큐브 실패 발판 삼아 다음 도전을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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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2에 실린 큐브위성 'K-라드큐브'가 지상 준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나사 제공
반세기 만에 시작된 미국의 유인 달 탐사 미션 '아르테미스 2'. 달로 향한 우주선 오리온에 비록 한국인은 탑승하지 않았지만 우리 국적의 위성이 한자리를 차지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나라스페이스가 제작한 큐브위성 'K-라드큐브'다.
신발 상자 크기의 위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도 품었다. 그래서 더 각별하게 느껴졌다. K-라드큐브가 지구와 끝내 교신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자 아쉬움이 컸던 이유다. 교신은 위성의 '생존 신고'다. 하지만 우주비행사들이 달을 돌아 지구로 돌아오는 8일 현재까지도 생사를 알 수 없다. 위성은 우주 미아가 되어 먼 항해를 떠났을 수 있다. 행정 용어로는 '임무 실패'다.
우주 분야를 취재하면서 만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국은 위성 기술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발사체 기술보다 낫다'는 전제가 숨어 있긴 해도 한국이 꾸준히 위성 기술을 키워온 건 사실이다. 1999년 아리랑 1호 발사를 시작으로 이제는 해외에 위성을 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이 만든 K-라드큐브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발사 초기 고장, 자세 제어 실패 등 다양한 가능성이 나오지만 기술적 원인 규명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기술전문가가 아닌 기자의 눈에도 분명해 보이는 원인이 하나 있다. 정치가 과학을 옥죈 사건.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과학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다.
K-라드큐브는 약 13개월 동안 제작됐다. 큐브위성 개발에 2, 3년이 걸리는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까다로운 유인 탐사 기준에 맞춰야 하는 위성에 그 절반의 시간도 못 썼다. 한국의 '뒷북 참여'가 낳은 결과다.
나사는 2023년 10월 아르테미스 2에 한국의 큐브위성 참여를 제안했다. 그때 시작했다면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기회를 놓쳤다. 위성 제작에 필요한 예산이 없다는 이유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회에 예산 증액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R&D 예산 삭감으로 천문연 예산은 약 19%,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6%가 깎였다. 이 사실이 논란이 되자 정부는 뒤늦게 아르테미스 2에 합류했다. 나사가 일정을 1년 미룬 덕에 가까스로 가능했다.
3년 전 참여를 확정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아니, 명확한 근거 없이 단행된 R&D 예산 삭감이 없었다면 K-라드큐브는 지금쯤 궤도에 올라 우주데이터센터의 초석이 될 반도체 실험 데이터를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정작 이 상황을 만든, R&D 예산 삭감 장본인들이 책임을 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K-라드큐브의 데뷔는 완벽하지 않았어도, 앞으로의 도전엔 더 이상의 굴곡이 없어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도 묵묵히 K-라드큐브를 키워낸 과학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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