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이후 생명보험사의 재보험 활용도가 두 배 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고금리 보험부채의 시가평가와 금리·해지 위험 부담이 커지면서 생보사들이 재보험을 단순한 위험 분산을 넘어 자본 관리 수단으로 활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금융연구원의 'K-ICS 도입이 보험회사의 재보험 활용에 준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생보사의 평균 재보험 활용도는 K-ICS 시행 전 2.51%에서 시행 후 5.06%로 2.55%포인트(p) 상승했다.
재보험 활용도는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넘긴 출재보험료를 원수보험료와 수재보험료의 합으로 나눈 값이다. 연구는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생보사 18곳과 손해보험사 13곳 등 국내 보험회사 31곳을 대상으로 K-ICS 시행 전후의 변화를 비교했다. 시행 전은 2011~2022년, 시행 후는 2023~2025년 평균이다.
보험업계 전체 재보험 활용도는 K-ICS 시행 전 7.17%에서 시행 후 8.47%로 1.30%p 높아졌다. 같은 기간 보험사의 총자산이익률(ROA) 5년 표준편차로 측정한 수익 변동성은 0.92%에서 0.71%로 낮아졌다.
보험사들이 재보험 출재를 확대해 위험을 외부로 분산하면서 손익의 안정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에는 높은 자본 조달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재보험을 '대체 자본'으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K-ICS는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 위험 등을 요구자본에 반영한다.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부채가 증가하는 데다 측정 대상 위험도 세분화돼 보험사가 쌓아야 할 요구자본 부담이 이전보다 커졌다.
특히 생보사는 장기 고금리 보험계약을 다수 보유해 부채 시가평가와 금리위험 부담이 손보사보다 크다. 이에 보험위험뿐 아니라 금리·해지 위험까지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공동재보험과 자산집약형 재보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손보사의 재보험 활용도는 K-ICS 시행 전 13.62%에서 시행 후 13.18%로 소폭 하락했다. 손보사들은 대재해와 장기손해보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재보험 체계를 이미 구축하고 있어 제도 도입 후 출재를 추가로 크게 늘릴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전체 지급여력비율 평균은 K-ICS 시행 전 265.01%에서 시행 후 217.10%로 낮아졌다. 생보사는 278.03%에서 213.97%로, 손보사는 246.98%에서 221.43%로 각각 하락했다.
다만 시행 전 수치는 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BC) 비율이고 2023년 이후 수치는 K-ICS 비율이다. 자산·부채 평가와 요구자본 산출 방식이 서로 달라 수치 하락을 보험사의 건전성이 같은 폭으로 악화한 것으로 단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보고서는 재보험이 요구자본을 낮추고 수익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과도한 의존은 높은 재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져 수익성과 유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이 재보험뿐 아니라 자체 자본 확충과 증자,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금융당국에는 재보험 계약의 실질적인 위험 이전 여부와 재보험사 쏠림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면 계약이나 옵션을 결합해 실질적인 위험 이전 없이 K-ICS 비율만 높이거나 자본력이 취약한 보험사가 특정 재보험사에 과도하게 의존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보험 계약의 실질적 위험 이전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본력이 취약한 보험사가 특정 재보험사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