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보기술 산업을 이끄는 두 거인 네이버와 카카오 생존 전략이 생성형 AI 시대를 맞이해 만개하고 있다. 다만 묘하게 결은 다르다. 시장을 선도하려는 목표는 비슷하지만 엘도라도를 향해 떠나는 방식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포털과 메신저의 차이다.
사진=연합뉴스
네이버"모두 담아라"
네이버는 최근 생성형 AI 실험에 마침표를 찍고 방향성을 확실하게 틀었다. 대화형 AI 서비스였던 클로바X와 검색 서비스 큐를 다가오는 4월 9일 종료한 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독립적인 챗봇 플랫폼을 별도로 유지하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반적인 자원 사용의 효율화를 꾀하려는 결단이다. 막대한 자본 출혈을 감수하며 무리하게 단독 챗봇 경쟁을 이어가기보다는 실제 사용자들의 일상적인 검색 동선에 AI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방향으로 사업의 방향키를 급격하게 틀었다.
자사의 모든 핵심 서비스 본연의 기능에 AI를 완벽하게 내재화하는 융합을 시도한다. 이제 사용자가 별도의 AI 창을 열거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필요 없이 기존 포털 검색창이나 쇼핑 탭에서 곧바로 고도화된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략도 구체적이다. 통합 AI 시스템인 에이전트 N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이전트 N은 검색부터 쇼핑 그리고 지역 정보 지도와 예약 기능을 하나의 거대한 신경망으로 연결하여 사용자가 다른 플랫폼을 찾을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 AI 서비스의 부드러운 '스며듬'이다. 포털 시대를 맞아 바다로 향하는 항구를 건설한 것이 아닌, 워터파크를 만들어 이용자들의 발을 묶어 중독시킨 네이버의 오래된 전략이 재차 반복되는 순간이다.
정보 탐색의 패러다임 자체가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고 문서를 뒤적이는 방식에서 AI와 대화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즉각적으로 얻어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네이버는 지식인과 블로그, 그리고 카페 등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가장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답변을 생성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 끝에서 에이전트 N은 사용자의 모호한 질문 속에서도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여 최적의 검색 결과를 요약해 제공한다. 쇼핑 결제나 식당 예약과 같은 실제적인 행동까지 끊김 없이 연결해 주는 강력한 편의성을 제공한다.
한편 네이버 쇼핑 영역에서는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가 한층 고도화되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새롭게 도입된 쇼핑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과거 검색 이력과 실제 구매 내역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동일한 소파를 검색하더라도 1인 가구 사용자에게는 공간 활용도가 높은 소형 가구를 추천하고 다인 가구 사용자에게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대형 제품을 제안하는 등 똑똑한 판매원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AI의 내재화다. 디지털과 리빙 카테고리를 시작으로 뷰티와 식품 등으로 적용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쇼핑의 전 과정에 AI를 밀착시킬 계획이다. 그렇게 반복적인 사용이 이루어질수록 데이터가 축적되고 추천의 정밀도가 올라가면서 플랫폼에 대한 사용자의 의존도를 비약적으로 높이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인프라 자립과 기업 간 거래 시장 공략을 통한 권력 강화 움직임도 날카롭다. 네이버의 '국가대표 DNA'에 주목해야 한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국가 단위의 디지털 주권을 지켜내는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자처하며 독자적인 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왔다. 특정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기술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원을 투입하여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 삼별초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막대한 서버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AMD와 같은 다양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협력하며 AI 인프라도 다변화하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무결점 소버린AI 전략을 가동, 정부 지원까지 알뜰히 받아가려는 양악한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에이전트 N 포 비즈니스를 앞세워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들이 자체적인 보안 환경을 완벽하게 유지하면서도 고성능 언어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 기업의 내부 데이터 유출 걱정 없이 AI를 업무에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도모한다. 포털 사이트 내부에 강력한 AI 엔진을 눈에 보이지 않게 장착하여 독점적인 플랫폼 지배력을 굳건하게 다지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다.
사진=카카오
카카오 "모여라"
카카오는 효율적이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독자적인 거대 언어모델을 무리하게 구축해 전면전을 펼치는 대신 유연하고 개방적인 방식을 택했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되는 기초 모델 개발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글로벌 무대와 국내 시장에서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은 다양한 기업들과 연합 전선을 키우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오픈AI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 기업들과 협력을 지속하며 각 서비스 영역에 가장 잘 맞는 외부의 우수한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엄격하게 선별, 도입하는 실용주의 노선이다.
연합 전선 구축은 지역 인재 육성과 벤처 기업 창업 지원까지 뻗어가고 있다.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카카오 AI 돛이라는 추진 기구를 설립해 5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육성 기금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AI 투자와 인프라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비수도권 지역의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다. 오는 2030년까지 무려 100개의 혁신적인 창업팀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발표했다.
나아가 각 대학이 보유한 딥테크 역량의 사업화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현장 중심의 문제해결형 인재들이 주저 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카카오는 자사가 축적한 방대한 인적 자산과 기술적 노하우를 아낌없이 매칭하여 초기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조력자 역할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폐쇄적인 생태계 고집을 과감하게 버리고 다방면으로 파트너십을 확장,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는 합리적인 전략이다. 무리한 정면 승부보다는 유연한 협력과 상생을 통해 전체 산업 생태계의 파이를 키우고 카카오가 그 중심에서 모든 기술과 기업을 아우르는 연결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는, 말 그대로 효율화의 '귀신'이다.
이러한 AI 전략은 카카오톡 메신저가 생활의 모든 것을 품어가며 그 중심에 스스로를 위치시킨 오래된 전략과 닮았다. 그리고 AI 국면에서 카카오가 가진 최고의 무기이자 폭발적인 파급력의 원천도 역시 국민의 절대다수가 매일같이 수시로 열어보는 카카오톡 메신저에 있다.
당장 카카오는 압도적인 모바일 플랫폼의 성격을 십분 활용하여 대중의 일상에 가장 부드럽게 스며드는 환경을 기획하고 있다. 최근 챗GPT 포 카카오 내의 카카오 툴즈 기능을 대폭 개편헤 올리브영, 무신사, 현대백화점, 삼쩜삼, 마이리얼트립, 사람인, 우리의식탁 등 외부 파트너들의 대표 서비스들을 대거 연동시킨 장면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봄꽃 여행에 어울리는 화사한 겉옷을 추천해 달라고 대화창에 일상적인 언어로 입력하면 연동된 패션 플랫폼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취향에 맞춘 맞춤형 상품 리스트도 즉시 제안한다. 사용자는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르고 구매하는 모든 과정을 메신저 안에서 끊김 없이 완료할 수 있다.
홈 메뉴를 새롭게 신설해 인기 차트와 추천 서비스를 한눈에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거나 회원가입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하나의 대화창에서 뷰티, 패션, 세무, 여행, 취업, 푸드 등 생활 전 영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일상을 제공한다는 각오다.
네이버가 한국형 AI의 표준을 제시하며 거대한 플랫폼 권력을 강화한다면, 카카오는 대중의 주머니 속 메신저를 통해 가장 친숙한 AI 비서로 자리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는 올봄 정식 출시될 온디바이스 기반의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사용자 경험을 제시할 예정이다. 기기 자체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기술은 서버 통신 과정을 생략하여 응답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뿐만 아니라 대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탁월한 강점을 지닌다.
카카오툴즈 확대. 사진=카카오
"힘을 원하는가? 원한다면, 주겠다!...이것만 해결한다면 말이지"
네이버와 카카오 AI 전략은 결은 같지만 목표는 다르다. 포털과 메신저의 오래된 성공 방정식에 AI 트렌드를 담았기 때문이다.
쉬운 길은 아니다. 당장 네이버는 AI 브리핑과 맞춤형 쇼핑 에이전트 같은 내재화된 서비스가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과 컴퓨팅 자원을 소모하는 만큼 서버 유지 비용을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조기에 발굴해야 하는 압박감이 크다.
기존의 캐시카우였던 검색 광고 매출을 잠식하지 않으면서도 AI 생태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를 창출해야 한다.
카카오는 수많은 외부 파트너들과 구축한 넓고 방대한 연합 전선을 매끄럽게 통제하고, 서로 다른 기술적 표준과 데이터 처리 기준이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나아가 외부 기술 의존도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해 카카오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메신저라는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에서 AI 시스템이 대화 맥락을 분석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때 대중이 느낄 수 있는 막연한 불안감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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