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HLB그룹 IR데이]진양곤 회장 "삼성전자 방식 차용한 신약개발, 절치부심...

진 의장은 삼성전자가 64메가·128메가·256메가 D램을 순차가 아닌 동시에 개발해 모토롤라·노키아와의 15년 격차를 뒤집은 사례를 모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룹 확장의 단계적 경로로는 덩샤오핑의 점선면 경제개방...

[HLB그룹 IR데이]진양곤 회장 "삼성전자 방식 차용한 신약개발, 절치부심...

2019년 위암 3상 좌절 계기로 M&A 통한 파이프라인 병렬 개발 전략 수립

미국 거점·상업화 단계라는 두 역설이 저평가 불러...숨겨진 자산 재조명 촉구

[프레스나인]"신약 개발의 기본값은 실패입니다. 이 위험한 지뢰밭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여러 명이 함께 뛰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HLB그룹 진양곤 의장은 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HLB그룹 IR데이에서 현재 그룹의 신약 개발 전략을 구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진 의장은 그룹 전략이 2019년 리보세라닙 위암 3상 좌절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당시 시가총액이 급락하는 충격을 겪으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재발을 막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고민한 것이 전략 수립의 출발점이었다.

그 고민에서 도달한 첫 번째 결론이 파이프라인 다변화였다. 진 의장은 "신약 개발의 기본값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라며 "한 파이프라인으로 성공하겠다는 건 회사의 존속 가능성도 위험할 뿐만 아니라 주주들에 대한 태도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신약의 성공 확률이 5,000분의 1, 글로벌 항암제는 1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인식에서 나온 판단이었다. 두 번째 결론은 속도였다. 병용 요법·ADC·세포 치료제·유전자 치료제가 동시다발로 등장하는 의학계의 빠른 변화 속도에 대응하려면 "신중하게 개발하되 여러 명이 함께 뛰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 M&A를 통한 파이프라인·기술·인력의 신속한 내재화였다. 진 의장은 삼성전자가 64메가·128메가·256메가 D램을 순차가 아닌 동시에 개발해 모토롤라·노키아와의 15년 격차를 뒤집은 사례를 모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룹 확장의 단계적 경로로는 덩샤오핑의 점선면 경제개방 전략을 차용했다. 경제특구라는 점에서 시작해 동부 해안을 선으로 잇고 이를 면으로 확장한 방식처럼, HLB도 진단·예방·치료 세 분야에 각각 점을 찍은 뒤 연결하고 면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진 의장은 "내년까지는 이것들을 선으로 연결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룹이 지금까지 M&A를 통해 편입한 계열사는 펩타이드 전문기업 HLB펩, 진단기업 HLB파나진, 효소기술을 보유한 HLB제넥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HLB바이오스텝 등이다. 진 의장은 이런 계열사 간 연대·지급 보증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일부가 타격을 받더라도 나머지가 독립적으로 성장을 이어가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다. 진 의장은 이를 "고구마나 불가사리처럼 중간이 잘려도 계속 열매를 맺는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진양곤 HLB그룹 이사회 의장이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HLB그룹 IR데이 행사에 참석해 그룹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HLB

"FDA까지 독자적으로 해온 것 가장 잘한 일...항서 임상 9개는 시장이 모르는 자산"

진 의장은 HLB그룹의 자산이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꼽은 자산은 상업화 단계의 파이프라인, 라이선스아웃 가능 단계의 파이프라인, FDA 심사를 직접 수행하며 내재화한 개발 경험과 인력 등 세 층위로 구성된다. 이 중 FDA 심사를 끝까지 독자적으로 해온 것을 "가장 잘한 일"로 자평했다. 수익성과 영업이익을 지키면서 개발 역량을 인하우스화한 것이 결과적으로 그룹의 핵심 자산이 됐다는 판단이다.

시장이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자산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핵심은 중국 항서제약과의 협력 구조다. HLB는 항서제약이 2003~2004년부터 진행해온 임상 중 데이터·시장성·경쟁력이 뛰어난 과제를 직접 선별해, 약 10여 년이 소요되는 1상과 2상을 뛰어넘고 글로벌 3상으로 직행시킨 바 있다. 항서제약이 HLB의 동의 없이 라이선스아웃을 할 수 없는 계약 구조도 이 자산의 일부다.

한편 진 의장은 현재 중국에서 리보세라닙 단독요법 및 병용요법으로 3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했거나 이미 상업화된 파이프라인이 9개에 달한다는 것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다른 바이오 기업에서 이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본 적이 있는지"라고 반문했다.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부족한 점도 있었다고 반성했다. 자체 개발 과정에서 계열사 자산을 라이선스아웃해 자금을 조달했더라면 개발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 플랫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는 점을 짚었다.

HLB그룹 IR데이에서 소개된 리보세라닙 파이프라인 현황. 사진/프레스나인

"바이오의 중원은 미국...두세 달 후면 불가능이 현실로"

진 의장은 HLB그룹이 미국에서는 높이 평가받으면서도 국내에서는 저평가되는 이유를 두 가지 역설로 설명했다. 첫째는 사업 거점의 역설이다. 메릴랜드·뉴저지·필라델피아에 미국 거점을 두고 있어 국내 투자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이것이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 의장은 "바이오의 중원은 미국"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페이스북이 됐을 것"이라며 현지 거점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둘째는 상업화 단계의 역설이다. 최근 2년간 국내 바이오 시장에서 주가가 오른 회사들 중 상당수는 초기 안전성 임상 단계의 기업들이었다. 진 의장은 "저희 회사로 따지면 2012~2014년 시대, 13년 전의 과업을 수행하는 회사들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저희는 상업화 단계에 있다 보니 허가가 안 날 경우에 대한 우려, 그런 역설이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상업화에 가까워질수록 시장의 불안이 오히려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진 의장은 올해를 전환점으로 봤다. 늦어도 4개월 내 간암 신약에 대한 FDA 허가 결정이 나온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는 "올해가 절치부심한 끝에 '진짜가 나타났다'고 HLB가 평가받는 해가 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며 "불가능의 영역이었던 게 이제 글로벌 신약 헬스케어 회사로 도약하는 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Tag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