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사진=핀포인트 DB)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증시 지형을 다시 쓰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그룹 전체 시가총액이 1천600조원에 육박하는 등 ‘삼성 효과’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그룹 17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종가 기준 1588조5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코스닥·코넥스를 합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65%에 달한다. 국내 증시에서 사실상 ‘삼성 비중 40%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평가다.
이번 시총 급증의 중심에는 단연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50조원을 동시에 돌파하며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이에 힘입어 주가는 21만500원까지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약 1246조원으로 불어났다. 그룹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78%를 넘는다.
실적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업황이 초호황 국면에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로직,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통합 경쟁력을 갖춘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 들어 기술 경쟁력 회복이 가시화된 점이 시장의 평가를 바꿔놓고 있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 양산에 성공하며 차세대 메모리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구조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도 빠르게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며 ‘초호황 장기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된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시장 기대치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그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K하이닉스를 축으로 한 SK그룹 역시 반도체 업황 개선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으며 시가총액이 900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 그룹 간 ‘초격차 경쟁’이 국내 증시 전체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번 랠리를 단순한 사이클 반등이 아닌 ‘구조적 성장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과거와 달리 AI,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신산업이 메모리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면서 업황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객사들이 가격보다 공급 안정성을 중시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저항도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메모리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는 5~6월 이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는 한 차례 더 상향될 여지가 크다. 이는 다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급등에 따른 부담도 존재한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빠른 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나오고 있으며, 업황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세 훼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증권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시장은 과거와 달리 구조적으로 수요 기반이 확대된 상태”라며 “삼성전자는 공급 능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유일한 기업으로,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 상승 흐름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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