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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GDP 전망 줄상향에도…반도체 쏠림에 '반쪽짜리 경기 반등' 우려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AI 전환에 따른 초과수요는 반도체 수출 단가를 끌어올리며 수출물가 전반을 상승시켰고, 이는...

GDP 전망 줄상향에도…반도체 쏠림에 '반쪽짜리 경기 반등' 우려

[뉴시안= 송서영 기자]한국의 2026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수정 전망(1.9%) 대비 0.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GDP 성장률 전망은 높아졌지만, 건설·소비 부진과 고유가 부담이 이어지며 ‘반쪽짜리 경기 반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경제연구원도 2.7%로 기존 대비 0.8%포인트 올려 잡았고, 한국금융연구원은 가장 높은 2.8%를 내놨다. 2025년 1.0%와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러나 장밋빛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장의 과실이 반도체와 ICT(정보통신기술) 부문에 집중된 '불균형 성장'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는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반등이 미약하고, 소비 심리는 중동전쟁 발발 이후 빠르게 위축됐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경기 반등의 온기는 경제 전반으로 채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반도체 수출은 질주, 건설경기는 냉각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우리나라 총수출은 전년 대비 6.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AI 전환에 따른 초과수요는 반도체 수출 단가를 끌어올리며 수출물가 전반을 상승시켰고, 이는 교역조건 개선과 경상수지 사상 최대 흑자(2750억 달러 수준) 전망으로도 이어졌다.

문제는 수출 호조가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9.1%, 169.1% 급증했다. 반면 이 두 품목을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7.9%에 그쳤다.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지만, 성장의 무게중심이 반도체에 실려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반면 건설투자의 회복 속도는 예상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2026년 건설투자 증가율은 1.5%로 전망되나, 3월 건설기성 지표가 전년 동월 대비 5.4% 감소하는 등 현장 체감 경기는 냉랭하다. 통상 전년도 큰 폭의 감소(기저효과)가 있을 때 반등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을 감안하면, 회복 강도가 이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설상가상으로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아스콘 등 건설자재 공급 차질을 빚고 있으며, 에너지·석유화학 원자재 가격 상승이 건설공사비에 점차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의 공공 토목사업 확대가 일부 하방 압력을 완충하겠지만, 고유가와 공사비 상승이라는 이중 악재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소비 심리, 중동전쟁 이후 급속 냉각

민간소비는 2026년 1.9% 성장이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플러스 성장을 이어간 것은 긍정적이지만, 흐름이 마냥 밝지는 않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소비심리 위축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2분기 이후 소비 성장률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가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 등 신속 대응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러한 신속한 정책 대응이 충격을 어느 정도 완충할 것으로 봤지만, 2025년의 낮은 소비 기저(1.3%)를 감안해도 GDP 성장 기여도의 확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발 유가 급등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면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높아질 전망이다.

4월 소비자물가가 이미 2.6%를 기록한 데 이어 연중반에는 3%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안정화가 기대되지만, 원유 생산 인프라 훼손과 공급망 타격이 겹쳐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사실상 소멸됐고, 오히려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고채 3년물 연평균 금리는 2026년 3.5%로 전년(2.6%) 대비 큰 폭 상승이 예상된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금리 상승 압력을 일부 낮추는 요인으로 거론되나,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 반도체 호황, 취약계층엔 그림의 떡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 반등이 ‘성장률’과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설비투자를 밀어 올리고 있지만, 그 과실은 대기업과 일부 수출 업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물가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민생경제 개선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중심의 불균형 성장에 따른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한편, 에너지 공급충격에 따른 물가 및 금융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은 최근 유가 급등이 공급 측 충격이라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기준금리 조정으로 기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충격의 지속성과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전이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정책은 생산적 금융 기조를 이어가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 단순 자금 공급 확대를 넘어 실제 투자 성사 여부와 공급망 안정, 생산성 제고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책자금의 경우 에너지 효율화, 필수 중간재의 국내 생산기반 확충, 핵심광물 대체·재활용 등 대외 충격 대응력을 높이는 분야에 우선 배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재정정책은 첨단산업 지원과 성장 과실 확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관련 중소·중견기업의 공급망 참여와 기술 고도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유가 장기화에 대비한 취약계층 지원도 단기 보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김 연구위원은 "노후 주거시설 개선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병행해 가계의 구조적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AI 활용 확산을 뒷받침할 전력·데이터 인프라와 숙련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둘러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비용 변동성도 낮춰야 한다는 평가다.

김 연구위원은 “산업경쟁력 강화,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 공급망 강건성 제고를 통해 성장잠재력과 대외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원유·천연가스는 물론 핵심광물과 필수 중간재까지 공급망 전반의 취약성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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