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객원교수]
“2050 탄소중립 외 장기 믹스 부재”···데이터 기반 논의 필요
SMR 활성화 ‘민간 참여’ 관건···PPA·요금체계 정비 시급
맞춤형 규제·인허가 체계 필요···탈원전 이후 인력 공백 심화
이종호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객원교수. [사진=안경선 기자]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우리나라에는 현재 실질적인 국가 장기 에너지믹스 논의가 없다. 정부가 정치와 이념을 떠나 데이터와 경제성을 기반으로 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9일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종호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객원교수는 국가 에너지믹스 부재 상황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믹스 논의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 당시 수립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머물러 있다”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도출은 정치나 이념을 떠나 국가 미래 생존 차원에서 허심탄회하게 기술적·환경적·경제적 분석을 기초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는 경제성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국가 에너지믹스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봤다.
이 교수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은 곧 에너지 안보로 자국 자원을 활용하거나 수입에 의존하더라도 연료 공급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에 해당하는 전원은 한국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좁은 국토와 높은 산지 비중 등 자연환경을 고려한 재생에너지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부지 확보에 제약이 있는 원자력을 균형 있게 조합하는 에너지 믹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날 원전 가운데서도 SMR(소형모듈원전)이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는 탄소중립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활성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민간 참여를 전제로 한 시장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MR 산업은 수천억에서 수조원대 규모의 막대한 투자와 수요 창출, 기술 혁신, 공급망 구축이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인 탓에 정부 주도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민간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호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객원교수. [사진=안경선 기자]
이 교수는 “SMR은 민간 투자가 핵심인데 현재는 PPA(전력구매계약)와 시간대별 요금제, 부하관리 요금제 등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 기업들이 수익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외에도 SMR 전력이 남을 때 수소 생산 등으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장 설계와 계통 이용·정산 방식까지 포함한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민간 참여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 측면에서는 기존 대형 원전 중심의 인허가 체계가 SMR 산업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SMR 특성에 맞는 별도 규제체계를 조속히 마련하고 핵심 기술에 대한 사전 인허가를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해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가 다양한 SMR 노형에 적용 가능한 포괄적 인허가 체계를 구축해 절차를 단순화시켜야 산업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SMR은 노형이 다양한 만큼 각각 개별 인허가를 받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다양한 노형에 적용 가능한 포괄적 인허가 체계를 마련해 어떤 기술이 들어와도 일관된 기준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새로운 개념의 원자로 인허가 과정에서 필수적인 규제기관과의 사전 정보교환·검토 제도가 현행 법령에 부재해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에 제약이 되고 있다며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원전 산업 인력 공백이 구조적 위기로 확산되면서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활용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우수 인력은 은퇴하거나 타 산업으로 이탈하고 신규 인력 유입은 사실상 끊기면서 현장에서는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드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원전을 10기씩 짓다가 지금은 2~3기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그 과정에서 인력이 많이 빠져나갔고 주력 인력은 은퇴한 반면 신규 인력 유입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서울대나 카이스트 같은 이공계 인력들도 반도체 등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정책 방향이 계속 바뀌면서 산업 전망이 불확실해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공기업 중심의 경직된 정년 체계로 인해 경험 많은 기술 인력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은퇴 인력 재투입과 유연한 인력 운영, 정책 신호를 통한 신규 인력 유입 등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활용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