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과세 차이 따라 벨기에·네덜란드·폴란드 물류 허브화
미국에 이어 EU도 저가 직구 소포에 대한 과세와 통관 규제를 강화하면서 쉬인, 테무등 중국계 울트라패스트패션 업체들의 글로벌 배송전략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글로벌 초소형 직송 모델에서 벗어나 이제는 유럽 내 특정 물류 거점을 경유하거나, 아예 역내 창고를 전진 배치해 국가별 과세 차이와 통관 부담을 피한다는 전략이다.
중국계 울트라패스트패션업체의 글로벌 배송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사진=GhatGPT AI생성이미지
최근 패션네트워크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소포세 도입 이후 중국계 플랫폼 물량이 프랑스를 피해 벨기에, 네덜란드, 폴란드로 이동하고 있다. EU는 그간 150유로 이하 소포의 관세를 면제해왔고, 이 구조가 쉬인·테무식 초저가 직배송 모델의 폭발적 성장을 떠받쳤다. 그러나 이 제도는 유럽 내 전통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에는 역차별로 작용했고, 세관에는 과부하를 낳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EU로 유입된 저가 전자상거래 소포는 2024년 46억 개로 급증했고, 2025년에는 58억 개까지 늘었으며 그중 약 90%가 중국발이었다.
이런 흐름에 가장 먼저 강경하게 대응한 국가는 프랑스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저항의 해” 정책의 일부로 지난 3월 1일부터 비EU 저가소포에 2유로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조치가 자국의 소비를 줄이기보다, 물량의 진입 경로를 바꾸는 효과를 먼저 냈다는 점이다. 프랑스발 규제를 피해 물량이 벨기에·네덜란드·폴란드로 우회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국가별 단독 규제가 단일시장 내부에서 ‘물류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벨기에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유럽 저가소포 허브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리에주(Liège) 항공화물 터미널은 2025년에만 14억 개의 저가소포를 처리했다. 이는 벨기에가 단순 경유지가 아니라, 중국계 플랫폼이 유럽 시장 접근 비용을 최소화하는 핵심 게이트웨이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네덜란드 역시 유럽 내 물류·통관 인프라가 강하고, 폴란드는 동유럽과 서유럽을 잇는 지리적 이점과 상대적으로 낮은 운영비를 갖고 있어 대체 거점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쉬인은 이미 폴란드 브로츠와프 인근에 유럽 물류 허브를 열고, 이를 자사의 유럽 물류 운영 중심지로 삼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쉬인 측에 따르면 이 시설은 폴란드 및 유럽 판매자 지원까지 포함하는 구조이며, 현지에서 최소 5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170개 이상 지역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이는 중국발 개별소포 중심 모델에서, 유럽 역내 재고 비축과 현지 풀필먼트, 플랫폼 판매자 생태계 확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계 저가 소포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도 이미 구체화됐다. EU 이사회와 집행위 자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150유로 이하 전자상거래 소포에는 임시로 3유로의 관세가 적용된다. 이는 당초 2028년에나 폐지될 예정이던 150유로 이하 면세 관행을 사실상 앞당겨 흔드는 조치다. 여기에 집행위는 별도의 소포 취급 수수료 체계도 추진해 왔고, 직배송 소포에는 2유로, 창고 경유 물량에는 0.50유로 수준의 차등 부과가 논의됐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규제 설계 자체가 플랫폼들로 하여금 ‘소비자 직배송’보다 ‘역내 창고 경유’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조치가 중국계 플랫폼의 성장을 단번에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벨기에 세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EU의 새 소포세가 중국발 초저가 상품 유입을 완전히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2~3유로 수준의 부과금은 절대액 기준으로는 작아 최종 판매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품목 분할·허위신고·가격 과소신고 같은 회피 행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통합 집행보다 회원국별 집행 역량 차이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결국 규제의 효과는 ‘유입 차단’보다 ‘배송 구조 재편’ 쪽에서 더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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