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유례없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순자산 총액 4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고금리와 글로벌 증시 변동성 속에서도 저비용·분산투자의 장점을 앞세운 ETF가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1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40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297조원 수준이었던 시장 규모가 불과 석 달 만에 100조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단기간 내 이례적인 팽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 자금에 더해 퇴직연금 등 장기 자금까지 유입되며 ETF가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보다 리스크 분산이 가능한 ETF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상품별 자금 유입 현황을 살펴보면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명확히 드러났다. 3개월 간 상품별 순자산증감 현황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대표 상품인 ‘KODEX 200’은 순자산 8조4831억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TOP10’ 역시 AI 반도체 수혜 기대감에 힘입어 5조8660억의 자금을 흡수하며 매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어 ‘KODEX 코스닥150’이 4조9506억으로 뒤를 이었으며 ‘TIGER 200’(2조8955억)과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2조5695억) 등 대표 지수형 상품들에 뭉칫돈이 집중됐다. ‘KODEX 반도체’(2조2460억)와 월배당형인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2조1190억) 등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운용사 간 점유율 전쟁 역시 더욱 격화되고 있다. 16일 기준 1위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은 ETF시가총액 164조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선두 자리를 수성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28조원으로 맹추격을 이어가며 ‘양강 체제’ 더욱 공고히 했다. 주목할 점은 3위권 다툼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순자산 30조9203억을 달성하며 28조9989억에 머문 KB자산운용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다만 이러한 양적 성장이 질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거래량이 특정 테마 및 지수형 상품에 편중되면서, 다양한 자산 배분 기회를 제공해야 할 ETF 본연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운용사별 차별성이 부족한 유사·복제 상품이 난립하는 점도 시장의 구조적 한계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시장 규모가 400조원대로 확대된 현 시점에서 단순한 외형 성장 경쟁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차별화된 액티브 ETF나 글로벌 테마 발굴을 통한 전략적 상품 개발이 병행돼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ETF 시장의 성패는 지수 방어력과 신성장 동력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며 “각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재편 역량이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의도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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