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서울와이어=노성인 기자]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호실적과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 상승 등 굵직한 성과에 힘입어 4연임에 성공했다. 최근 들어 국내 운용업계 내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 3위’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ETF의 아버지 명성 입증…빅3 위치 체제 굳혀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초 전원 만장일치로 배 대표의 4연임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배 사장은 내년 3월 말까지 회사를 이끌게 된다.
배 대표는 '한국 ETF 아버지'라 불리는 등 상징성이 큰 인물이다. 시장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상품을 내놓는 것이 그의 강점이라는 평가다. 2022년 2월 한국투자신탁운용 수장에 오른 배 대표는 올해 대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1961년생인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한국종합금융에 입사했고 1995년 SK증권에서 자산운용팀장을 거쳤다. 이후 2000년 삼성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겨 국내 ETF 시장의 시작을 알렸다.
2002년 국내 첫 ETF인 코스피200 ETF를 선보인 데 이어 2009년과 2010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인버스와 레버리지 ETF를 각각 상장하며 국내 ETF 역사를 이끌었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서 주식팀장, 인덱스운용본부장, ETF운용본부장, 패시브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2017년 부사장직에 올랐다. 이후 2022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를 맡은 뒤에는 운용자산(펀드+투자일임)을 빠른 속도로 불리며 내실을 다졌다.
배 사장의 연임 배경으로는 단연 ETF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가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25조3505억원으로 전년(13조1256억원) 대비 93.1%(12조2449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1.0%포인트 상승한 8.5%를 기록하며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빅3' 체제를 굳혔다. 치열한 3위 경쟁을 벌이던 KB자산운용(21조866억원)과의 점유율 격차도 1.5%포인트로 벌리기도 했다.
이에 따른 안정적인 이익 증가세를 나타냈다. 배 대표 취임 이후인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투운용 당기순이익은 2022년 311억원, 2023년 325억원, 2024년 879억원, 2025년 64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의 경우 일회성 이익이 컸다는 점을 고려라면 해마다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시리즈 3주년'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美 기술주·반도체 ETF 시장 선점 전략 유효
배 대표가 취임 직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브랜드 'KINDEX'를 'ACE'로 전면 변경하며 리브랜딩을 단행하는 등 새로운 판을 짰다. 특히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을 반영한 ETF 상품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등 한투운용만의 색깔을 만드는 데 주력한 것이 큰 효과를 냈다. 아울러 금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ETF 상품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ETF 시장에서는 통상 순자산 1조원 이상을 흥행한 것으로 인식하는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에이스)KRX금현물, ACE미국S&P500, ACE미국나스닥100, ACE미국30년국채액티브(H), ACE200, ACE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ACE글로벌반도체TOP4 Plus, ACE종합채권(AA-이상)액티브 등 8종의 순자산 1조원 상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수익률 제고 바람이 불면서 해당 시장을 겨냥한 상품 라인업도 확대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ACE TDF ETF 시리즈'를 상장하며 생애주기형 ETF 시장에도 진출했다. 해당 ETF는 최근 1년 기준 샤프지수 1.63~2.21을 기록하며 동일 빈티지 상품 가운데 상위권 성과를 기록했다. 수익률 역시 14~36% 수준으로 집계됐다. 운용 전략에는 한국 투자자의 소득 구조와 기대수명을 반영한 글라이드패스와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이 적용됐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조직 개편 통해 ETF 경쟁력 강화
이번 ‘배 대표 4기’의 핵심 과제는 ETF 점유율 3위 사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특정 테마·지역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투운용의 전체 상품 106개 중 미국 등 해외 시장 투자 상품이 54개(51%)로 절반 수준에 달한다. 코스피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향후 다시 6000대를 돌파할 경우 국내 투자 비중 높은 경쟁사 대비 순자산 증가세가 주춤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배 대표는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ETF운용본부를 대표 직속으로 배치하는 등 ETF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2023년 남용수 ETF운용본부장이 합류하며 출범한 ETF운용본부는 ETF 관련 업무만 담당하는 부서다. 당시 배 대표는 ETF 사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해당 부서를 본부로 승격한 데 이어 올 초 대표 직할로 배치하는 조직개편까지 시행했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남 본부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까지 한투운용 대표 직할로 배치된 부서는 상품전략본부, 디지털전략본부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으로 ETF운용본부 역시 대표 직할 체재로 바뀌면서 ETF 운용뿐 아니라 상품 개발, 마케팅 등에서 조직 간 시너지 창출이 날 것으로 관측이다.
아울러 이미연 FI운용본부장(상무)을 전무 승진 임명과 동시에 신임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선임했다. 작년 채권업계 최대어인 예금보험공사 입찰 등에서 성과를 내면서 해당 하우스에도 힘을 실어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순위 경쟁에 연연하지 않고 AI를 상품 개발,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해 고객가치 향상을 위해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업무 효율화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고객가치 지향이라는 경영철학을 직원 모두가 공감하고 실천해 가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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