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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CEO] 양종희號 KB금융, 자본시장 체제서 판 바꿨다

딥테크 스케일업 펀드(1600억원)는 이러한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드러내는 사례다. 단순한 초기 투자 단계가... 반도체 클러스터, 해상풍력, 딥테크 펀드 등 장기 성장 분야에 적극적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한편, 자사주...

[CEO] 양종희號 KB금융, 자본시장 체제서 판 바꿨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사진=KB금융그룹

KB금융그룹이 지난 1분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환경에서도 당기순이익 1조8924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3.94%를 기록하며 견조한 수익 창출력을 이어갔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취임 3년차를 맞은 양종희 회장의 경영 방향이 자리하고 있다. 양 회장은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금융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고, 자본을 어디에 배분하며,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에 초점을 맞춰 그룹사의 체질 전환을 추진해왔다.

겉으로는 비은행 부문 강화, 인공지능(AI) 도입, 포용금융 확대라는 익숙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익의 질’, ‘자본의 방향성’, ‘신뢰 기반 수익모델’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재편되는 과정에 가깝다. 이 세 축은 각각 독립된 과제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KB금융의 장기 경쟁력을 형성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자본시장 호황과 머니무브 흐름 속에서 나타난 실적 개선이 단순한 외부 환경의 결과인지, 구조 변화가 만들어낸 성과인지에 대한 판단이 KB금융 전략의 본질을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평가된다.

지난 1월 서울 페어몬트 앰버서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6 KB증권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KB금융 양종희 회장(맨 앞줄 왼쪽에서 열번째), KB증권 강진두 대표이사(맨 앞줄 왼쪽에서 아홉 번째), 이홍구 대표이사(맨 앞줄 오른쪽에서 아홉 번째)와 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양 회장은 “최근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Money Move)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증권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좋은 성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KB증권

‘이익의 질’ 전환, 은행 의존 탈피가 아닌 수익 구조의 재정의

KB금융의 비은행 확대는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보기 어렵다. 핵심은 금리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 기반 수익 구조로 이동하는 데 있다.

전통적으로 은행 수익은 금리 사이클에 크게 좌우된다. 금리가 하락하면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고, 이는 곧 실적 변동성으로 이어진다. 반면 KB금융은 증권과 자산운용을 중심으로 수수료 및 투자 기반 수익 비중을 확대하며 이러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실제로 비은행 부문의 수수료이익 기여도는 72%, 순이익 기여도는 43%까지 올라왔다.

다만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은 수수료이익 증가 자체를 성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자본시장 거래대금이 늘어나면 증권 수수료가 증가하는 것은 업계 전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개별 금융사의 전략적 결과라기보다 시장 환경이 만들어낸 외생적 효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KB금융의 성과가 단순한 시장 수혜로만 평가되지 않는 이유는, 이 같은 흐름을 ‘그룹 전체 수익 구조’로 흡수하는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4531억원, 당기순이익 3502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는데, 이는 브로커리지 중심 수익 확대와는 성격이 다른 결과로 해석된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는 시장 상승 국면에 맞춰 자산배분형 투자상품과 고객 맞춤형 주식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며 개인 고객 자산 규모를 확대했다. 특히 데이터 기반 마케팅 시스템을 통해 고객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제안하며 디지털 채널을 통한 신규 자산 유입을 끌어냈다. 이는 시장 상승을 ‘상품·채널 전략을 통해 흡수하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금융(IB) 부문에서도 구조적 경쟁력이 확인된다. 채권 발행 주관(DCM),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등 다양한 딜을 수행하며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했다. 이는 단순한 거래 증가가 아니라 ‘딜 소싱과 구조화 역량’이 축적된 결과다.

기관 투자자 대상 영업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해외 자금을 국내로 유입시키고 국내 자금을 해외 투자로 연결하는 거래를 확대하며 양방향 흐름을 구축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와 시장을 연결하는 ‘자금 순환 구조’를 강화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머니무브 환경에서 은행의 대응 전략도 병행됐다.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은행은 예금 이탈과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부담을 겪는다. 그러나 KB금융은 핵심예금 확대와 조달 구조 최적화를 통해 비용을 통제하며 수익 기반을 유지했다. 이는 외부 환경 대응을 넘어 수익 구조의 하방을 방어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은행이 주축이 되어 진행한 반도체 클러스터, 해상풍력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 금융은 시장 거래대금과 무관하게 구조화 금융 역량과 장기 자본 배분 능력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이는 금융회사가 단순 중개를 넘어 자본 흐름을 설계하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에는 이러한 기반 위에 AI 전략이 결합될 전망이다. 2026년까지 300여 개의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회사의 계획은 비용 절감을 넘어 고객 자산 이동과 시장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고객의 투자 성향과 자금 흐름을 데이터로 분석해 적절한 상품을 제안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자금 이동은 외부 유출이 아니라 그룹 내부 재배치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자문과 상담 중심의 영업 방식으로 전환하는 전략은 고객 자산이 은행에서 빠져나가더라도 이를 증권이나 자산관리 영역으로 연결하는 경로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자산 이동 흐름 자체를 그룹 내부로 흡수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2026년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진을 대상으로 CEO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양 회장은 그룹 CEO 특강을 통해 “AI 기술을 전략적 무기로 삼아 비즈니스 모델과 일하는 방식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시장과 고객으로의 ‘확장’을 통해 임직원 모두가 전략가이자 혁신가로 거듭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KB금융그룹

‘자본의 방향성’ 재설계, 생산적 금융은 정책 대응이 아닌 성장 전략

110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금융 공급은 외형상 정책 금융의 성격을 띠지만, 실제로는 자본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전환에 가깝다.

과거 금융회사의 자본은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안정적인 기업대출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산업 성장과의 연결성이 낮고 경기 하락 시 특정 자산군에 리스크가 집중되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KB금융은 자본의 흐름을 AI, 반도체, 에너지, 인프라 등 장기 산업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3.3조원), 신안 해상풍력(3.4조원)과 같은 프로젝트는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국가 전략 산업 기반을 형성하는 성격을 갖는다. 금융이 산업의 성장 경로에 직접 개입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같은 신성장 분야 프로젝트 금융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는 점은 자본 배분 전략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딥테크 스케일업 펀드(1600억원)는 이러한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드러내는 사례다. 단순한 초기 투자 단계가 아니라 성장 정체 구간에 진입한 기업에 기업당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는 기술 상업화와 글로벌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 자본 공급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리스크를 다루는 방식이다. 인프라와 첨단 산업 투자는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길어 일반 금융사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KB금융은 국민성장펀드, 인프라펀드, 만기 제한이 없는 장기 투자 구조 등을 활용해 손익 변동성을 낮추고 장기 투자에 적합한 틀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히 투자 규모를 늘린 것이 아니라 장기 자본을 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지점은 자금 흐름의 재구성이다. 고객 자산이 자산관리와 증권 채널을 통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이 자금이 다시 인프라와 산업 투자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즉, 고객 자산 → 자본시장 → 인프라·산업 투자로 이어지는 흐름이 그룹 내에서 형성되면서, 머니무브는 단순한 자금 이탈이 아닌 자본 재배치 과정으로 전환된다. 이는 금융회사가 자금의 흐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의 종착지를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중요한 변화는 그룹사의 ‘이익의 사용 방식’이다. KB금융은 자사주 소각(1426만주),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6000억원, 분기배당 1143원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대폭 확대했다. 총주주환원율 역시 2023년 38.0%에서 2025년 52.4%로 상승했다.

이 같은 KB금융의 자본 운용은 투자와 환원을 동시에 병행하는 구조에 가깝다. 반도체 클러스터, 해상풍력, 딥테크 펀드 등 장기 성장 분야에 적극적으로 자본을 투자하는 한편, 자사주 소각과 총주주환원율 52.4% 수준의 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환원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성장에 필요한 자본은 과감히 집행하되, 잔여 자본은 내부에 유보하지 않고 시장에 환원하겠다는 기업의 자본 배분 원칙을 보여준다.

결국 KB금융 1분기 성과의 핵심은 금융회사의 역할을 자금 중개에서 자본 배분으로 확장시키는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즉, 회사의 수익 구조 변화는 단순히 은행 비중 축소가 아니라, 자본시장 중심 환경에서 금융그룹이 어떤 구조로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이 어디로 귀속되는지를 재설계한 결과로 해석된다.

KB금융그룹 전경. 사진=KB금융그룹

‘신뢰의 수익화’, 소비자보호를 비용이 아닌 경쟁력으로 전환

마지막으로 금융권에서 소비자보호는 오랫동안 규제 대응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양 회장은 이를 비용이 아닌 수익 구조의 일부로 전환하려는 접근을 보이고 있다.

핵심은 대출을 바라보는 기준의 변화다. 기존에는 담보 수준이나 신용등급, 내부 규정 충족 여부가 판단 기준의 중심이었다면, KB금융은 ‘고객이 실제로 감당 가능한 수준인가’라는 질문을 전면에 두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대출 성장 속도를 제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체율과 부실을 낮추는 구조로 이어진다.

‘KB국민도약대출’은 이러한 방향성을 구체화한 사례다. 제2금융권을 이용하던 고객까지 포용하면서도 최고금리를 연 9.5% 이하로 제한하고, 금리 상승기에도 동일한 상한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금리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고객의 상환 부담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구조로, 단기 수익보다 장기 건전성을 우선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보호 품질지수(CPQI) 도입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상품 기획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로 통합 관리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조기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소비자보호를 ‘측정 가능한 영역’으로 전환했다. 이는 민원과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내부 통제의 정교함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또한 KB희망금융센터를 통한 신용 회복 지원과 심리 상담 결합 모델은 금융회사의 역할이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고객의 경제적·심리적 회복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인 수익 창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유지와 신뢰 형성에 기여하는 기반이 된다.

결국 소비자보호는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를 낮추고 고객 관계를 강화하는 구조적 투자에 가깝다. 양 회장이 강조한 “신뢰가 경쟁력”이라는 발언은 신뢰가 축적될수록 조달 비용은 낮아지고, 고객 이탈은 줄어들며, 규제 리스크 역시 완화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KB금융의 이번 성과는 분기 실적 개선을 넘어 금융회사의 역할이 자금 중개에서 자본 배분 설계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전통 금융업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어떤 구조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수익의 원천, 자본의 흐름, 고객·주주와의 관계’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한 운영 방식은 향후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그룹의 체질 전환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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