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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CBDC·스테이블코인·비트코인·금 4파전 [홍익희의 비트코인 이야기]

AI 경제와 통화 조건의 변화 AI는 통화의 사용 방식을 바꾼다. AI는 24시간 작동하고, 국경이 없으며, 소액· 초빈도 거래를 수행한다. 카드 결제와 전통 송금은 이런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AI가 선택할 통화는 프로그래밍이...

(26) 블록체인 위로 올라탄 달러‘탈달러화’라는 말이 세계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달러는 쉽게 사라지는 통화가 아니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 역시 ‘붕괴’가 아니라 ‘진화’에 가깝다. 달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위로 올라타고 있다.구글 제미나이로 생성된 AI 이미지달러의 세 번째 변신역사를 돌아보면 달러는 여러 차례 변신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는 달러를 금에 묶었다. 1971년 닉슨 쇼크는 금을 떼어내고 달러를 신용화폐(Fiat Money)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달러는 다시 한번 변신 중이다. 이번에는 종이에서 코드로의 이동이다.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연동된 디지털 토큰, 곧 민간이 발행하는 디지털 달러다. 블록체인 위에서 24시간 연중무휴로 이동하며, 국경을 넘고, 스마트 계약과 결합한다. 전통적 금융 인프라를 거치지 않아도 결제와 송금이 가능하다. 이미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3000억달러를 넘어섰고, 디파이(탈중앙금융)·기업 간 정산·국경 간 결제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더 중요한 것은 준비금 구조다. 스테이블코인은 담보물로 미국 단기국채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이 늘어날수록 미국 국채 수요도 증가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디지털 국채 수요 장치’다. 미국 정부부채는 38조5000억달러를 넘어섰고 연간 이자만 1조달러가 넘는다. 그런데 국채 시장의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 큰손들 곧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그들의 외환보유고에 미국 국채 대신 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국채를 흡수한다면, 이는 미국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중국의 전략이자 날개를 단 디지털 위안중국은 전혀 다른 접근을 택했다. 세계 최초의 CBDC인 ‘디지털 위안(e-CNY)’에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와의 경쟁에서 디지털 위안을 매력적인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자 지급 통화는 세계 어디서도 환영받는다. 물론 위안화가 단기간에 달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자본 통제, 법적 안정성, 금융 시장 깊이 측면에서 달러와 격차가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는 경쟁의 조건이 달라진다. 속도와 접근성 그리고 보안성이 새로운 변수다. 중국은 통화를 통제하는 방식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자 지급 이외에도 안전한 디지털 위안 송금을 위해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 암호통신망(Quantum Communication Network)을 세계 최초로 구축하고 있다.미국의 고민클래리티 법안의 본질미국 의회에서 논의되는 ‘클래리티(Clarity)’ 법안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 구조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명확히 하려 하고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허용할 것인가, 준비금 운용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연방 감독권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이해 당사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이자를 허용하면 은행 예대마진 구조는 위협받는다. 그러나 이자를 제한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이 논쟁은 기술이 아니라 화폐 권력의 문제다. 미국은 CBDC 대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시장을 통해 달러를 온체인 통화로 만드는 방식이다. 은행 역시 대응에 나섰다. 예금토큰(Deposit Token)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중동·중남미수익형 달러의 확산미국과 유럽은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을 금지하는 것과 달리, 중동과 중남미에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4~5% 수준을 유지하는 환경에서, 국채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동일한 수익을 제공한다면 이는 사실상 디지털 머니마켓펀드(MMF)다. 이들 국가 국민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피하기 위해 수익형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한다. 미국 내에서도 수익형 달러 연동 RWA(자산 토큰화)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는 언제든지 스테이블코인과 맞바꿀 수 있어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의 우회 상품인 셈이다.AI 경제와 통화 조건의 변화AI는 통화의 사용 방식을 바꾼다. AI는 24시간 작동하고, 국경이 없으며, 소액· 초빈도 거래를 수행한다. 카드 결제와 전통 송금은 이런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AI가 선택할 통화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자동화가 가능하며, 실시간 정산이 가능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조건에 가장 가깝다. AI 경제가 확장될수록 디지털 달러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한다.미국과 달러의 신뢰도가 하락할수록 달러의 대체 자산인 금과 은의 가격은 올라간다. 또 통화가 코드로 이동할수록, 역설적으로 실물자산은 더 강해진다. 최근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폭발적이다. 이는 단순한 투자 판단이 아니다. 통화 시스템에 대한 장기적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이다. 금은 신용의 바깥에 있는 자산이다. 달러, 위안, 유로가 모두 신용 위에 서 있다면, 금은 그 신용을 평가하는 기준점이다. 은은 또 다르다. 태양광·전기차·데이터센터 수요는 은의 산업적 가치를 강화한다.비트코인디지털 보험비트코인은 이 통화 경쟁 구도에서 전혀 다른 층위에 서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의 확장이라면, 비트코인은 달러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탄생했다.ETF 도입 이후 시장 구조도 달라졌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출범 이후 수백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흡수하며 기관 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변동성은 여전히 높고, 유동성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위기 초기에 현금화 압력이 발생하면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매도 대상이 된다.그러나 구조적으로 보면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각국의 통화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8년간 가파르게 증가했다. 통화 공급이 구조적으로 대폭 늘어나는 체계 속에서 공급이 고정된 자산은 상대적 희소성이 있다.더 중요한 점은 이동성이다. 금은 물리적 보관과 운송이 필요하다. 반면에 비트코인은 국경을 넘는 데 몇 분이면 충분하다. 전통 자산이 국경에서 통제되는 반면, 비트코인은 통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본 통제가 강화될수록, 금융 시스템 신뢰가 약화될수록, 비트코인의 존재 이유는 강화된다.물론 비트코인은 아직 실험 단계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달러가 계속 남발되는 한, 그에 대한 디지털 보험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금이 아날로그 시대의 보험이라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보험이다.궁극적 승자는 누구인가‘CBDC,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금’ 이 네 가지 통화 형태가 경쟁하는 시대에, 세계 시민이 선택할 궁극적 승자는 누구인가. 결제와 속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국가의 효율적인 통제 영역에서는 CBDC, 가치 저장 수단으로는 금, 디지털 희소성과 탈중앙 자산으로는 비트코인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통화는 다층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는 붕괴하지 않는다. 재설계된다. 달러는 코드로 변신하고, 위안은 해킹 위험 적은 디지털화폐가 되며, 금은 불안과 불확실성을 먹고 크며,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을 내세운다. 통화 전쟁의 시대,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우리는 어떤 통화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것인가?”[홍익희 칼럼니스트][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0호(2026.03.11~03.17일자) 기사입니다][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된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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