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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칩 지정학] ② 전장은 두 개, 좌표는 하나···21세기 전쟁, 웨이퍼...

반도체 경쟁의 본질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을 넘어선 산업 구조란 얘기다. 어느 도시에서 설계가 태어나고, 어느 공장에서 생산되며, 어떤 기업들이 후공정과 장비 생태계를 형성하는지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권력의...

[AI칩 지정학] ② 전장은 두 개, 좌표는 하나···21세기 전쟁, 웨이퍼...

중동-태평양 트레이드오프 담론 뒤집기

미국 멀티전장 운용, 중국 회색지대 전략

이젠 영토 아닌 연산 능력이 전쟁 좌우

인공지능(AI) 시대는 특정 기업이나 공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설계·제조·패키징·장비·소재 기업이 연결된 산업 네트워크가 어디에 형성되느냐에 따라 세계 공급망의 중심이 결정된다. 반도체 경쟁의 본질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을 넘어선 산업 구조란 얘기다. 어느 도시에서 설계가 태어나고, 어느 공장에서 생산되며, 어떤 기업들이 후공정과 장비 생태계를 형성하는지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권력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여성경제신문은 이번 기획을 통해 대만 신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파운드리 생태계와 베일에 가려진 중국의 공급망 체계, 미국  주도의 팹리스 산업, 반도체 특별법 아래 지자체간 클러스터 유치 전쟁에 돌입한 한국의 상황을 비교하며 AI 시대 지정학적 권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 상공에서 발생한 폭발로 거대한 연기 기둥이 솟아오르고 있다. / AP=연합뉴스

# 중동에서 미사일이 떨어진다. 대만 해협에서 군함이 움직인다. 세계는 두 개의 전장을 보지만 진짜 전장은 단 하나다. 300mm 원형 실리콘 기판 위. 웨이퍼 위에 새겨진 회로가 드론을 날리고, 미사일을 유도하고, AI 서버를 작동시킨다. 전장은 둘이지만 산업 기반은 하나다. 그리고 하나가 흔들리면, 모든 전장이 멈춘다. 21세기 전쟁은 '연산 문명의 진원지'가 결정한다.

미국-이란 전쟁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중동 전쟁이 인도태평양의 미국 영향력을 약화시킨다”는 뉴욕타임스식 서사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동 전쟁을 계기로 미국 전력이 이동하고 군수 소모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인도태평양 전략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드러난 사실은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15일 글로벌 정보공동체 분석을 종합하면 미국이 중동에서 전력 재배치와 군수 소모, 해상 호위와 보급 작전을 수행하는 사이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봉쇄·지연·심리전 등 압박 수단의 폭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를 주시하는 국면으로 평가된다.

또 최근 흐름만 보더라도 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항공모함과 해군 자산, 해병대 전력을 중동으로 더 투입하고 있고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엇 재배치 논의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동시에 대만은 “우리 물량이 중동 때문에 바로 빠지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 무기 인수 지연 가능성을 의식해 90억 달러 규모 무기 계약 서명 절차를 서둘렀다.

즉 한 전장의 부담이 다른 전장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이미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더 정확하게 쓰면 이렇다. “중동 전쟁이 길어질수록 중국이 대만에 대해 침공보다 먼저 쓸 수 있는 옵션들의 가격이 내려간다.”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선택지는 전면 상륙전이다. 대규모 해상 수송과 장기 점령을 전제로 하며 국제적 개입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전략 좌표는 봉쇄와 강압, 심리전과 군수 압박 같은 회색지대 전략으로 이동해 있다. 해상 교통을 흔들고 외부 지원을 지연시키며 대만 사회에 불안 신호를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실제로 중국의 군사훈련과 해·공군 활동은 대만 외부 지원 차단과 봉쇄 능력을 과시하는 방향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중국의 전략 선택지에서 빠져 있는 옵션이 하나 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 파괴다. 세계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핵심 축이다. 첨단 공정에서 생산되는 칩은 인공지능 서버,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미사일 유도 장치, 고성능 센서와 통신 시스템 등 현대 산업과 군사 기술 전반의 두뇌 역할을 한다.

대만 신주(新竹)에 위치한 TSMC 캠퍼스 전경. 웨이퍼 형태를 연상시키는 원형 건물과 반도체 연구시설이 함께 배치된 단지로,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을 이끄는 핵심 산업 거점이다. / 여성경제신문DB

전장의 이동 : 중동 소모전, 대만 차단전

대만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전자 부품 생산기지가 아닌 세계 연산 능력의 핵심 인프라다. 이 산업 기반이 붕괴될 경우 충격은 중국에도 그대로 돌아간다. 따라서 대만은 확보 대상이 아닌 유지해야 하는 산업 자산이 된다.

미국 전략의 본질도 같은 좌표에서 읽힌다. 미국의 국방 전략에서 인도태평양은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전장으로 규정돼 있다. 중동 증원은 멀티 전장 운용 능력을 시험하는 실전 부하 테스트다. 전략의 기본값은 주전장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면서 다른 전장도 함께 관리하는 구조다.

대만의 군비 움직임도 같은 흐름에서 읽힌다. 대만은 최근 90억 달러 규모 무기 계약 체결을 서둘렀고 추가로 약 140억 달러 규모 방위 패키지에 PAC-3와 NASAMS 같은 방공 체계가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드론 인도 역시 중동 전쟁 때문에 지연되지 않았다고 대만 정부가 직접 선을 그었다.

대만은 미국의 조약 동맹은 아니다. 그럼에도 안보 지원 체계의 신뢰는 외교적 선언보다 군수 재고와 선적 일정에서 먼저 드러난다. 지금까지 그 공급선은 유지되고 있으며 모든 구조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대만 유사시는 표면적으로는 영토 분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산 능력과 생산 능력을 둘러싼 산업 전쟁에 가깝다. 대만 반도체산업협회는 대만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이 약 78%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대만이 흔들리면 세계의 컴퓨트 파이프라인이 흔들린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카드는 물론 스마트폰 칩까지 전세계 파운더리 반도체 물량의 70%가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DB

현대전 핵심 자원 : 웨이퍼 위의 연산 능력

군사적으로 번역하면 더 분명해진다. 현대전의 성패는 병력 규모보다 센서·연산·타격으로 이어지는 폐회로에 달려 있다. 드론, 미사일, 인공지능, 데이터 링크로 연결된 무기 체계는 모두 칩과 전자부품, 통신 네트워크, 전력 관리 반도체 위에서 작동한다.

현대 무기는 사실상 반도체 플랫폼이다. 웨이퍼 공급이 끊기면 미사일 생산도 멈춘다. 드론도 멈춘다. 인공지능 서버도 멈춘다. 중동에서 소모되는 것은 단순한 미사일 탄수량이 아니다. 첨단 부품과 생산라인의 시간이다. 전장은 둘이지만 산업 기반은 하나다.

중국의 현실적 선택지는 마비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해상 교통과 보험료를 흔들고 군사훈련을 통해 외부 지원 차단 능력을 과시하며 대만 사회에 불안 신호를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마비가 파괴로 이어지는 순간 중국 자신도 동일한 산업 기반을 잃는다. 결국 산업 생태계의 좌표는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

지금 세계 지정학의 좌표는 더 이상 영토 위에 놓여 있지 않다. 중동은 소모전이고 대만은 차단전이다. 이 두 전장을 하나로 묶는 공통 전장은 반도체 산업이다. 21세기 전쟁의 핵심 자원은 결국 연산 능력이다. 또 이는 웨이퍼가 좌우한다. 포모사(Formosa)란 좌표가 세계 공급망의 중심에 남아 있는 한 어떤 전쟁도, 어떤 봉쇄도, 어떤 선택도 이를 대체할 수 없다.

☞웨이퍼(Wafer)

= 반도체 칩을 제작하기 위해 사용하는 원형 실리콘 기판이다. 고순도로 정제된 실리콘 잉곳을 얇게 절단해 만들며, 이 표면 위에 수백~수천 개의 반도체 회로가 동시에 형성된다. 회로 공정이 끝난 뒤 웨이퍼는 개별 칩 단위로 절단돼 패키징 과정을 거쳐 최종 반도체 제품이 된다. 현재 산업에서는 주로 300㎜ 웨이퍼가 표준으로 사용되며, 웨이퍼 크기가 클수록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칩 수가 늘어나 제조 효율이 높아진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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