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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 프로그래머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2월 2040학년도 수능 폐지를 담은 단계적 전환안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러나 올해 8월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논쟁은 '폐지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으로 바꿀 것인가'로 옮겨 왔다.
수능은 학력고사의 폐단을 고친 제도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계가 뚜렷하다. 한 교육연구자는 지금의 수능을 '빠르게 읽고 정답을 찾는 기술이 중요한 시험'이라고 평했다. 국어는 80분에 45문항을 풀어야 한다. 한 문항에 평균 1.8분꼴이다. 지난해 수능 국어는 한 대학교수조차 지문을 이해하는 데 2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시간이 이렇게 촉박하면 글을 깊이 읽기보다 정답 찾는 요령에 기대게 된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 능력이 점점 기계의 몫이 되어 간다. 올해 6월 한 유튜버는 AI 안경으로 수능 수학 모의고사를 18분 만에 풀어 96점을 받았다. 빠르게 읽고 정답 찾는 기술은 이미 기계가 사람보다 낫다는 뜻이다. 안경을 막으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막는 일은 모든 시험이 풀어야 할 부정행위의 문제다. 수능 제도의 효용이 한계에 달했다는 주장을 반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수능을 서·논술형 중심으로 과감하게 바꿀 것을 제안한다. 논술이 주된 수능 평가 도구가 되지 못한 데에는 수많은 답안을 같은 기준으로 채점하기 어려웠던 탓이 크다. 이제는 AI가 채점을 맡을 수 있다. 같은 답안에는 언제나 같은 점수가 나오도록 채점 방식을 고정해 둘 수 있다. 채점자와의 인맥이라는 경로도 AI 채점이라면 문제 되지 않는다. 채점 기준은 교육부가 관리하도록 한다. 이를 지키는 일은 막중한 만큼 그에 걸맞은 당근과 채찍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성을 해치는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수능이 글쓰기 위주로 바뀌면 악필인 사람에게 공정하지 않다는 반론부터 반박해 보겠다. 알아볼 수 없는 글씨는 사람이 채점해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런 답안이 불이익을 받는 것은 AI 채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AI의 글자 인식 기술 또한 이미 완성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읽을 수 있게 쓰는 것은 답안을 쓰는 사람의 몫으로만 오롯이 남는다.
고액 과외가 더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이렇게 답하겠다. 과외는 어떤 평가 제도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운동에서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것처럼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EBS 수능특강이 1996년 첫 방송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고액 과외는 그 효율성 때문에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외의 효율을 이제는 인정하고 그 격차를 줄이는 쪽이 맞다. 과외가 점수를 실제로 얼마나 올리는지는 시범 운영 자료로 증명하자. 거기서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밝힌다면 과외를 찾을 이유도 저절로 줄어든다. 글쓰기 실력은 충분한 독서량, 감상문과 비평문을 쓰며 늘리면 되고 권장도서를 늘려 전국에 보급하면 큰 비용 없이 할 수 있다. 첨삭은 AI 서비스로 만들어 모든 학생에게 열어 주면 된다.
교총은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막 시행된 상황에서 수능까지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급격한 변화가 수십년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걱정은 옳다. 일본은 10년 가까이 준비하고도 채점 공정성 문제로 서술형 도입을 중단했다. 그러나 속도를 늦추는 것과 방향을 정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늦으면 늦을수록 우리 학생들은 AI가 대신 풀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허송세월한다. 천천히 가되, 어디로 가는지는 하루라도 빨리 밝혀야 한다.
최근 대규모 연구에서는 AI는 평균적인 사람의 독창성을 넘어섰지만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은 아직 AI보다 앞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교육이 키워야 할 것은 평균적인 정답을 빠르게 내놓는 힘이 아니라, 남들이 잇지 않던 것을 잇는 힘이다. 또한 미국 MIT 연구진의 사전 논문에 따르면 챗GPT로 글을 쓴 집단의 뇌 활동이 가장 낮게 측정됐다. 이 연구가 말하는 것은 명백하다. 글쓰기는 인간을 사고하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이다. 수능을 대체할 제도는 킬러문항 회피기술이 아닌 사람의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돕는 사고력을 측정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조환 프로그래머
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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