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녹음 등 사료 3000여 건 학습해 영상 제작… AI 활용은 그룹 최초
6.25 잿더미서 일군 선경직물부터 이동통신 진출까지 그룹 성장사 조명
최태원 회장 “AI 활용해 창업세대 정신 나누자”… 경영 환경 나침반 기대
[포인트경제] SK그룹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그룹의 기틀을 닦은 창업세대의 목소리와 모습을 복원했다.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을 전 구성원과 공유하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성장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SK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제작된 영상에서 인공지능(AI)으로 재현된 최종건 창업회장(왼쪽)과 최종현 선대회장 /SK그룹 제공
SK그룹은 두 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5분 분량의 AI 영상을 지난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미디어월과 사내방송을 통해 상영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올해 창립 73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영상은 6.25 전쟁 직후 잿더미가 된 선경직물을 재건하는 과정부터 오늘날의 SK로 성장하기까지의 역사를 두 회장의 어록과 함께 생생하게 재현했다.
영상 속 최종건 창업회장은 “할 수 있고, 해야 되고, 하면 된다는 게 내 신념”이라며 1958년 나일론 생산 결단과 워커힐호텔 인수 등 도전의 역사를 회고한다. 이어 경영을 이어받은 최종현 선대회장은 “기업가라면 10년을 내다봐야 한다”며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 등 오늘날 ICT 역량의 근간이 된 결정적 순간들을 되짚으며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영상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제작됐다. 최 회장은 AI를 통해 창업세대의 ‘패기’와 ‘지성’을 구성원들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SK그룹은 그간 대역 촬영이나 그래픽 방식을 사용해 왔으나, 영상 전체를 AI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AI는 그룹 사사와 선대회장의 저서, 지난해 복원된 3000여 건의 육성 녹음 테이프인 ‘선경실록’ 등을 학습해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영상을 만들어냈다.
SK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제작된 영상에서 인공지능(AI)으로 재현된 최종현 선대회장 /SK그룹 제공
영상 말미에는 “두 분에게 물려받은 치열함과 고귀한 정신으로 다시 한번 도약하자”는 최태원 회장의 기념사가 담겨 창업 정신의 계승을 강조했다. 지난 8일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 영상을 시청한 최 회장은 “음성과 영상의 정확도가 상당하다”며 기술 발전에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석유와 이동통신, 반도체로 이어진 그룹의 성장사가 이제 AI로 연결되는 시점”이라며 “창업세대의 메시지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에게 지혜로운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AI 영상 복원은 최근 SK그룹이 추진 중인 ‘AI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리밸런싱)’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를 필두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고 그룹 전반에 AI 내재화를 서두르는 시점에서, 과거 ‘무(無)에서 유(유)’를 창조했던 선대회장의 결단력을 소환해 조직 내 긴장감을 높이고 변화에 대한 수용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특히 과거 섬유에서 석유, 통신,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마다 불가능에 도전했던 창업 세대의 패기를 AI라는 최첨단 기술로 재현함으로써, 전 구성원에게 ‘제2의 창업’에 준하는 강력한 혁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포인트경제 라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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