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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로 100배 성과 내는 '슈퍼 탤런트'가 뜬다

그는 결국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이론적으로 배우는 리터러시 교육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기술과 직접 부딪히는 접촉 면적을 늘리는 거다"라며 "카카오톡 메신저를 쓰든, 로봇을 마주하든...

AI로 100배 성과 내는 '슈퍼 탤런트'가 뜬다

“지금이 2056년이라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오늘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AI 이후의 경제』(매일경제신문사 │264쪽)를 출간한 윤태성 카이스트(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 20일, 컴퓨터 화면을 두고 마주했다.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시공간을 비틀어버렸다. 1990년대 초, 개인 이메일 주소가 생소하던 시절의 상상과 현재가 얼마나 닮았고 또 다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변화가 끝난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지금은 마음껏 상상할 시기”라며 진화할 미래 기술과 시장을 대담하게 상상해보자고 했다.

모든 기술 융합의 최종 목적지는 AI 자율

판단의 책임이 이동하는 시대, 주권을 묻다

상상의 핵심은 ‘AI 자율’이다. AI 자율은 인식·판단·행동, 3가지 인자의 곱셈이며 윤 교수가 AI 경제 연구를 진행하면서 정식화한 개념이다. 그는 이에 대해 “그동안 인식과 행동 사이의 판단은 인간이 했다. 하지만 이제 그 판단의 주체가 AI로 넘어가게 되면서 인간은 더 이상 그 과정에 개입할 수 없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경제의 주체가 인간에서 AI로 옮겨가는 결정적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어떤 상품이 먼저 등장하는지가 아니라, 판단과 실행의 책임이 점차 AI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한다. 인간이 AI에게 판단을 맡기는 행위를 ‘자유의 박탈’로 보느냐는 질문에 윤 교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우리가 이미 SNS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게시물을 보고 내비게이션이 정해준 몇 가지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한다”라며 “100가지 선택지보다 AI가 골라준 3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걸 인간은 ‘자유의 박탈’이 아닌 ‘편하다’라고 느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AI는 인간의 자유를 뺏지 않는다. 다만 설계된 범위 내에서 ‘우리가 선택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할 뿐”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존재한다. AI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AI 윤리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지점엔 이견은 없으나, 그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가장 먼저 논의를 시작해야 할 지점을 묻자, 윤 교수는 의외의 장소를 꼽았다. 바로 ‘학교’다. 국방·경제·생명 윤리 등 무거운 담론에 매몰되기보다, 매일 AI와 접촉하는 세대의 일상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이미 대학원생부터 학부생까지 AI를 쓰지 않는 학생이 없다”라며 “1년 전만 해도 AI 사용을 금지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쟁했지만, 이제는 그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윤리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님을 학생들이 먼저 깨닫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학교라는 안전한 실험실에서 AI를 쓰고 토론하며, 무엇이 윤리적으로 수용 가능한지 그 경계를 스스로 획득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도쿄대에서 AI 기반 지능형 기계설계 연구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도쿄대 조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일본에서 소프트웨어 벤처를 직접 창업·경영하며 기술과 시장의 최전선을 경험했다. 사진=이나영

기존 경제학 공식 무너져...자율 메커니즘 부각

경제학의 기본 공식인 ‘노동-자본’의 결합도 해체되고 있다. 윤 교수는 미래경제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으로 ‘슈퍼 탤런트’를 꼽았다. 그가 내놓은 답변은 놀랍게도 인간이다. 그는 “과거 스티브 잡스는 IT 분야에서 평균보다 10배, 100배의 생산성을 내는 인간이 존재한다고 했다”며 “AI 시대도 마찬가지로 이런 소수의 ‘10X 인간’, ‘100X 인간’이 기업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100X 인간은 향후 ‘자율 경제 메커니즘’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산업 시나리오를 만들고 진행하는 소수 주체다. 그는 “AI와 로봇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모품이 되겠지만, 슈퍼 탤런트 인간의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평범한 직업인들은 모두 퇴출당하는 걸까? AI 혁명이 불러일으킬 미지의 영역이 무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윤 교수는 이런 두려움에 대해 직장과 직업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정적인 직장은 줄어들겠지만, AI를 도구 삼아 각 개인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의 종류는 오히려 세분화돼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반려견 산책 코스 플래너, 개인 맞춤형 된장찌개 식당과 같이 기술이 단위를 쪼갤수록 일자리는 다양해질 수 있다”면서 “다만 그 단위가 조직이 아닌 개인이 될 뿐”이라고 해석했다.

기술과 시장의 관계를 설정할 때 윤 교수가 던지는 질문은 날카롭다. 기업과 기획자들이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집중할 때, 그는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원하는 것은 눈에 잘 띄지만, 원하지 않는 것은 숨어 있다. AI 기술도 마찬가지”라며 “사용자가 불편해하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시장의 승패를 가른다”라고 덧붙였다. 카페의 커피 맛보다 더러운 화장실이 고객을 떠나게 하듯, AI 기술에서도 우리가 원치 않는 ‘불쾌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기술과 시장의 관계를 설정하는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최근의 AI 논의가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기술결정론에 치우쳐 있음을 경계했다. 그는 이를 넘어서는 기술사회학 관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학자로서 기술이 사회적 갈등과 분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역으로 인간은 기술을 어떻게 통제해 갈등을 줄일 수 있을지 연구하고 싶다”라며 관점의 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AI 진화의 다섯 단계, 대화부터 조직까지

인터뷰의 화두는 자연스럽게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AI 진화를 대화-추론-자율-혁신-조직으로 이어지는 5단계로 구분했다.

‘대화 AI’는 인간이 질문하면 AI가 답을 생성한다. ‘추론 AI’는 AI가 논리적 사고와 추론으로 답을 제시한다. 현재 시점은 대화 AI에서 추론 AI를 향하고 있는 단계라고 윤 교수는 말한다. 전 세계는 추론 AI를 선점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 달려들고 있다.

윤 교수는 “아직 황금 시장은 열리지 않았다”라며 현재의 AI 열풍은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와 닮아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작 금광에서 돈을 번 건 광부가 아니라 청바지와 곡괭이를 판 기업들”이라며 “지금의 엔비디아가 그렇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그 이후, 기술이 일상에 스며들어 투명해지는 시장 확장 단계에서 결정된다”라고 설명했다.

AI 활용 격차는 이미 시작돼...1천만 명에게 매월 1만원씩 'AI 바우처'를

윤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파격적이다. 그는 정부가 초·중·고·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1천만 명에게 매월 1만 원씩 ‘AI 바우처’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AI 활용 능력의 격차인 ‘AI 디바이드’가 이미 시작됐다며 “1천만 명의 인재가 세계 최고의 AI 유료 서비스를 마음껏 써보며 기술의 한계를 경험하고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상상하게 해야 한다”라며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결합한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먼저 신제품을 출시하고 반응을 살피는 세계 최고의 ‘AI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AI 윤리 문제를 교육 현장에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AI 구조 속에서 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윤 교수는 리터러시와 접촉이라는 두 단어를 꺼냈다. 그는 결국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이론적으로 배우는 리터러시 교육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기술과 직접 부딪히는 접촉 면적을 늘리는 거다”라며 “카카오톡 메신저를 쓰든, 로봇을 마주하든 의식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독자들이 이 책을 하나의 촉매로 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독자들에게 그는 “개인 이메일을 처음 가졌을 때의 설렘과 두려움을 기억해보라. AI도 인터넷의 등장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겠지만, 그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책을 통해 30년 뒤의 시점에서 오늘을 기록해 보시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답변처럼 『AI 이후의 경제』는 대담한 상상이 서로 이어진, 일종의 지적 체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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