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에 관하여_
프랭크 카프리오. 포레스트북스. 2만원
사법 불신이 극에 달한 시대다. 차라리 인공지능(AI)에게 판결을 맡기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현실은, 법이 인간의 온기를 잃었음을 방증한다. 법에 대한 냉소의 한복판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선처를 베풀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로 불린 프랭크 카프리오 전 미국 프로비던스시 법원장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죄를 묻기에 앞서 피고인의 고단한 삶을 먼저 들여다본 판사였다.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고인(故人)이 췌장암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매달려 완성한 이 책은, 그가 남긴 사실상 유일한 유산이다. 우리 사회는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지만, 정작 타인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저자는 연민이 타고나는 본성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연민을 배우고 실천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 그저 상대의 자리에 서서 "이 사람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 묻는 것. 저자는 그것이 정의의 시작이자 완성임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역설한다.
영원한 청년 김시습_
소종섭. 한걸음 더. 1만7000원
사육신의 시신을 거두고 단종의 초혼제를 지낸 이는 김시습이다. 당대 최고권력가 한명회에게 정면으로 맞섰던 그의 결기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울림을 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여운이 가시기 전, 시대의 풍운아였던 그의 삶을 꼭 보시라.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_
샘터편집부. 샘터. 2만원
56년 동안 잡지 '샘터'가 길어올린 명문장들의 정수다. 특히 문장 아래 놓인 질문들은 독자의 펜 끝을 머뭇거리게 할 만큼 묵직하다. 가벼운 대답 대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공들여 고른 문장들의 기록이다.
불빛 없는 밤의 도시_
정해연. 엘릭시르. 1만7500원
'홍학의 자리'로 스릴러 팬들을 열광시켰던 정해연 작가의 신작이다. 네 가지 장르가 혼합된 독특한 구성 속에서 인간의 저열한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불쾌한 심리의 밑바닥을 훑으며 진실과 마주하게 만드는 감각적인 스릴러.
의성에 살으리랏다_
서명수. 서고. 1만6000원
'의성'이라는 지명에서 지난해 경북 산불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이곳은 1954년 실향민들이 세운 한국 마지막 성냥공장이 숨 쉬는 땅이다. 각박한 도시 생활을 잠시 잊고 지역의 깊은 향기를 맡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지역 안내서다.
훌리건과 벌컨_
장훈. 어포인트. 1만9800원
극단으로 치달은 정치 지형 속에서 합리적 대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정치학자 장훈은 왜 온건한 시민들이 정치에 등 돌리게 되었는지 날카롭게 진단한다. 거친 함성이 점령한 광장에서 혐오를 넘어 접점을 찾아가는 뼈아픈 이정표.
결혼 옵션 세대_
민세진 외. 생각의힘. 1만8800원
결혼과 출산은 이제 당위가 아닌 '위험 비용'의 계산 문제다. 책은 청년 세대의 선택을 기성세대의 삶을 목격한 뒤 내린 합리적 결론으로 정의한다. 대한민국이 왜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 그 궤적을 추적하며, 결혼이라는 옵션을 마주한 세대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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