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IL’ 프로젝트, 7770개 도서관 공동 활용 선언
이용권 보상·저작권 보상 기반 디지털 포용 설계
황정근 관장 “국회 밖으로 가야 국가 지식 플랫폼”
황정근 국회도서관장이 지난 1~2일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열린 제24차 한국학술정보협의회 정기총회 및 콘퍼런스에서 ‘국회AI도서관 NAIL’ 프로젝트와 디지털 포용 기반 지식 플랫폼 구축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출처: 황정근 국회도서관장 페이스북 갈무리)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도서관이 AI를 품을 때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질문이 있다. “원문 없이 요약만 제공하면 저작자에게 무슨 이익이 남는가.” 이 물음에 황정근 국회도서관장은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 보상금 지급 체계가 작동한다”고 답했다.
지난 1~2일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열린 제24차 한국학술정보협의회 정기총회 및 콘퍼런스. 국회도서관은 이 자리에서 지능형 플랫폼 ‘국회AI도서관 NAIL(National Assembly AI Library)’ 프로젝트를 공식 소개하고 전국 7770개 회원기관과의 공동 활용 청사진을 제시했다. 황 관장은 콘퍼런스 발표에 이어 같은 날 페이스북에 NAIL의 철학과 설계 원칙을 직접 풀어냈다.
◆“국회 안에서만 쓰면 국가 지식 플랫폼 아니다”
NAIL은 입법·정책 보고서 생성이나 이슈 분석 요청이 들어오면 AI가 입법자료·정책자료와 뉴스·SNS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키워드 빈도와 여론을 분석한 뒤 기존 보고서의 핵심 문장을 추출해 목차와 논리 구조까지 기획해주는 시스템이다. 최종적으로 이슈 분석 리포트나 보고서 초안을 제공해 입법 지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황정근 국회도서관장은 국회 내부에 머무르는 혁신을 넘어 외부로 확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도서관이 아무리 뛰어난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국회 안에서만 활용된다면 진정한 국가 지식 플랫폼이라 할 수 없다”며 “공공도서관과 전문도서관, 대학도서관 등 한국학술정보협의회 소속 7770개 회원기관이 NAIL의 지능형 서비스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유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지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7770개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것은 규모 이상이다. 전체의 66%를 차지하는 학교도서관 5119개가 포함된다는 것은 정보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계층 농어촌 학생, 고령 이용자, 장애인을 플랫폼의 사정권 안에 둔다는 선언이다. 콘퍼런스 주제인 ‘디지털 포용’이 수사가 아니라 설계 조건에 가까운 이유다.
지난 1~2일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열린 제24차 한국학술정보협의회 정기총회 및 콘퍼런스에서 관계자가 국회AI도서관 ‘NAIL’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독자 제공)
◆저작권, AI와 창작자 사이의 ‘상생 설계’
AI 도서관 서비스를 둘러싼 가장 첨예한 쟁점은 저작권이다. 세계 각지에서 출판사와 AI 기업 간 소송이 이어지는 시점에 NAIL은 구조적 해법을 제시했다. 황 관장은 페이스북에서 그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핵심은 ‘요약+원문 링크’ 모델이다. AI는 방대한 내용을 분석하되 원문 텍스트 전체를 이용자에게 직접 노출하지 않는다. 대신 이용자가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요약’과 함께 반드시 ‘원문 링크’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링크를 클릭해 원문에 접속하는 순간 저작권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 체계가 작동한다.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상생 구조를 강조했다. 황 관장은 “도서관의 근간은 저작물이며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기술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AI는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되 원문 전체를 노출하지 않고 핵심 요약과 원문 링크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가 링크를 통해 원문에 접속하면 저작권법에 따른 보상 체계가 작동해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했다”며 “AI는 창작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숨겨진 지식을 발굴해 더 많은 보상을 연결하는 상생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정근 국회도서관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AI도서관 NAIL’ 프로젝트의 비전과 설계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황 관장은 공유와 신뢰를 넘어 디지털 포용 기반의 국가 지식 플랫폼 구축 방향을 강조했다. (출처: 황정근 국회도서관장 페이스북 갈무리)
◆정책·학계·산업계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이 모델이 실현되려면 여러 이해관계자의 숙제가 따른다. 우선 정책 입안자에게는 입법 과제가 생긴다. 보상금 지급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도서관의 디지털 원문 열람을 저작권법상 ‘이용’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법령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NAIL이 저작권법 개정 논의의 실질적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일 콘퍼런스에서 이철남 충남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가 ‘모두를 위한 도서관 AI 서비스와 저작권 쟁점’을 발표하며 이 법적 공백을 집중 조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계와 도서관계의 과제는 이용자 행동 설계다. ‘요약+원문 링크’ 구조는 이용자가 링크를 클릭해야 비로소 보상금이 발생하는 구조다. 클릭이 없으면 보상도 없다. 링크 클릭률을 높이는 UX 연구와 이용자가 원문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AI 리터러시 교육이 플랫폼 성패의 또 다른 변수다.
출판·콘텐츠 산업계에는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한다. NAIL이 ‘묻혀 있던 지식’을 발굴한다는 약속이 실현된다면 그동안 검색 엔진에서조차 잘 노출되지 않던 학술·전문 도서의 가시성이 높아진다. 롱테일 저작물을 보유한 출판사에게는 새로운 유통 경로가 열리는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플랫폼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국회도서관이 콘텐츠 유통의 핵심 관문이 된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따져볼 리스크이기도 하다.
◆500명 모인 콘퍼런스, 화두는 ‘포용’
이번 총회에는 김석필 천안시장 권한대행, 이진우 한국도서관협회장, 이지연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부위원장) 등 회원기관 대표 500여 명이 참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도서관은 언제나 세대와 시대를 잇는 가교로서, 지식의 공유와 확산을 이끌어 왔다”며 “기술의 혜택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도서관의 미래를 모색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1일 기조강연을 맡은 김규환 인천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지능정보사회, 도서관의 새로운 사회적 약속: 디지털 포용으로 여는 신뢰와 도약의 지평’을 주제로, 도서관이 기술 도입의 주체가 아닌 ‘신뢰 인프라’의 설계자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1~2일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열린 제24차 한국학술정보협의회 정기총회 및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국회도서관의 ‘NAIL’ 프로젝트와 디지털 포용 기반 지식 플랫폼 구축 방안 발표를 듣고 있다. (독자 제공)
◆지식 협력 공로, 10개 기관·개인 수상
정기총회에서는 자료 공유와 전자도서관 이용 등 협의회 활동에 적극 참여한 기관과 개인 10곳에 공로패가 수여됐다. 국회의장상은 지역 대표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의 협력 모범을 보인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서강대학교·광주광역시 광산구가 받았다.
국회도서관장상은 인천광역시교육청연수도서관, 서울시립대학교, 국립국어원, 충청북도, 월곡고려인문화관 ‘결’ 그리고 이번 행사 개최지인 천안시도서관본부의 전하림 사서에게 돌아갔다. 한국학술정보협의회장상은 도서관 서비스 생태계를 민간에서 지원해 온 ㈜부커스가 수상했다. 공공·대학·전문·지역문화 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까지 아우른 수상자 면면은 협의회가 지향하는 ‘공유와 협력의 지식 생태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황 관장은 현장 발언에서도 같은 맥락을 이었다. 황 관장은 “도서관은 명실상부한 공공지식 인프라로서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하고 기술의 혜택과 지식 활용 기회를 누릴 수 있는 디지털 포용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도서관은 NAIL을 중심으로 회원기관 간 공유와 협력을 더욱 확대해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지식을 탐구하고 활용할 수 있는 포용적 지식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NAIL’이라는 이름에 담긴 ‘National Assembly’는 국회를 지칭하지만 황 관장이 그린 플랫폼의 수혜자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 전체다. 국회도서관이 스스로 설정한 그 간극을 메우는 것 그것이 이 프로젝트의 진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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