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의 AI시대 인사이트 67]
소설 ‘작별인사‘와 ’클라라의 태양‘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
김영하의 <작별인사>와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을 우연히 읽게 됐다.
기술이 점점 빠르게 우리의 멱살을 잡고 '변화하라' 주문하고,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이 시대. 그러나 이 두 권의 책이 비추는 미래는 그 변화 속에 생존한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인간다운지에 대해 묻고 있다. AI 시대에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들이 먼저 도착한 미래를 통해 하나의 실마리를 건넬지도 모른다.
글 내용에 맞춰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자료 = 뉴스버스)
휴머노이드와 인간, 누가 더 인간적일까?
두 작품은 '다가올 세계'를 말하는 듯하지만, 이미 시작된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유전자 편집, 통제된 사회가 등장한다. 겉으로 보면 기술이 만들어낼 불안한 미래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남는 것은 다른 종류의 불편함이다.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휴머노이드들이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보이고, 정작 인간은 효율과 기능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데 익숙해지며 인간다움을 잃어버린다. 기술은 진보하는데, 인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두 책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별인사>는 자신을 인간이라 믿고 살아온 소년 철이가 사실은 휴머노이드였음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 그는 제도 밖의 존재들을 만나며 스스로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관계를 맺고, 상실을 경험하고, 선택을 감당해야 하는 과정 속에서 그는 점점 더 인간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인간과 다를 바 없이 느끼고 사랑하는 존재를, 단지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아니다'고 말하는 미래 사회에서, 철이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끝이 있기에, 우리 인간은 더 간절하게 살아간다. 만약 모든 것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지금 이 순간이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질까. 끝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을 붙잡으려 하고, 의미를 부여하려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철이가 내린 선택이 슬프면서도 이해가 된다.
<클라라와 태양>은 다른 방향에서 같은 질문에 도달한다. 더 똑똑하고 경쟁력 있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 편집까지 감수하는 부모. 그 과정에서 병을 얻은 아이를 위해 집에 들인 인공친구 클라라는 헌신적인 친구가 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병약한 딸을 감내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아이를 살릴 수 없다면 똑같이 행동하는 로봇으로 대체하고 싶어한다. 대체제가 있기에 어머니는 딸의 생명을 일찍 포기하지만, 클라라는 인간은 대체할 수 없다는 신념 아래 자기를 훼손해가면서 조시를 살려낸다.
결국 조시는 건강하게 살아나고, 인간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클라라를 떠난다. 클라라는 모두에게 조용히 잊혀지고, 야적장에서 조시와의 기억을 붙들고 담담하게, 후회 없이 사라져간다. 인간은 나약하고 쉽게 잊지만, 클라라는 평생을 기억한다. 나약함도, 망각도, 소중한 기억도 모두 인간적인데, 무엇이 더 인간적인 것일까. 질문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생성형 AI는 이미 사람을 공감하고 감정을 흉내 내고 위로를 한다. 로봇은 돌봄과 안내의 역할을 맡기 시작했고, 데이터는 우리의 선택을 예측한다. 이제 AI는 도구를 넘어 감정과 관계의 영역까지 스며들고 있다.
그래서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사람을 완벽하게 흉내 내는 기술이 가능해진다면, 그 존재를 사람을 대신하는 데까지 사용해도 괜찮은 것일까. 누군가를 대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면, 그것은 곧 정당한 선택이 되는 것일까. 기술은 가능성을 넓히지만, 그 가능성을 어디까지 사용할지는 결국 인간의 판단에 달려 있다. 문제는 우리가 점점 '가능한가'만 묻고, '옳은가'를 덜 묻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지금 인간다움을 배워야 하는 시대의 앞에 서 있다
이 두 작품은 미래 예측서라기보다 인간 진단서에 가깝다.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랑이 어떻게 조건화되는지, 그리고 타인의 고유함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지를 묻는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지 기술을 빠르게 익히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공감하는 힘, 그리고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기계가 점점 인간을 닮아갈수록, 인간은 더 의식적으로 인간다움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두 소설 속의 낯선 장면과 다르지 않은 현실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AI시대, 우리는 AI에게 인간이 역습당할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이 두 책은 기계는 점점 더 따뜻해지는데, 사람은 점점 더 차가워지는 시대를 경고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 인간다움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배우고 훈련해야 하는 그런 미래의 초입에 서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희연
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과 유수 증권사의 IT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금융·증권·IT·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MI·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통해 현자·석학들과 대화하며 차별화 전략·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 을 창안, 관련 저작권을 갖고 있다. 현재는 이 독창적 AI활용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전략 컨설팅> 및 <AI 강의> 등을 하고, 뉴스버스에 'AI시대 인(人)사이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감지능시대>와 최근 출간된 <리더는 AI에게 질문하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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