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영역에서는 기존 수익모델이 흔들리는 반면, 반도체·전력·클라우드 등 인프라 산업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돈의 흐름’을 재편하는 변곡점이 되고 있다. ‘AI가 바꾸는 산업지도’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KAIST를 방문해 '피지컬 AI 통합 플랫폼'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시대에 한국은 부품은 강하지만, 돈이 모이는 플랫폼은 약하다.”
국내 IT업계에서 최근 나온 말이다.
글로벌 AI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기회와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반도체 경쟁력을 기반으로 인프라 시장에서는 분명한 강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빅테크 출신 관계자는 “한국은 AI 시대에 ‘부품 공급자’로는 강하지만, 최종 수익을 가져가는 플랫폼 경쟁에서는 아직 존재감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반도체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뚜렷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며 AI 수요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는 AI 사이클의 핵심 수혜지만, 이익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산업 전반을 보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은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할 때 자본력과 데이터 규모에서의 격차도 부담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AI는 투자 비용이 너무 크고 회수 기간은 불확실하다”며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공격적으로 가기도, 안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인재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AI가 코딩을 대신하는 환경에서는 단순 개발 능력보다 문제 정의, 시스템 설계, 결과 검증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프로그래밍 중심에서 설계와 구조 이해 중심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KAIST 출신 한동욱 전주교 교수는 “앞으로는 코딩 잘하는 인재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활용해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교육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과제는 인프라다. AI 경쟁력의 핵심인 GPU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과 연구 환경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학 간 공동 활용 체계 등 새로운 방식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구기관 관계자는 “GPU 인프라 격차는 곧 AI 경쟁력 격차로 이어진다”며 “국가 차원의 공동 인프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의 미래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생산성 혁명이 새로운 성장 사이클을 만들 것이라고 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일자리 감소와 수익 구조 붕괴를 우려한다.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AI 시대의 핵심은 대체가 아니라 활용”이라며 “어떤 기업이 AI를 더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산업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반도체 중심의 인프라 강국으로 남을 것인지, 플랫폼과 AI 서비스까지 확장할 것인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양준환 뉴시안 경제산업 전문위원은 “AI 시대는 ‘잘 만드는 나라’보다 ‘가치를 가져가는 나라’가 승자가 된다”며 “한국이 어느 위치를 선택하느냐가 향후 10년 산업 구조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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