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AI가 바이오 연구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유전자 데이터의 활용 방식은 급변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국제 규범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비용과 이익공유 문제까지 겹치며 글로벌 갈등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의 KBCH 브리핑을 통해 AI와 바이오 기술의 결합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유전자원 이익공유 체계가 현실과 괴리를 보인다고 밝혔다.
과거 바이오 연구는 실험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까지 설계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와 단백질 정보를 담은 ‘오믹스 데이터’는 핵심 자원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기존 규제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제 기준인 나고야의정서는 물리적인 유전자원을 전제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연구는 디지털 데이터 기반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AI가 생성한 ‘가상 유전자’까지 등장하면서 규제의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
AI 기술의 진화도 이러한 혼란을 키우고 있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새로운 유전자나 단백질 서열을 직접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데이터가 단순한 참고자료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원천으로 바뀐 것이다.
산업계는 비용 부담이라는 새로운 변수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공개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개발해왔지만, 데이터 이용에 비용이 부과될 경우 연구개발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 반면 자체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은 경쟁 우위를 확보하면서 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학계 역시 영향권에 있다. 데이터 접근이 제한되거나 비용이 상승하면 국제 공동연구가 위축되고, 자금력이 부족한 연구자들은 AI 연구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데이터에 과금 체계가 도입될 경우 AI 모델 개발 비용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데이터 비용이 연산 비용을 넘어설 수 있어, 일부 대형 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이익공유 체계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개별 계약 대신 기업들이 공동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이나, 데이터를 외부로 이동시키지 않고 함께 학습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국가 간 입장 차이도 뚜렷하다. 자원을 보유한 국가는 보상을 요구하는 반면,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데이터 개방을 선호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 만큼 규제가 강화되면 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적절한 이익공유 체계는 국내 데이터의 가치를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단순한 규제 수용자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바이오 규범 설계에 참여하는 ‘룰 세터’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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