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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發 반도체 재편...설계·생산 경계 흔들 [AI칩 인사이드]

설계는 팹리스, 생산은 파운드리로 역할이 나뉘며, 특히 대만 TSMC 같은 순수 파운드리 모델이 부상했고, 삼성전자 역시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파운드리 사업 분리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전문화와 분업'에...

AI發 반도체 재편...설계·생산 경계 흔들 [AI칩 인사이드]

AI發 반도체 재편...설계·생산 경계 흔들 [AI칩 인사이드]

테슬라에 이어 Arm도 반도체 사업 도전장

칩 플레이션 여파...빅테크, 자급자족 방식 고민

고객이 경쟁자로, K반도체 기회·위협 공존

이유나

기자

2026-03-27 06:06:01

머스크 테슬라 CEO에 이어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까지 창사 35년만에 처음으로 자체 칩 판매에 나서면서 반도체 산업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설계는 설계, 생산은 생산으로 나뉘어 있던 전문 분업 구조가 흔들리면서, 빅테크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반도체사업까지 통합하는 'AI 시대형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르네 하스 Arm CEO/사진제공=뉴스1

■ Arm의 반도체 칩 선언..."직접 칩 사업 확대할 것"

Arm은 24일(현지시간) AI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Arm AGI CPU'를 공개하고 직접 칩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환경에 최적화된 CPU로, 기존 인텔·AMD의 x86 기반 서버용 칩 대비 동일 전력 기준에서 2배 이상의 성능을 구현한다고 Arm은 설명했다.

TSMC의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되는 이 칩은 300W 전력 내에서 최대 136개 코어를 구동하도록 설계돼, AI 데이터 센터에서 핵심과제로 떠오른 전력 효율 문제를 겨냥했다.

그동안 Arm은 반도체 설계에 따른 지식재산권(IP) 수수료를 주요 사업 모델로 해왔다.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아마존 등 고객사에 설계 기반을 제공하고 라이선스와 로열티를 받는 사업구조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Arm은 직접 칩 시장에서 뛰는 '제품 플레이어'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Arm이 설계(IP)를 제공하면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같은 고객사가 이를 기반으로 칩을 설계하고 TSMC 등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앞으론 Arm이 직접 CPU를 설계해 완성된 형태로 공급하면서, 고객사는 이를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바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반도체 가격이 치솟으면서 '칩플레이션' 상황이 이어지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영역을 확장한 셈이다.

다만 Arm의 이번 사업확장은 기존 고객과의 협력관계를 넘어 경쟁 구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파장을 예고된다.

■ 테슬라도 Arm도...반도체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

최근 테슬라의 머스크CEO도 반도체 생산공장 '테라팹' 구축 계획을 밝힌데 이어, Arm까지 칩 시장에 직접 진입하면서, 빅테크와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직접 생산 움직임은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핵심은 AI로, AI 서비스 경쟁이 격화될수록 연산 성능과 전력효율을 좌우하는 반도체를 외부에 의존하기 보다 직접 설계하고 최적화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AI데이터센터는 전력과 열, 성능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인만큼, 칩 설계부터 시스템까지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 이른바 '칩 플레이션'도 영향을 미쳤다.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기 시작했고, 결국 기업들은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면 비용통제와 공급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 반도체 산업이 분업구조로 재편되던 상황과 대비된다. 초기 반도체 산업은 설계와 생산을 모두 수행하는 'IDM(종합반도체기업)' 중심이었다. 하지만 고객과 경쟁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이해충돌 문제, 공정 기술 고도화에 따른 막대한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산업은 점차 분업화됐다.

설계는 팹리스, 생산은 파운드리로 역할이 나뉘며, 특히 대만 TSMC 같은 순수 파운드리 모델이 부상했고, 삼성전자 역시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파운드리 사업 분리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전문화와 분업'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던 것이다.

하지만 AI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이 흐름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히 칩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인프라까지 통합 최적화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라 판단하고 있다.

칩 설계와 생산을 모두 묶는 IDM에 가까운 형태로 재통합되는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단장은 "옛날엔 IBM이나 인텔이나 모두 IDM업체였다"며 "TSMC가 나오며 파운드리와 분업을 하게 됐지만, 이제는 AI 시대형 IDM으로 가는 흐름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 "고객이 경쟁자로"…K반도체, 기회와 위협 동시에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겨준다. 우선 메모리분야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높다.

AI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rm CPU 역시 DDR5 고대역폭 메모리를 지원하면서 관련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AI 연산구조상 GPU와 CPU 성능이 높아질 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메모리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인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 가능성은 유효하다는 평가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들이 모든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Arm의 경우 기존 반도체 설계 IP를 제공하는 형태에서, 이제 직접 CPU를 설계해 완제품 형태로 판매하는 구조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생산은 TSMC 등 외주 파운드리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

CPU나 AI 가속기 같은 핵심 칩은 직접 설계하지만, 이를 구성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외부 기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Arm의 경우에도 현재 칩은 TSMC가 생산하지만, 향후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테슬라의 경우 Arm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일부 생산 내재화를 검토하거나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최첨단 공정에서는 여전히 외부 파운드리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파운드리 기업은 기술력과 수율 경쟁에서 더 높은 기준을 요구받을 수 밖에 없다.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Arm이 직접 칩을 판매하고, 엔비디아, 테슬라,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가 자체 칩 개발을 확대할 경우, 기존 팹리스의 기업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김형준 차세대반도체지능형단장은 "메모리는 결국 삼성과 하이닉스한테 의존해야할 가능성이 크다"며 "메모리를 나중에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자체 칩 개발 등에 우선인만큼,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유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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