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교육 확산을 위한 정부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통합 플랫폼 구축보다 ‘운영 용역’ 중심으로 사업 구조가 재편되는 모습이다. 수십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가운데에도 지역별로 서로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는 구조로 데이터 연계와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한 달(3~4월)간 나라장터에 게시된 AI 교육 관련 주요 발주 / 그래픽=김경아 기자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3~4월)간 나라장터에 게시된 AI 교육 관련 발주는 대부분 교육 운영, 교사 연수, 콘텐츠 제작을 포함한 형태로 이뤄졌다.
주요 사례로는 경기도 AI 디지털배움터 운영 사업(예산 약 56억원)을 비롯해 경상북도(약 43억원), 전라남도교육청 관련 사업(약 39억원), 경상남도 디지털배움터 사업(약 29억원) 등이 있다. 이들 사업은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중심으로 교사·학생 대상 맞춤형 교육과정 설계, 디지털 역량 진단 및 수준별 교육 제공, 지역 거점 기반 교육 운영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교육 콘텐츠 개발과 교수학습 자료 제작, 강사 양성 및 관리, 교육 성과 평가 체계 구축 등 전반적인 운영 기능이 사업 범위에 담겼다. 일부 사업은 취약계층 대상 방문형 교육이나 지역 연계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는 등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이 같은 대형 사업에서도 학습 데이터 통합이나 플랫폼 구축은 제외돼, 사업의 중심이 여전히 인력 양성과 프로그램 운영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개별 사업 중심 구조가 이어지면서 기존 공공 플랫폼인 ‘e학습터’와 ‘위두랑’ 등의 역할에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들 플랫폼과 함께 민간 솔루션을 병행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도 통합 플랫폼 구축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중심으로 공교육 디지털 인프라를 통합하기 위한 공동 플랫폼 구축이 추진됐지만, 일부 교육청만 참여하면서 전국 단일 플랫폼으로 확장되지는 못했다. 교육청별로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거나 민간 솔루션을 병행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공교육 플랫폼은 통합되지 못한 채 분산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는 학습 데이터 기반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통합 플랫폼까지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의무 도입이 좌초된 후 필수 선택형 교육자료 성격이 강조되면서, 전체 사업 구조 역시 개별 용역 중심의 분산형 형태로 전환됐다는 해석이다.
이로 인해 학교별로 서로 다른 플랫폼과 솔루션을 혼용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데이터 연계와 학습 이력 관리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동일한 교육 정책 아래에서도 지역과 학교에 따라 학습 환경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공통 표준 없이 사업이 확산할 경우 중복 투자와 비효율이 누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활용 사례를 축적하는 단계로 볼 수 있지만, 통합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표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분산 추진되면서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협회 한 관계자는 “올해 교육부 업무보고 당시에 만든다고 한 통합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형태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AIDT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교육부 업무 거버넌스가 분산되면서 부서별 담당 업무도 모호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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