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출처=삼성]
삼성그룹이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올라타며 실적 개선을 이어가는 동시에 압도적인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재무 안정성과 신용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실적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조선·바이오 부문이 수익성을 보완하면서 '우수'한 신용도 유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27일 NICE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44조원, 영업이익 49조원을 기록했다.
핵심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매출 333조6000억원, 영업이익 43조6000억원을 올리며 그룹 영업이익의 약 89%를 책임졌다. 사실상 그룹 전체 수익 구조가 반도체 업황에 연동되는 구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실적 기준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작년 연간 영업이익 43조6000억원을 한 분기 만에 넘어선 규모다.
사실상 삼성전자 한 곳의 분기 실적이 그룹의 연간 수익 규모를 뛰어넘은 것이다. 삼성그룹의 수익 구조가 삼성전자에 집중된 가운데 핵심 축이 AI 메모리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로 해석된다.
'2026 월드IT쇼' 삼성전자관 전경 [출처=삼성전자]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삼성전자 실적 독주 체제 강화
이번 실적 개선의 본질은 AI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버 투자를 확대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공급 전략이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은 공급자 우위 국면으로 전환됐고, 이는 삼성전자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도체 호황을 단기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성장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AI 시장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단계로 확장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하고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경기 민감 업종에서 AI 인프라 핵심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부문 쏠림 구조는 여전하지만 비전자 부문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건설부문은 계열 물량 감소와 신규 수주 부진으로 실적이 둔화됐지만, 조선과 바이오가 이를 보완하는 모습이다. 조선 부문은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확대와 해상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LNG선 중심의 고선가 수주가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바이오 부문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며 최근 3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이익 성장률을 기록했고 송도 바이오캠퍼스를 기반으로 생산능력 확대도 지속되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AI 이미지 [출처=구글]
◆순현금·149조 유동성…삼성, 재무 체력 '초격차' 유지
결국 삼성은 '반도체 중심 성장'에 '조선·바이오 보완 구조'를 더한 다층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이다. 재무 안정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 30%대, 순차입금 의존도 마이너스를 유지하며 사실상 순현금 구조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약 149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 확보로 유동성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용도 역시 최상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전자부문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현금흐름과 그룹 전반의 재무 완충력이 결합되면서 외부 충격에도 대응 가능한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나신평은 이러한 흐름을 놓고 단기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봤다.
나신평은 "AI 산업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늘고, 이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업계는 이미 장기계약 확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는 반도체 산업 특유의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장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권준성 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의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과정"이라며 "올해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영업이익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