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송서영 기자]반도체 업황이 전례 없는 수준의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2000억원을 기록했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D램 영업이익률도 70%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호황과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변동성 확대와 중국 추격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에서 이탈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월 말 이후 국내 주식을 54조원 순매도했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49조원으로 86%에 달한다. 반도체 업황과 외국인 수급 간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 외국인 매도 3가지 이유…실적·주가·중국 변수
유진투자증권은 외국인 매도의 배경으로 실적 변동성, 주가 변동성, 중국 기업의 추격을 꼽았다. 먼저 첫 번째 요인은 실적 자체의 변동성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70%를 넘는 TSMC와 삼성전자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율의 표준편차는 TSMC의 10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AI 호황에 힘입어 급등하는 시기가 있는 반면, 하락 폭 역시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주가 변동성이다.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 전체의 40%를 넘어선 1월 말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종 쏠림이 심화된 상황에서 변동성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도 변동성이 확대되면 위험 대비 수익률(샤프지수) 기준으로 투자 매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은 52주 베타 기준 가장 변동성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호재가 있지만, 외국인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특정 업종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
자료: 유진투자증권
세 번째이자 가장 구조적인 요인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빠른 추격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중국 업체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이미 8~10% 수준까지 확대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부 기관은 2027년 중국 기업 점유율이 1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급 증가 속도 역시 주요 메모리 기업 대비 3배 이상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 기업의 기술 수준은 HBM과 범용 D램 모두 국내 기업 대비 약 4년가량 뒤처져 있다. 한국은행은 "AI 수요가 주도하는 고성능 제품 시장에서는 아직 직접적인 위협이 제한적이지만 범용 D램 시장에서의 공급 확대는 수급 균형을 앞당기고 가격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매도 마무리 국면…확장세 속 변수는 여전
매도 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외국인 지분율(48%)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이미 상당 부분 매도가 진행된 만큼 추가 하락 여지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ETF 자금 유입이 외국인 매도를 일부 상쇄하는 수급 구조도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반도체 경기는 당분간 확장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공급 제약을 감안할 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되지 않는 한 수요 우위 구도도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도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현 단계에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유가 상승과 금리 부담,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 투자나 메모리 공급 계획이 지연되는 움직임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AI 투자 수익성 검증 시점이 앞당겨지거나 빅테크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중동 지역의 에너지·소재·장비 공급 차질이 반도체 공급망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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