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지금, AI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발맞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2024년부터 AI문고를 통해 교육, 의료, 산업, 사회, 예술, 철학, 국방, 인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AI 담론을 폭넓게 조명해왔다. AI문고는 2026년 4월 1일 현재 742종에 이르렀으며, 올해 10월말까지 1000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핵심 이론부터 산업계 쟁점, 일상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다루면서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AI문고 저자들은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떤 가치와 기준이 필요할까. 투데이신문은 AI문고 저자들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AI 사회’를 향한 제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는 호모 데우스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 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호모 데우스』, p. 39.)고 단언한다.
하라리의 역사가 오류나 폭력 없이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간다는 역사인식은 공허해 보인다. 해나 아렌트는 역사의 진보에 오류나 폭력이 개입하는 것이 최대의 난제라고 하면서 이를 우울한 우연이라고 통찰했다. 이런 점에서 하라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역사가 행복 일 방향으로만 나아가 종국에는 유토피아로 종결된다는 인식은 낭만적 역사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굶어죽을 운명에 내몰린 호모 에이전트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 이후에 호모 데우스를 예측하는데 이러한 예측은 인공 지능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지 못한 무사유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인간이 호모 데우스라는 신이 된 인간보다는 상상력이 사라진 추상적 유령화 기호와 동일시한 권태 인간인 호모 에이전트가 예측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라리의 예측대로 인간이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아야 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빅테크 기업가 호모 파베르들과 정치인들이 하라리처럼 현실적인 대안 없이 낭만적인 유토피아라는 몽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로봇이 노동자 호모 파베르의 일자리를 빼앗아 노동자 호모 파베르가 굶주림과 질병과 폭력으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릴 것이 자명한데도 정치인과 관료들은 로봇세 어쩌구 하면서‘어떻게 되겠지’ 라는 자기 일이 아닌 듯이 무기력하게 방관만 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논의되는 방향이라면 노동자 호모 파베르는 하라리가 예측한 굶주림이나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굶주림이나 질병, 폭력으로 인해 대다수가 사망에 이를 것이다.
상상력이 사라진 권태 인간 호모 에이전트
로봇과 지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 지능 소유권을 소수의 기업가 호모 파베르가 독점하여 절대적 빈곤 상황에 처하는 호모 에이전트를 필자는 임금으로부터 소외(疏外)된다는 점에서 소산적(疏産的) 호모 에이전트라고 정의한다.
소산적 호모 에이전트는 로봇이나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의 소유권을 소수의 기업가 호모 파베르가 독점하여 로봇과 지식 서비스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사라짐으로써 굶주림과 질병, 폭력으로 인해 대다수가 사망의 위험에 놓이는 노동자 호모 파베르를 말한다.
소산적 호모 에이전트는 로봇이나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담당해온 일을 대리한다는 점에서 무기력한 권태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다.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의도에 의해 우연히 권태상황에 놓이게 됨으로써 상상력 또한 인간에게서 사라질 것이다. 권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은 인간이 상상 활동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고 상상 활동을 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무기력 상황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것이 의도하지 않은 의도에 의해 상상력이 사라진 권태 인간 호모 에이전트이다.
상상력이 사라진 추상화 유령화 기호 호모 에이전트의 최초 설계자 앨런 튜링
그런데 상상력의 종말을 상상한 최초의 과학자가 인공지능을 설계한 앨런 매시슨 튜링(Alan Mathison Turing)이다. 튜링은 추상적 유령화 기호-상상력에서 상상력이 제거된 추상적 유령 기호로만 작동하는 인공지능 연산장치를 상상했다. 튜링이 상상한 것은 인간 내부의 상상력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낸 인간 외부에 추상적 유령화 기호로만 작동하는 인공지능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튜링은 인간이 내부의 상상력을 끊어내고 스스로 추상적 유령화 기호가 되는 상상력 없는 인간을 상상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추상적 유령화 기호를 본질로 한다는 말은 인간에게서 생생하게 현실과 접촉하는 생기적 구체성이 사라지고 알고리즘이 생성하는 조작을 본질로 하는 기계 기호에 지배받는다는 말이다. 생기적 구체성이 사라진다는 말은 감각세계와의 접촉이 사라짐으로써 감각세계로부터 소외된다는 점에서 세계소외 상태에 처해짐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이 추상적 유령화 기호가 된다는 말은 인간이 감각세계로부터 소외되는 세계소외상태에 처함을 말하고 더 나아가 인간 자신이 세계소외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는 무소외성의 상태에 처한다는 점이다. 추상적 유령화 기호가 위험한 것은 인간이 소외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는 무소외성의 상황에 처해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추상적 유령화 기호가 초래하는 위험의 본질이다.
△ 박정민 작가
필자 소개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광고 기획 업무에 종사했다. 22여 년 간 인문학 활자 유랑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저서로 『싱글라리티』_인문학과 정신분석학으로 광고·마케팅 도발하기(인간사랑, 2012), 『숨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인간사랑, 2014, 출판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선정작), 『AI 필로소피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북스, 2024), 『호모 에이전트와 권태의 계보학』(커뮤니케이션북스, 2026년 4월 16일 출간)이 있다. 현재 10여 종의 미 출간 원고를 완성하고 출간 준비 중에 있다.
『호모 에이전트와 권태의 계보학』은 전작(前作) 『AI 필로소피 인사이트』와 2부작으로 기획되었다. 전작 『AI 필로소피 인사이트』가 AI에 대한 존재론에 천착했다면 그 후속 작으로서 『호모 에이전트와 권태의 계보학』은 전작의 논의를 확장해 AI로부터 촉발된 인류의 존재 방식을 호모 에이전트로 정의하고 호모 에이전트가 초래하는 불확실한 미래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전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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