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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 퍼스펙티브] 웹캠 너머의 AI — 온라인 시험은 왜 끝났고, 무엇이...

고려대에서는 500명 규모 교양과목 중간고사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문제와 답안이 실시간 공유됐다. 한 서울대 재학생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현재 상황의 본질을...

[AI & 퍼스펙티브] 웹캠 너머의 AI — 온라인 시험은 왜 끝났고, 무엇이...

인공지능(AI)이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지금, AI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발맞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2024년부터 AI문고를 통해 교육, 의료, 산업, 사회, 예술, 철학, 국방, 인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AI 담론을 폭넓게 조명해왔다. AI문고는 2026년 4월 1일 현재 742종에 이르렀으며, 올해 10월말까지 1000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핵심 이론부터 산업계 쟁점, 일상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다루면서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AI문고 저자들은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떤 가치와 기준이 필요할까. 투데이신문은 AI문고 저자들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AI 사회’를 향한 제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2025년 12월 29일,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회계사를 양성하며 26만 명의 회원과 50만 명 이상의 수험생을 보유한 ACCA(국제공인회계사협회)가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 2026년 3월부터 원격시험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것이다. CEO 헬렌 브랜드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부정행위 기술의 정교함이 방어 수단을 앞지르고 있으며,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방어측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문자격시험 기관이 기술적 한계를 공식 인정하고 손을 든 이 사건은, 원격 환경에서 시험 공정성을 유지하는 일이 이제 불가능의 영역에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결정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시기, 국내 대학가는 AI 부정행위의 충격파에 휩싸였다. 2025년 10월, 서울대학교 통계학 교양강의 중간고사에서 대면 시험임에도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문제를 풀었다. 조교가 감독하고 있었으나 막지 못했다. 12월에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군 원격 강좌 기말시험에서 수강생 36명 중 절반 가까이가 부정행위 정황을 보여 시험이 전면 무효 처리됐다. 연세대에서는 600명 규모의 NLP 강의 중간고사에서 다수 학생이 생성형 AI를 활용했고, 익명 투표에서 190명이 스스로 부정행위를 인정했다. 고려대에서는 500명 규모 교양과목 중간고사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문제와 답안이 실시간 공유됐다. 한 서울대 재학생은 “AI를 사용하지 않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현재 상황의 본질을 압축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사건들이 원격대학이 아닌 대면 강의와 대면 시험 환경에서도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감독관이 바로 옆에 있어도 스마트폰 화면 하나로 AI에게 문제를 넘기는 건 몇 초면 가능하다. 사이버대학과 원격대학은 이보다 훨씬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학생은 자기 집에서, 자기 소유의 컴퓨터로 시험을 본다. 감독관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학교가 학생의 기기를 통제할 수도 없다. 이 환경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막겠다는 것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왜 불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생성형 AI의 즉시 응답 능력이다. ChatGPT, Gemini, Claude 등 대형 언어모델은 시험 문제를 입력하면 수 초 내에 정답을 생성한다. 객관식은 물론 서술형, 코딩, 수학 문제까지 대부분의 시험 유형에 대응할 수 있다. 학생은 시험 화면 옆에 브라우저 창 하나를 더 띄우거나, 옆에 놓인 스마트폰으로 문제를 촬영해 AI에게 전송하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은 몇 초면 충분하다.

둘째, 음성 AI의 등장이 게임의 규칙을 바꿨다. 구글 Gemini Live나 ChatGPT의 음성 모드는 사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 학생이 블루투스 이어버드를 착용한 채 시험 문제를 속삭이면, AI가 귀에 대고 답을 알려준다. 웹캠으로 관찰해도 학생은 문제를 읽으며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화면 전환도, 타이핑도 없으므로 기존의 어떤 감시 시스템으로도 탐지할 수 없다. 갤럭시 버즈와 같은 소형 이어폰은 머리카락에 쉽게 가려진다.

셋째, 학습 자료 기반 AI 도구의 위력이다. 구글의 NotebookLM은 교수가 올린 강의 PDF, 슬라이드, 교재를 업로드하면 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정리한다. 예상 시험 문제와 모범 답안까지 자동 생성하며, 팟캐스트 형태의 오디오 요약도 제공한다. 학생이 별도 기기에서 이를 열어놓고 시험 문제를 입력하면, 교수의 강의 자료를 기반으로 맥락에 맞는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오픈북 시험보다 빠르고 정밀하다.

넷째, AI 탑재 스마트 글래스라는 새로운 위협이 부상하고 있다.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 같은 제품은 외관상 일반 안경과 구별되지 않으나, 내장 카메라와 AI 연동 기능을 통해 시험 문제를 인식하고 답을 전달할 수 있다. 학생은 손을 대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며, 오직 생각하는 듯한 자세만으로 AI의 도움을 받는다. 해외에서는 카메라 안경을 이용한 자격시험 부정행위가 이미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사용되는 기술적 방어 수단들은 웹캠 기반 AI 프록토링, 보조 스마트폰을 이용한 환경 감시, 시큐어 브라우저, 키보드 입력 패턴 분석 등이다. 각각의 한계는 명확하다. 웹캠 프록토링은 정면 영상만 캡처하므로 모니터 뒤편이나 책상 아래의 보조 기기를 탐지할 수 없다. 연세대 사례에서도 학교가 손발과 얼굴이 나오는 감독 영상 제출을 요구했으나, 학생들은 카메라 각도를 비껴 사각지대를 만들고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수법으로 감시를 피했다. 보조 스마트폰 2-카메라 감시도 세 번째 기기를 카메라 시야 밖에 놓으면 무력화된다. 시큐어 브라우저는 시험을 치르는 컴퓨터 한 대만 통제할 뿐이며, 키보드 입력 패턴 분석은 학생이 AI 답변을 보면서 직접 타이핑하면 정상적 입력 패턴과 구별되지 않는다. 음성 AI를 사용할 경우 키보드 입력 자체와 무관하므로 이 방법은 완전히 무력화된다.

프록토링 업체들은 90~95퍼센트의 탐지 정확도를 주장하지만, 이는 교재를 펴놓거나 대리시험을 보는 기존 방식에 대한 수치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최신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유효하지 않다. ACCA가 원격시험을 포기한 이유도, 프린스턴 대학교가 1893년 이래 유지해 온 무감독 명예 규범 체계를 깨고 2026년 전면 감독관 배치를 논의하기 시작한 이유도 같다. 프린스턴의 2025년 졸업생 설문에서 약 30퍼센트가 부정행위 경험을 인정했고, 45퍼센트는 다른 학생의 부정행위를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명예 기반 시스템이 AI 시대에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현존하는 모든 감시 기술을 중첩하더라도, Gemini Live 이어폰 하나, 스마트 글래스 하나를 막을 수 없다. 감시 기술의 군비경쟁은 공격 측이 항상 한 발 앞서는 비대칭 구도이며, 더 많은 감시를 쌓는 것은 학생의 사생활 침해와 비용 증가만 초래할 뿐 근본적 해결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방향은 어디에 있는가.

연이은 부정행위 파문은 일부 학생들의 윤리의식 부재만을 탓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현재의 시험 방식이 새로운 기술 환경에 맞지 않게 구조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었다. 객관식 문제는 정답이 정형화되어 있어 학생들이 이를 AI에게 묻거나 서로 공유하기가 비교적 쉽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726명 중 91.7퍼센트가 이미 과제나 프로젝트 수행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AI 사용을 전면 봉쇄하는 기존 평가 방식은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 만약 시험이 단순 암기나 공식 대입만으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면, 그리고 그런 문제를 AI가 더 잘 풀 수 있다면, 학생들은 굳이 스스로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평가의 신뢰성 위기는 단순한 윤리적 일탈 문제가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평가체계의 구조적 문제인 것이다.

UNESCO는 2025년 발표한 글 「AI 시대,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에서 전통적인 폐쇄형 시험이 AI에 의해 쉽게 대체 가능하므로, 구술시험, 프레젠테이션, 토론, 포트폴리오 등 학생이 실시간으로 사고 과정을 입증해야 하는 과정 중심 평가로의 전환을 권고했다. 호주의 「AI 시대 평가 개혁 보고서」 역시 기존 평가의 취약성은 AI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던 문제를 AI가 가시화한 것이라 진단하며, 평가 설계의 근본적 재구조화를 촉구했다. 시드니 대학교는 이미 모든 교과의 평가를 대면 감독 평가와 AI 활용 허용 개방형 평가로 이원화하는 체계를 도입하고, 2026년까지 전 학위과정에 적용할 계획이다. 영국 HEPI의 2026년 보고서도 AI 시대의 평가는 탐지 중심이 아닌 신뢰 기반의 재설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더해, AI를 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평가의 동반자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서술형 답안을 대규모로 채점하기가 어려워 객관식 시험에 의존했으나, 이제는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AI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돼 가고 있다. 필자의 연구에서는 LLM을 활용해 930개의 실제 학생 서술형 답안을 루브릭 기반으로 자동 채점한 결과, AI 채점 점수와 두 명의 인간 채점자 평균 점수 간 일치도(ICC)가 약 0.763에 달했는데, 이는 인간 채점자 둘 사이의 일치도(약 0.774)와 사실상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명확한 채점 기준만 주어진다면 AI도 사람과 큰 차이 없이 일관된 채점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논리적 흐름이나 답변의 품질처럼 사람들끼리 주관적 편차가 크던 항목에서도 AI는 일정한 기준을 유지해 인간 채점자 간 격차를 줄여주는 모습을 보였다. AI가 1차 채점을 수행하고, 애매한 답안이나 극단적 점수는 인간 채점자가 재검토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구축하면, 서술형 평가로의 전환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진다. 채점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루브릭과 프롬프트를 공개하고, 학생에게 항목별 피드백을 제공하며, 이의제기와 재평가를 위한 절차를 마련한다면 AI 기반 평가에 대한 수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대학에도 이 전환은 불가피하다. 객관식과 서술형 위주의 기존 온라인 시험을 고수하면서 감시 기술만 강화하는 것은 소모적 대응이다. 화상 구술시험, AI 활용 과정을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프로젝트형 과제, 학습 포트폴리오 평가, AI와 협업하는 과정 자체를 평가하는 방식 등 원격 환경에서도 실현 가능한 대안적 평가를 적극 설계해야 한다. 대학의 평가는 AI를 배제하는 훈육이 아니라, 문제 정의와 프롬프트 설계, 출력 검증과 출처 표기, 저작권 및 개인정보 보호, AI 사용 고지 같은 AI 활용 역량을 가르치고 측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AI 시대에 맞는 교육은 더 많은 감시에서 나오지 않는다. 더 나은 교육 설계, 더 본질적인 평가 혁신에서 시작된다. 감시의 벽을 높이는 대신, 평가의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할 때다. “학생이 무엇을 외웠는가”가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평가로의 전환, 그것이 온라인 교육이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웹캠 너머에서 AI는 이미 시험장에 들어와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AI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AI가 있어도 의미 있는 평가, AI와 함께해서 더 나은 교육이 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AI 시대의 부정행위 위기를 오히려 평가 혁신의 기회로 삼아, 고등교육의 목적이 점수 경쟁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 함양에 있음을 재확인해야 할 때다.

△ 김환 서울사이버대학교 AI융합대학 교수

필자 소개

서울사이버대학교 AI융합대학 김환 교수는 정보통신미디어공학 박사로 『AI와 유튜브 크리에이터』, 『AI와 컬러』 등 커뮤니케이션북스 ‘인공지능총서’의 집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ChatGPT 교육·미디어·업무 혁신 교과서』, 『GenAI: 생성 인공지능의 이해와 활용』 등 다수의 실용서를 출간했다. 현재 서울사이버대학교 일반대학원 AI융합기술학과 교수(howardkim.kr) 및 교육부 ‘원격대학 교육혁신 지원사업’ 총괄책임자(P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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