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그룹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도입한 '영업이익 연동 고정 성과급' 제도를 두고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 반도체·빅테크 기업들이 성과급 규모를 경영 판단과 개인 성과 중심으로 결정하는 것과 달리,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실상 제도화하면서 장기 투자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참여율은 이틀 만에 80%를 넘어섰다. 투표권이 있는 조합원 상당수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소속인 만큼 업계에서는 최종 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다. 삼성전자 노사는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하는 구조를 노사 합의로 공식화한 사례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이 같은 구조를 먼저 도입한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전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올해 초 지난해 실적 기준 약 1억5000만원(세전·연봉 1억원 기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올해 실적이 급증하면서 내년에는 같은 기준 적용 시 직원 1인당 약 6억원 수준의 성과급 지급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해외 기업들은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장기간 고정하는 방식 대신 이사회 판단과 경영 성과를 종합 반영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티에스엠씨)는 정관상 연간 이익의 최소 1% 이상을 직원 상여금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지급 규모는 이사회가 결정한다.
지난해 TSMC는 직원 9만여명에게 총 2061억대만달러(약 9조6000억원)를 지급했다. 영업이익의 10.6% 수준이지만, 지급 규모를 사전에 고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수익성과 전략 목표, 개인 성과를 함께 반영해 인센티브를 산정한다. 인텔 역시 매출과 수익성, 비용 구조, 개인 성과 등을 종합 평가한다. 구글과 메타도 세부 인사평가 체계를 기반으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스톡옵션 등을 활용해 장기 성과와 주가 상승을 직원 보상과 연계한다. 핵심 인재에게는 수년에 걸쳐 주식을 나눠 지급하며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에서 특별경영성과급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주식 가운데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각각 1년,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SK하이닉스는 현금 지급을 기본으로 하되 직원이 최대 50%까지 자사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고정 성과급 구조가 향후 투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AI 시장 확대에 대응해 대규모 설비 투자 경쟁에 나선 상황이어서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560억달러(약 84조8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2026회계연도 설비투자 규모를 250억달러(약 37조9000억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110조원 이상을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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