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서비스로 유명한 기업 우아한형제들의 공동 창업자가 온라인 미술품 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박일한 대표가 합류한 하입앤컴퍼니는 2024년 카카오의 그립컴퍼니와 국내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이 합작해 출범한 아트 플랫폼 운영사다. 지난해 12월 박 대표가 취임하며 기존 ‘하입앤(hypeN)’에서 ‘아트니스(art.ness)’로 플랫폼을 전면 리브랜딩했다.
작가와 컬렉터를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기반 미술품 거래 플랫폼을 내세운 아트니스는 현재 입점 작가 1800여 명, 입점 갤러리 150곳, 컬렉터 2만 8000명, 판매 중 작품 수는 약 8000점에 달한다(2026년 3월 기준). 미국 최대 아트 플랫폼 아트시(Artsy)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었고 서울옥션, 서울옥션블루와도 협력 중이다.
이용자 구성도 흥미롭다. 아트니스 주 이용층 가운데 30~40대가 57%를 차지하고, 여성 비율은 64%에 달한다. 이는 최근 미술 시장이 투자 중심 구조를 넘어 취향과 공간을 반영하는 라이프스타일 소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술관이 더 이상 일부 애호가의 공간이 아니라 데이트 코스이자 일상의 문화 공간이 되고, 작품 또한 ‘소장 자산’에서 ‘내 공간을 완성하는 감각적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일한 대표가 아트니스에서 그려가는 변화는 생활 방식의 전환에 가깝다. 미술을 특별한 사람들만의 언어가 아닌 누구나 보고 고르고 즐길 수 있는 일상의 문화로 바꾼다는 것. 배달 플랫폼으로 ‘먹는 방식’을 바꾼 그가 이제는 아트니스를 통해 ‘사는 방식’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의식주’에서 배달 플랫폼이 ‘식(食)’의 방식을 바꿨다면,
이제는 ‘주(住)’의 방식도 바뀔 수 있어요.
예전의 의식주가 생존을 위한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취향과 욕구가 결합된 형태로 변했죠.
집을 꾸미는 방식도 그중 하나고요.
밖에서 보던 미술을 내 공간으로 가져오는 경험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최근 이후 미술 시장에 뛰어든 선택이 인상적인데요. 다양한 산업 가운데 왜 ‘미술’이었는지, 이 시장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는지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미술에 관심은 있었어요. 해외에 나가면 하루의 절반 이상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보냈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한 작품을 보기 위해 암스테르담의 미술관을 따로 찾아가기도 했죠. 그러던 중 하입앤컴퍼니로부터 대표직 제안을 받았습니다. 거창한 목표라기보다 일단은 재미있게 일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어떤 부분에서 재미, 흥미를 느꼈을까요.
미술 시장은 디지털 전환이 가장 더딘 분야 중 하나라고 봤어요.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죠. 브랜딩부터 서비스 방향까지 다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온라인 플랫폼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 시장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미술 시장에서 어떤 흐름이 읽히던가요.
미술 분야는 오프라인 중심의 구조나 관성이 굉장히 강하고 무엇보다 진입 장벽이 높았어요. 이 장벽을 어떻게 넘어설까 계속 고민하다가 작가·컬렉터·갤러리를 연결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AI 큐레이션처럼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방식으로 차별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지금은 온라인으로 미술을 본다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단계일 거예요. 그러나 플랫폼을 연결하면 훨씬 자유롭게 작품을 접하고 정보도 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작품의 의미나 맥락까지 설명할 수 있고요. 이런 방식이 결국 미술을 향유하는 문화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그 변화가 실제로 가능하다고 보나요?
‘의식주’를 떠올려봤을 때 배달 플랫폼이 ‘식(食)’의 방식을 바꿨다면, 이제는 ‘주(住)’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옷은 이미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었고요. 그런데 집의 영역은 아직 완전히 바뀌지 않았어요. 집을 사는 건 어렵지만 공간을 꾸미는 건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죠. 그런 점에서 미술은 ‘주’를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그 환경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려 하고요.
미술을 소유와 감상의 대상에서 더 나아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확장하는 셈이군요.
예전의 의식주가 생존을 위한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취향과 욕구가 결합된 형태로 바뀌었어요. 집을 꾸미는 방식도 그중 하나고요. 밖에서 보던 것을 내 공간으로 가져오는 경험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미술도 그 흐름 안에서 일상으로 들어올 수 있고요.
대표 취임 후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온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 시작으로 하입앤컴퍼니가 운영하던 플랫폼을 아트니스로 리브랜딩했고요.
사내 공모를 거쳐 아트가 우리 일상이 되는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로 새 이름을 정했어요. 기존 하입앤 플랫폼을 보며 가장 먼저 느꼈던 건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었어요. 이름을 각인시키기 위해 ‘아트’라는 키워드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더 쉽게 발음하고 회자될 수 있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동시에 일상에서 예술을 경험하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는 의미도 담고요. 그래서 ‘아트(ART, 예술)’와 ‘니스(NESS, 본질·상태)’를 결합해 예술이 우리 일상이 되는 방향성을 표현했습니다.
‘리브 아트풀리(Live Artfully)’라는 슬로건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웰니스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앞으로는 예술이 일상과 함께하는 ‘아트니스’ 시대가 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Live Artfully’라는 표현 안에 예술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와 작품을 실제로 ‘산다’는 뜻을 함께 담았습니다. 단순한 감상이 아닌 삶 속에서 예술을 경험하는 방식까지 포함하고 싶었어요.
‘미술의 대중화’를 말하기보다 ‘왜 우리는 미술을 특별하다고 생각할까’라는 질문으로 바라보면 더 명확해지죠. 이미 우리 삶 속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고요.
맞아요. 미술은 특정한 사람들만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주변에 항상 있었던 거예요. 미디어아트나 디자인도 다 예술 영역이고, 우리가 매일 보는 물건들 안에도 이미 들어와 있죠. 사실 옷을 입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예술 행위예요. 어떤 색을 매칭해서 나와 잘 어울리게 입느냐, 결국 패션도 예술품이거든요. 그런데 유독 회화만 따로 떼어내서 특별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 경계를 좀 허물고 싶었습니다. 미술을 그냥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아트니스가 지향하는 것은 미술을 ‘구매’만 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 문화, 취향 향유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림이 투자 대상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문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럽에 가보면 집이나 공간에 항상 그림이 있잖아요.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부담 없이 드나들고요. 그런 문화가 부러웠어요. 미술은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접하고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합니다. 아트니스를 통해 예술이 삶이 되는 경험을 주고 싶어요.
이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가고 있나요.
올해 핵심 목표를 스마트 컬렉팅 경험 구축으로 설정하고, AI 기반 큐레이션과 함께 채팅, 온라인 뷰잉룸, 큐레이터 픽 등 신규 기능을 서비스하려고 합니다. 작품을 보여주는 플랫폼을 넘어 사용자가 충분한 정보 안에서 ‘탐색하고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해요. 우리는 플랫폼 이용 고객을 ‘컬렉터’라고 부르는데, 컬렉터의 수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죠. 가령 AI를 활용해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날의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좋아하는 그림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날씨나 감정에 맞춰 작품을 추천해 주는 기능도 고민하고 있고요. 어떤 작품을 보고 구매했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정교하게 추천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AI 기반 큐레이션이 흥미롭네요. 예술은 감성의 영역인데 AI 알고리즘이 취향을 고정하거나 오히려 다양성을 제한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는 없나요? 기술이 예술 경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까.
AI가 취향을 결정짓는다고 보지는 않아요. 추천 기능은 사용자의 행동을 기반으로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의 감정이나 취향은 그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변하거든요. AI가 그걸 완전히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참고나 보조 역할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AI 큐레이션은 ‘취향을 만들어준다기보다 취향을 이해하도록 돕는 장치’라 볼 수 있어요. 내가 왜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궁금할 때, 그 맥락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감정은 이미 내 안에 있고, AI는 그걸 정리해 주거나 이해를 돕는 정도예요. 기술이 감동을 만드는 건 아니지만, 감동을 더 잘 이해하게 도울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추천을 넘어 상황과 감정까지 반영하는 개인화된 인공지능 큐레이션이군요.온라인 뷰잉룸은 어떤 건가요?
공간과 연결된 경험까지 고려한 서비스입니다. 온라인에서 실제 쇼룸처럼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품을 단지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 공간에 배치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미리 보는 것이죠. 향후에는 3D나 VR처럼 이를 보다 입체적인 감상 방식으로 확장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미술 플랫폼과 차별점이 있다면.
기존 플랫폼은 작품을 나열하고 가격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작품 설명과 가격 정도만 제공하고 결국 ‘살 거냐 말 거냐’를 묻는 구조죠. 우리는 그걸 넘어서 시각화와 정보, 경험을 더 확장하려고 합니다. 또한 큐레이터의 시선을 반영한 큐레이션 방식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큐레이터의 시선이라...
큐레이터의 안목을 기반으로 작품을 소개하는 서비스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작가와 컬렉터를 중심으로 갤러리를 거치지 않고 소셜 미디어나 플랫폼을 통해 직거래하는 추세가 보여요. 큐레이터 입장에서는 더 좋은 작품을 선별해서 가져올 수 있고 컬렉터는 더 높은 수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죠. 필요하다면 큐레이터에게 직접 의뢰하는 방식도 가능해질 거고요.
단순한 거래 플랫폼을 넘어 미술 시장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플랫폼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기존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면, 아트니스는 그 흐름을 열어놓고 작가와 컬렉터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해요. 누구나 들어와서 사고팔 수 있도록요. 대신 미술을 투자 대상으로만 보고 거래하는 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이해와 취향을 공유하고 경험과 관심을 확장하는 문화로 바꾸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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