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 시름…자산 매각 표류에 노사 갈등
키이스트·SM C&C 새 주인 찾기 난항
본사 첫 파업 가능성…18일 조정 분수령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카카오그룹이 안팎으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계열 자산 매각이 연이어 무산되며 구조조정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본사와 주요 계열사 노동조합이 성과급 갈등으로 파업 수순을 밟고 있어 경영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는 양상이다.
◇SM 계열사 매각, 연이은 결렬…새 주인 찾기 난항
=카카오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계열 자산 정리 작업이 잇달아 벽에 부딪히고 있다. 핵심 매물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코스닥 상장 자회사 키이스트와 SM C&C의 매각이 모두 난항을 겪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키이스트 매각은 이미 두 차례 결렬됐다. 당초 인수자로 나섰던 이로투자조합1호는 306억원에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했으나 잔금을 납입하지 못해 최종적으로 계약이 해제됐다. 높지 않은 매각가에도 자금 조달에 실패한 사례가 나온 만큼 향후 매각 과정에서 원매자의 자금 조달 능력 검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SM C&C 매각도 장기 표류 끝에 협상이 간신히 재개된 상황이다. SM엔터는 현재 2~3곳의 재무적·전략적 투자자와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각 대상은 SM스튜디오(29.23%)와 SK텔레콤(22.78%) 등이 보유한 지분 약 53%로 매도자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000억원 수준을 희망하고 있다. SM C&C의 현재 시가총액은 1200억원가량이다.
SM C&C는 광고·콘텐츠 제작, 연예 매니지먼트, 여행 사업을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강호동·서장훈·전현무 등 대형 예능인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다만 사업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수익성 변동성이 크고 음악·지식재산권 중심인 SM 본체와의 시너지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은 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지만 영업손실 22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SM엔터는 공개 입찰보다는 다자 협상 방식으로 조건을 비교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노사도 충돌…성과급 두고 진실공방
=자산 매각에 발목이 잡힌 카카오는 내부에서도 갈등이 불거졌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반복된 불성실 교섭과 성과 독점 구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경영진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조가 지난 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공동으로 조정 신청을 낸 상태다. 조정 기일은 오는 18일이다.
교섭 결렬의 표면적 쟁점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이다. 업계에 따르면 교섭 과정에서 연간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카카오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약 4400억원으로 이 기준을 적용하면 성과급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
다만 노조는 이 같은 해석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체계를 먼저 제안한 것은 오히려 사측"이라며 "노조는 일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해 논의를 이어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 적자 법인이 존재하는 만큼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을 일괄 공동 요구안으로 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노조 측은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성과급 갈등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도 강조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공식 반박을 내놓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노조와 성실히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세부적인 보상 구조 설계에 있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향후 노동위 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노조와의 대화 창구를 항상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일관되게 대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조정 절차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간·괴롭힘도 방치" 주장…사측은 침묵
=노조는 성과급 외에도 노동시간 초과 문제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추가 쟁점으로 제기했다. "지난해부터 반복된 노동시간 초과 문제에 회사가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교섭 과정에서 교섭대표를 수차례 교체하며 신뢰를 훼손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사측은 이 부분에 대해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사 간 주장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어 사태의 실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회사 측은 교섭 결렬 이후에도 대화와 합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네이버는 3주 만에 합의…카카오와 대비
=같은 플랫폼 업계 경쟁사인 네이버가 전날 노조와 임금 인상률 5.3%에 잠정 합의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집중 교섭에 돌입한 지 약 3주 만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AI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R&D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보상 체계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보다 기업 생존과 성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네이버의 조기 합의는 IT 업계에 합리적 노사 관계의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AI 전환 기로에서 터진 갈등…18일 조정이 분수령
=이번 노사 갈등은 카카오가 카카오톡 중심의 AI 에이전트 플랫폼 전환이라는 중대한 사업 전환기를 맞이한 시점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신규 서비스 개발 일정과 인력 운용에 직접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주식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도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해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 교섭이 결렬되며 노조 설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2시간 부분 파업을 포함한 단계적 행동 끝에 핵심 쟁점에서 합의하며 6일 만에 파업을 중단했다. 이번에는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이 동시에 조정 절차를 밟고 있어 사안의 무게가 다르다.
18일 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에 나설 법적 권한을 가진다. 노조는 조정 결과와 무관하게 20일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사측을 향한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자산 매각 표류와 노사 갈등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는 만큼 카카오가 이 이중 부담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하반기 경영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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