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판교에서 황민호 수석. [사진: 디지털투데이]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에이전트에 페르소나를 주입하고 그들이 쓸 배경 지식과 스킬을 구성해 워크플로를 짭니다. 이게 요즘 개인이 에이전트 팀을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17년차 개발자로 판교 모 IT대기업에서 일하는 황민호 씨는 AI 파워유저다. 회사에선 수석 타이틀로 뛰고 있다. 최신 AI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그 결과물을 소셜미디어(SNS)나 개발자 커뮤니티에 꾸준히 공유한다. 에이전트 활용 시나리오 100개를 담은 '하네스 100', 공개 며칠 만에 깃허브 스타 700개를 기록한 클로드 코드 가이드북이 대표적이다. SF 웹소설을 쓴 뒤 웹툰으로 2차 창작하거나, 이모티콘으로 그림 그리는 툴을 즉석에서 만들기도 한다. 정부 마크다운 형식 도입 발표 직후엔 아래아한글 변환기를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그의 개발 커리어는 검색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15년간 광고·검색·오픈소스 등을 두루 맡았다. 챗GPT가 나왔을 때 그는 "재밌는 친구다"라고 느꼈다. 검색과 같은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AI도 결국엔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빠르게 찾아주는 것부터 시작했으니까. 검색이랑 방향성은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를 실험하며 사내 커뮤니티에 후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다. 평소 해외 트렌드를 조사해 공유하던 습관이 AI 분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여러 기회도 생겼다. AI 솔루션·서비스 개발도 맡게 됐고, AI 네이티브 조직에서 전사 AX 지원 업무까지 맡는 계기가 됐다. 현재는 전방배치엔지니어(FDE)로서 여러 조직을 순회하며 현장에서 직접 AI 업무 전환을 돕고 있다.
개발 업무 변화는 극적이다. 황 수석은 "챗GPT 전에는 3개월짜리 프로젝트였다. 챗GPT 나오고 나서 한 달로 줄었고, 커서라든지 클로드 코드 같은 도구들이 나오면서 2주로 바뀌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을 적용하면서 "최소기능제품(MVP)은 1시간에 만들고, 배포까지 이틀이면 나간다"고 했다.
비개발자들과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1시간짜리 회의에서 실시간으로 아이디어를 반영한 시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그는 "담당자들이 과제를 설명하는 동안 노트북에서 여러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일하게 한다. 회의가 끝날 무렵엔 화면을 돌려 '혹시 말씀하신 게 이런 시스템이냐'고 물으면 상당히 놀란다"고 했다.
개인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해외 AI 트렌드 글 하나 쓰는 데 번역까지 하면 2시간 정도 걸렸다가 1시간 걸렸다가, 최근에는 좋은 링크가 있으면 거기에 개인 의견을 붙여서 10분이면 발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업무 시간 단축의 핵심은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다. 여러 에이전트에 페르소나를 부여하고 배경 지식과 스킬을 구성하는 방법론으로, 앤트로픽이 지난해 11월 블로그에 개념을 소개했다. 황 수석은 이를 부동산 계약에 빗댔다. 그는 "챗GPT 전엔 부동산 지식을 찾아보고 갔고, 커서·클로드 코드가 나오면서 AI를 옆에 동승시켰다. 하네스 엔지니어링 단계에선 나 대신 부동산에 가서 계약까지 직접 할 에이전트를 만드는 거다"라고 했다.
하네스를 구성하는 요소는 사람 대신 일할 ▲에이전트, 에이전트가 쓰는 지식·방법론인 ▲스킬, 에이전트들이 협력하는 순서·규칙을 정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세 가지다. 황 수석은 이 방법론을 100개 시나리오에 걸쳐 검증해 클로드 코드 플러그인 형태로 공개했다. 그는 "공개 전에 고민했는데, 하나하나가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황 수석이 AI 에이전트를 시켜 쓴 웹소설 '에이전트의 시대'는 웹툰으로도 2차 가공됐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대표적으로 SF 웹소설 작성 하네스가 있다. "SF 소설을 쓸 거야"라는 한 줄 요청에 캐릭터 설계·세계관 구축·과학 자문 에이전트가 자동 생성됐다. 에이전트들은 챕터 아웃라인과 복선을 먼저 설계한 뒤 집필에 들어갔다. 완성된 소설은 웹툰으로 이어졌다. 12장 웹툰에 생성된 이미지는 360장. 이 중 40장은 리뷰 에이전트가 기준 미달로 판단해 스스로 다시 그렸고, 20장은 황 수석이 직접 개입했다. 그는 "제가 시키지 않은 것들까지 챙긴다"고 했다.
AI 에이전트를 잘 다루는 건 코딩 능력과 별개라는 점도 강조했다. 황 수석은 "개발자들이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기획자나 팀 리더들이 더 잘할 때가 많다. 사람에게 일을 시켜봤던 사람이 에이전트에게도 잘 시킨다"고 했다. 이어 "개발자들은 에이전트한테 한 줄 쓴다. 잘하는 분들은 다섯·여섯 줄을 내리 쓰는데 본인 생각과 고민이 녹아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자 일자리 우려에 대해서도 "AI를 대체 위협으로 보지 말고 최대한 활용해 능력을 끌어올리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주니어에겐 기회로, 시니어에겐 관성을 버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단 것이다. 그는 "변화를 수용하고 오래된 방식의 스위치를 끄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