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AI 시대, 책 '차이나시프트'가 던지는 4가지 생존 역설

중국 시장 성패의 키워드가 AI 시대를 준비하는 키워드와도 통한다 그는 1999년 중국 상하이에서 (주)대우의... 거대한 환경 변화를 마주했을 때 기업이 빠지기 쉬운 착각과 본질적인 생존 전략은, AI 대전환 시기에 있는...

AI 시대, 책 '차이나시프트'가 던지는 4가지 생존 역설

차이나시프트, 26년간 중국 현지에서 지켜본 비지니스 현장의 기록

중국 시장 진출 기업의 흥망사를 통해 본 AI 시대 기업 생존 전략

대한민국 기업에게 중국은 오래도록 '기회의 땅'이자 동시에 '무덤'이었다. 수 많은 기업들이 거대한 시장을 보고 진출했다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거나, 조용히 철수하기도 했다. 책 '차이나시프트'(마중가)는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해온 오성곤이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의 30년 흥망성쇠를 가까이서 지켜본 현장 기록이다.

중국 시장 성패의 키워드가 AI 시대를 준비하는 키워드와도 통한다

그는 1999년 중국 상하이에서 (주)대우의 주재원으로 시작해 26년간 중국의 격변기를 버텨냈다. KOTRA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활동한 그의 이력은 이 책의 논지가 책상 위 가설이 아니라, 현장의 체온을 지닌 기록임을 증명한다. 이 책은 단순한 낙관이나 비관을 거부한다. '중국은 끝났다'와 '여전히 기회다'라는 이분법을 넘어, 저자는 지금의 중국을 '판이 바뀌는 중인 시장'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네 가지 '역설'을 제시한다.

이 책 속 우리 기업들의 실패와 성공의 역사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거대한 환경 변화를 마주했을 때 기업이 빠지기 쉬운 착각과 본질적인 생존 전략은, AI 대전환 시기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1. 거대함의 역설- 시장이 클수록 작게 조준하라

시장이 아무리 커도 모두를 노리는 기업은 아무도 잡지 못한다. 중국의 14억 인구는 기회가 아니라 착시일 수 있다. 시장 전체를 노리는 순간,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

이마트와 카페베네의 실패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마트는 명확한 차별점 없이 현지와 글로벌 사이에서 어정쩡한 위치에 머물렀고, 카페베네는 한국식 확장 전략을 그대로 이식한 채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지 못했다. 공통점은 하나다. “한국에서 통했으니 중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가정을 믿고 중국 전체 시장을 노리다 정체성을 잃고 짐을 싸야했다.

반면 성공한 기업들은 '전체'가 아닌 '틈'을 공략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풀무원은 제품이 아닌 '안전한 먹거리 문화'를 팔았다. 이들은 거대한 시장을 쪼개 자신만의 좌표를 설정했다.

2. 속도의 역설- 가장 빨리 달릴 때 브레이크를 점검하라

중국 시장의 속도는 종종 기업을 취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 속도가 성찰을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빠른 성장이 오히려 가장 큰 위험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금호타이어는 초기 안착에 성공했지만 고속 성장에 취해 품질 관리에 균열이 생겨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늦게 읽었다.

반면 F&F는 중국 본토 시장 진입 전 2년간 실험과 검증을 반복했고, 한미약품은 30년에 걸친 R&D 투자로 '중국에 맞는 약'을 만들었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먼저 점검한 전략적 인내가 판을 뒤집었다.

3. 통제의 역설- 이기려면 권력을 나누어라

중국 시장에서의 실패는 종종 ‘과도한 통제’ 혹은 ‘무책임한 위임’ 사이에서 발생한다.모든 것을 손에 쥐려 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는다. LG생활건강은 본사의 강한 통제로 현지 조직의 자율성이 제한되었고, 이마트는 현지 유통 생태계를 배제한 채 본사 기준만 고집하다 외면받았다. 카페베네는 확장 수익에만 집중하다 점주들의 수익 악화를 방치했다. 세 경우 모두 현지와의 연결이 끊어졌다.

반면 하이브는 텐센트와의 협업을 통해 아티스트 IP는 직접 쥐고, 현지 유통과 규제는 파트너에게 넘겼다. 노루페인트는 현지 기업과의 JV(합작)를 통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했다. 핵심은 모든 것을 쥐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쥐고 어디서 놓을지를 아는 판단인 것이다.

4. 기술의 역설- 최고보다 최적화가 이긴다.

한국 기업이 자주 빠지는 함정은 ‘기술 우월주의’다. 그러나 기술의 우수함이 곧 시장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최고 사양’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경험’이다. 현대차는 하드웨어 중심 사고에 머무르는 동안, 중국 소비자는 이미 자동차를 거대한 모바일 기기로 인식하며 디지털 경험을 원하고 있었다. 기술은 앞섰지만 소비자의 맥락을 읽지 못했다.

반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는 기술적 완성도에 더해 중국 문화를 존중하는 스토리텔링과 현지 PC방 과금 구조에 맞춘 서비스로 소비자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 기술은 경쟁력의 출발점일 뿐, 승부를 가르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번역하느냐다.

글 내용에 맞춰서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자료=뉴스버스)

'차이나시프트'를 넘어 'AI 시프트'로

이 책의 네 가지 역설은 중국 시장에만 유효한 이야기가 아니다. 거대한 환경 변화 앞에서 기업이 반복하는 실수의 패턴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AI 시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AI 드라이브를 외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우리 고객의 어떤 불편을 AI로 해결할 것인가"다. 경쟁자가 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속도를 내기보다, 우리의 핵심 비즈니스와 어떻게 부합시킬지 방향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모든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집착 대신 도메인 지식은 쥐고, 인프라는 최고의 파트너에게 맡기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가운 기술을 고객의 언어와 맥락에 닿는 따뜻한 경험으로 번역해내는 것이 진짜 승부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성공한 기업들 중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출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들이 가진 것은 완벽한 전략이 아니라, 틀렸을 때 빠르게 수정하는 감각과 끝까지 시장을 놓지 않는 집요함이었다.

지금 AI 시대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꿰뚫어 보는 사람은 없다. 빅테크의 CEO도, 세계적인 석학도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말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완벽한 지도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손에 쥔 나침반- 고객, 시장, 그리고 고유의 강점- 을 단단히 붙잡고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이 시대 모두에게 주어진 공평한 출발선이다. '차이나시프트'는 그 선 위에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단련하게 해주는 책이다.

김희연

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과 유수 증권사의 IT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금융·증권·IT·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MI·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통해 현자·석학들과 대화하며 차별화 전략·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 을 창안, 관련 저작권을 갖고 있다. 현재는 이 독창적  AI활용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전략 컨설팅> 및 <AI 강의> 등을 하고, 뉴스버스에 'AI시대 인(人)사이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감지능시대>와 최근 출간된 <리더는 AI에게 질문하지 않는다>가 있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하기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회원가입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