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세인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기대가 커지면서 에너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에서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중심으로 형성됐던 AI 투자 흐름이 전력 인프라와 에너지 밸류체인으로 확장되며 관련 상품 수익률도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4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한 기준에서 RISE AI전력인프라(19.49%), HANARO 전력설비투자(17.52%), KODEX AI전력핵심설비(17.17%), TIGER 코리아AI전력기기TOP3플러스(14.06%)가 전체 ETF 수익률 1~4위를 차지했다. 이어 N2 전력인프라 Top5 ETN(15.03%), 키움 전력 TOP5 ETN(12.40%)도 뒤를 이으며 전력 관련 상품이 상위권을 대부분 채웠다.
연초 이후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RISE AI전력인프라(119.30%), HANARO 전력설비투자(138.27%), KODEX AI전력핵심설비(140.16%), TIGER 코리아AI전력기기TOP3플러스(132.81%) 등 주요 상품이 세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PLUS 태양광&ESS(148.58%), TIGER Fn신재생에너지(115.30%) 등 신재생에너지 ETF까지 강세를 보이며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린 또 다른 투자 축으로 자리잡는 흐름이다.
이 같은 흐름은 AI 산업 성장과 맞물린 전력 수요 확대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송배전 설비와 발전 인프라 투자 필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성능 장비가 집적된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모가 큰 산업으로, 중장기적으로 전력 인프라 확대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책 측면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다. 지난달 22일 정부가 발표한 '2040년 전력수요 전망 잠정안'에 따르면 연간 전력 소비량은 657.6TWh~694.1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2038년 전망치(624.5TWh)보다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특히 이번 전망에서는 경제 성장이나 인구 변화에 따른 기본 수요보다 데이터센터, 첨단산업, 전기화 확산 등에서 발생하는 추가 수요가 증가세를 주도하는 구조로 바뀐 점이 특징이다. 전기화 관련 수요는 이전 전망 대비 두 배 가까이 확대됐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 확대 역시 전력 수요 증가 요인으로 반영됐다.
정연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40년 데이터센터향 전력 수요는 투입 장비의 고밀도·고전력화 영향으로 10TWh 이상 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도 전기화와 AI 사이클 확장이 중장기적으로 전력 수요를 자극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력 수요 확대 기대는 투자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주들의 실적 발표를 거치며 AI 투자 기대가 한 차례 확인된 이후, 시장의 관심이 전력 인프라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반도체가 AI 수요를 선반영했다면,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투자 이후 필요한 전력 설비 쪽으로 시선이 확장되는 흐름"이라며 "반도체주 실적 발표와 맞물려 투자 관심이 전력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관련 종목 흐름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LS일렉트릭은 90.18% 상승했고, 효성중공업(65.78%), HD현대일렉트릭(46.99%)도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23.38%), SK하이닉스(63.81%) 상승률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일부 종목은 더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3사는 최근 1분기 실적에서 컨센서스 대비 엇갈린 결과를 보였지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가이던스 상향과 수주잔고 모멘텀이 반영되며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력 인프라 투자가 구조적 성장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일부 테마형 ETF로 자금이 빠르게 쏠리면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측면도 있다"며 "특히 전력기기나 인프라 관련 종목은 실제 발주와 실적 반영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테마 접근보다는 수주잔고와 실적 가시성, 프로젝트 진행 속도를 함께 확인하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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