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쇼핑의 출발점’ 장악… 현대百·GS샵 ‘알고리즘 간택’ 시대
AI 혁명, AI 선택 받아야 팔린다 카카오 chatGPT가 바꾼 유통 권력지도. (출처: 챗GPT)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이 검색을 넘어 실제 구매 결정까지 관여하면서 유통 시장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AI가 상품을 선별하고 브랜드를 걸러내는 ‘알고리즘 중심 소비’가 현실화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챗GPT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약 1533만명으로 전년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단순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일상 소비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카카오톡 기반 ChatGPT 서비스까지 결합되면서 쇼핑의 출발점은 검색창에서 대화창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몰 ‘더현대 하이’를 카카오툴즈에 연동하며 이 흐름에 올라탔다.
◆‘추천’ 넘어 ‘구매 설계’… 유통 구조 자체가 바뀐다
현재 AI는 상품 추천과 정보 탐색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결제와 물류 시스템이 결합되면 소비자는 대화만으로 쇼핑을 완료하는 환경에 진입하게 된다. 이는 기술 변화 수준을 넘어 유통 구조 전반의 재편을 의미한다.
지난 2023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유통물류 AI 활용전략 세미나’에서는 생성형 AI가 마케팅 상품개발 물류 전반을 재편하며 유통업을 ‘파괴적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AI가 단순 효율화 단계를 넘어 무인매장 동적가격 책정 개인화 추천 풀필먼트 자동화까지 확장되며 경쟁의 본질을 데이터와 전략으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의 AI 카피라이팅 ‘루이스’ 네이버스토어 추천모델 아마존과 쿠팡의 다이나믹 프라이싱 CJ대한통운의 AI 물류 최적화 사례가 대표적으로 제시됐으며 기업의 성패는 기술 보유보다 ‘명확한 비즈니스 목적과 적용 전략’에 달려 있다는 점이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기존 검색 광고 중심의 마케팅 방식이 AI 추천 기반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시장의 핵심은 ‘누가 선택하느냐’로 압축된다. 소비자가 아닌 AI가 선택하는 환경에서 기업은 이미지가 아니라 데이터로 경쟁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유통업계는 현재를 실험 단계로 평가하면서도 AI가 향후 소비 여정을 설계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화로 쇼핑 끝낸다’…음악·배달·디자인까지 한 번에
AI 플랫폼은 추천을 넘어 소비 전 과정을 통합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에서 외부 앱을 직접 연결하는 기능을 강화했다. 스포티파이 연동을 통해 개인 취향 기반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거나 캔바·피그마와 연결해 슬라이드와 디자인 초안을 제작할 수 있다. 도어대시·우버이츠는 식단 계획에 맞춘 주문 기능을 지원하고 일부 유통사는 상품 추천과 장바구니 연동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챗GPT가 단순한 대화형 도구를 넘어 실질적 작업 플랫폼이자 소비 허브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검색 콘텐츠 소비 정보 탐색 기능이 통합되면서 하나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다양한 소비 행위가 이뤄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신세계·카카오·롯데 가세… AI 쇼핑 전면전
국내 유통 기업들도 AI 커머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은 오픈AI와 협력해 AI 쇼핑 에이전트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마트 앱에 챗GPT 기반 기능을 탑재해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에는 대화창 안에서 검색부터 결제 배송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AI 커머스’ 모델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카카오톡 ChatGPT 기반 ‘더현대 하이’를 통해 소비자가 “스승의 날 선생님 화장품 선물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맞춤 상품을 추천하고 앱 구매까지 연결한다. 카카오는 ‘챗GPT 포 카카오’를 통해 올리브영 무신사 현대백화점 여행 플랫폼 등과의 연동을 확대했다. 롯데시네마 역시 챗GPT 내 전용 서비스를 개설해 영화 검색과 예매 정보 확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GS샵은 필립스 음파칫솔 ‘소닉케어 어드밴스드 클린’을 국내 최초 공개하며 TV홈쇼핑을 신상품 론칭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분당 3만회 음파 진동 기능을 강조한 고관여 상품 전략이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AI 에이전트는 누적 다운로드 800만건을 돌파했다. 사용자가 “탄소 배출량이 적은 국산 신선식품 위주로 장바구니를 채워줘”라고 입력하면 인증 데이터 기반으로 상품을 선별한다. 롯데하이마트와 G마켓도 가전 특화형과 알리바바 AI 기반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다.
배달 플랫폼과 식품·뷰티 기업들도 AI 대화창에서 메뉴 추천 제품 검색 성분 비교 기능 등을 시험 중이다. 현재는 추천과 정보 제공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업계는 향후 결제와 배송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검색 패턴이 포털에서 영상 플랫폼으로 이동했던 것처럼 다음 단계는 AI 대화창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시장 선점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데이터가 브랜드 된다… AI 시대 유통의 최종 변수
AI가 추천을 넘어 구매를 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하면서 유통 경쟁의 기준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이제 기업은 감성 광고가 아니라 AI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경쟁해야 한다. ESG 정보 공급망 이력 탄소 배출량 재고 폐기율까지 모두 ‘추천 알고리즘’의 입력값이 된다. 결국 유통 시장은 소비자가 아닌 AI가 선택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플랫폼 경쟁에서 협력으로… 쿠팡 5조 7136억원 회복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구조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3월 결제추정금액 5조 7136억원으로 전월 대비 12% 증가하며 반등했다. 월간활성이용자 수도 3345만명으로 1% 늘었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12월 5조 6133억원 1월 5조 4646억원으로 감소했던 흐름이 반전된 것이다.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 기반 소비 습관이 유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는 쿠팡이츠와 협업해 퀵커머스 점포를 47개로 확대했다. 김포점 영등포점 강동점 전주효자점 등 11개 점포가 추가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당일 배송을 제공한다. 경쟁 중심이던 플랫폼 시장이 협력 구조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소비도 바뀐다… 결제 14.5%↑ 온라인 쏠림 가속
AI 확산과 함께 소비 경로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3월 주요 e커머스 앱 신규 설치는 275만 4128건으로 전월 대비 2.8% 증가했다. 월간 이용자 수는 7118만명에서 7280만명으로 2.3% 늘었다.
결제액 증가 폭은 더 크다. 2월 4조 9436억원에서 3월 5조 6606억원으로 14.5% 증가했고 1인당 결제액은 77만원에서 83만원으로 7.8% 늘었다. 산업통상부 기준 온라인 비중은 2021년 52.1%에서 2025년 59%까지 상승했다. 올해는 60%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이소 516만명·무신사 1조 4679억원… 데이터 플랫폼 진화
플랫폼 경쟁은 데이터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다이소몰 앱 사용자 수는 516만명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결제금액은 4697억원으로 16% 늘었다. 1인당 결제금액은 2만478원으로 처음 2만원을 넘어섰다.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 1조 4679억원을 기록했다. 제품 매출 비중은 26.1%에서 30.78%로 확대되며 PB 중심 구조로 이동했다. 오프라인 매장도 34개에서 연내 6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뷰티 거래액은 50% 이상 증가했고 PB 성장률은 140%를 웃돌았다.
◆편의성 뒤 ‘데이터 권력’… 플랫폼 종속 우려도
AI 기반 쇼핑은 아직 완전히 자리 잡은 단계는 아니다. 일부 서비스는 결제를 위해 별도 앱으로 이동해야 하고 호출 방식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천 결과의 정확성과 맥락 이해도 역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더 큰 쟁점은 데이터 주도권이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의 구매 이력과 취향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정교해지는데 이 데이터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집중될 경우 개별 기업의 자율성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오픈AI API 기반 연동은 사용량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수익성 검토가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 특정 AI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플랫폼 교체 비용 역시 커질 수 있다.
AI·플랫폼 전문가는 “AI 에이전트가 유통의 ‘입구’를 장악하면 브랜드 노출과 구매 경로의 주도권도 함께 이동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편의성 확보와 플랫폼 종속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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