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주최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확장 제품인 HBM4E를 공개하며 기술 경쟁력을 부각했고,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AI 반도체 성능이 높아질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를 좌우하는 메모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특히 GPU와 함께 사용되는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기업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 삼성전자, 차세대 HBM4E 공개…AI 인프라 공략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GTC 2026 현장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6일부터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확장 제품인 HBM4E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HBM4E는 핀당 최대 16Gbps 전송 속도와 약 4TB/s 대역폭을 지원하는 차세대 AI 메모리로, 초거대 AI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 이동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전시장에 ‘HBM4 Hero Wall’을 마련해 차세대 HBM 기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메모리와 로직 설계,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결합한 종합반도체(IDM) 역량을 강조하며 AI 메모리 경쟁력을 부각했다. 회사는 HBM4 양산 과정에서 확보한 1c D램 공정 기술과 4나노 파운드리 기반 베이스 다이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HBM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주요 메시지로 제시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GTC 기조연설에서 “삼성이 우리를 위해 그록3 LPU 칩을 제조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현재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삼성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또 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에 적용될 메모리와 스토리지 솔루션을 함께 공개했다. GPU용 HBM과 서버용 메모리 모듈, 기업용 SSD 등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메모리 인프라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메모리 토털 솔루션’ 역량을 강조하며 AI 서버 시장 공략 의지도 드러냈다.
■ SK하이닉스, 엔비디아 협력 전면에…HBM 시장 선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전시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행사에서 ‘Spotlight on AI Memory’를 주제로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HBM3E와 차세대 HBM4 등 AI 메모리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저전력 D램 LPDDR5X가 탑재된 엔비디아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와 액체 냉각식 eSSD 등을 함께 전시하며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엔비디아 AI 시스템용 HBM 공급에서 SK하이닉스가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SK하이닉스는 HBM3와 HBM3E를 가장 먼저 공급하며 AI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GTC 현장을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AI 시대 메모리 수요 확대를 언급하며 공급 부족 장기화 가능성을 전망했다.
최 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모리 수급 상황과 관련해 “공급 부족의 근본 원인은 웨이퍼 부족에 있다”며 “웨이퍼 생산 능력을 새로 확보하려면 최소 4~5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메모리 업계 전반에서 공급 부족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추세라면 2030년까지도 공급 부족이 20%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GPU와 HBM의 결합은 AI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HBM 생산에 자원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일반 D램 공급이 줄어들어 스마트폰이나 PC 등 기존 IT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모델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필요한 메모리 용량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AI 플랫폼부터는 한 업체가 아닌 여러 메모리 기업이 함께 공급하는 구조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저작권자 © 비즈트리뷴
하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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