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22.9㎸ 반도체변압기(SST). [사진=효성중공업]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이 확대되면서 전력 인프라 산업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급증하는 미국 전력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변압기와 배전 시스템 등 전력기기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의 잇따른 수주 랠리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4년 약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45TWh까지 늘어나며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4년 기준 약 180TWh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의 약 45%에 달하는 양이다. 향후 2030년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약 420TWh까지 증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폭의 수요 확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북미 전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S일렉트릭 청주 공장에서 관계자들이 배전반을 최종 점검하는 모습. [사진=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은 4일부터 오는 7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최대 송·배전 전시회 'IEEE PES T&D 2026'에서 가스절연차단기(GCB)와 반도체변압기(SST) 등 차세대 전력 솔루션을 공개했다.
세계 최대 용량인 800㎸ 7000A 가스절연차단기는 효성중공업이 올해 3월에 개발한 미국 수출용 특화 모델이다. 최근 미국 내 투자가 활발한 765㎸ 송전망의 핵심 전력기기이다.
반도체변압기는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업계에서는 미래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대형 수주를 잇달아 따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빅테크 데이터센터 수주는 이미 5000억원을 넘어섰다.
LS일렉트릭은 지난 4월29일 글로벌 전력 기업 블룸에너지와 약 3190억원 규모 배전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블룸에너지가 미국 뉴멕시코주에 조성하는 빅테크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구축 사업에 LS일렉트릭이 배전반과 변압기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LS일렉트릭은 특히 직류(DC) 배전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사 천안 사업장에 'DC 팩토리'를 구축해 1㎿급 전력 공급을 처리할 수 있는 직류 배전 라인 실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력 변환 단계를 줄여 효율을 높이는 직류(DC) 배전 기술이 차세대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생산법인 증설에 나서며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약 2억달러(2940억원)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기존보다 50% 늘리고 765㎸급 초고압변압기 시험·생산 설비를 구축해 북미 송전망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현지 생산기지 확대를 통해 공급망 경쟁력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기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외에서 데이터센터·반도체·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견조한 수요를 기반으로 전력사업 중심 외형 확대가 이어지는 중"이라며 "변압기·배전반 등 수주 산업 중심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빅테크 데이터센터 투자가 증가하면서 구조적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전력기기 제조사의 미국 생산기지 진출과 증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수주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며 "2026년 이후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설비 증설, 전력망 구축 확대에 따라 전력기기 매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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