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 못 잡으면 성능도 한계…냉각이 AI 인프라 병목
정유 4사, 액침냉각유 시장 선점 경쟁
AI 산업 지형 확대…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반 범위 확장
HD현대오일뱅크가 액침냉각유 실증을 진행 중이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포인트데일리 권상희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AI 산업 경쟁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초기에는 더 큰 모델을 만들기 위한 연산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같은 전력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지가 AI 인프라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시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전력 대비 연산 효율'을 중심으로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냉각 기술, 전력 인프라까지 AI 산업 경쟁 흐름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AI 경쟁의 승부처가 칩을 넘어, 전력과 데이터, 열을 동시에 다루는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무리 연산 속도가 빠른 칩을 개발하고 모델을 경량화하더라도, 발열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버를 절연성 액체에 직접 담가 식히는 액침냉각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액침냉각 기술은 단순한 보조 설비를 넘어, AI 성능과 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액침냉각은 열을 빠르게 흡수하고 전달할 수 있어 열이 많이 발생하는 환경에 유리하고, 냉각 효율 향상과 서버 밀도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공기를 순환시켜 열을 식히는 공랭 방식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AI 확산 이후 고성능 GPU 서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발열 밀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공랭만으로는 안정적인 열 관리가 어려워졌기에,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은 수랭식 또는 액침냉각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GS칼텍스 직원이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에서 액침냉각유를 실증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정유 4사, 액침냉각유 경쟁 본격화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정유사들은 액침냉각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액침냉각의 핵심은 서버를 담그는 냉각유인데, 이 유체는 전기가 통하지 않으면서도 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정유 기업들이 축적해온 기유와 유체 설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를 통해 액침냉각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GRC와 손을 잡고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계열사 간 협력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GS칼텍스는 지난 2023년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부터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 등에 액침냉각유를 공급 중이며, 직접액체냉각 유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열관리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달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액침냉각유 제품인 '에쓰오일 e-쿨링 솔루션'을 공개했다. 용도에 따라 데이터센터용과 배터리용(ESS·전기차)으로 구분되며, 안전성과 효율성을 앞으로 지속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4년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 브랜드를 출원하고 관련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대 AI 연구실과 액침냉각 실증에 나섰으며, 올해 초 한국세라믹기술원과도 협력을 진행했다.
에쓰오일이 '인터배터리 2026'서 공개한 액침냉각 기술. 사진=에쓰오일
◇데이터센터 전력 40% 냉각에 사용…인프라 중심 축 담당
정유사들이 액침냉각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이유는 본업인 윤활유 제조 기술의 정수가 액침냉각유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액침냉각유는 서버 부품을 부식시키지 않아야 하며, 고온에서도 변질되지 않는 높은 안정성이 필수다. 시장 전망도 밝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냉각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액침냉각유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32억달러(4조7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도체가 연산 효율을 높이고, 메모리가 데이터 이동을 줄인다면, 냉각 기술은 그 효율을 실제 환경에서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40% 가량이 서버 냉각에만 소비되는 만큼, 앞으로도 액침냉각 기술은 AI 인프라의 중요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경쟁은 더 이상 반도체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전력과 데이터, 열 관리 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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