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안건 부결…9월 전에 주총 열어야
MBK·영풍 측 전략적 반대표 던진 듯…경영권 압박 계속
지난 24일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주총장 밖에서 고려아연 노조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됐다. 개정 상법 대응을 위해 추진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안건이 부결되면서 9월 이전에 다시 임시 주총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24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인 이상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은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라는 특별결의 요건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이 안건은 개정 상법 시행에 앞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미리 반영하려는 조치였다. 고려아연은 9월까지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을 추가로 선임해야 하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려 했다.
안건에는 상당수 주주가 찬성했음에도 특별결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반대표를 던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이번 안건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7곳과 국민연금도 찬성한 사안이었다. 상법 개정 취지와 거버넌스 개선 방향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 등 다수의 대기업이 이미 3월 주총에서 해당 내용을 정관에 선제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반면 MBK·영풍 측은 주총장에서 상법 개정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겉으로는 속도 조절 논리지만 결과적으로는 고려아연이 다시 임시주총을 열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반대가 아닌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문제를 이번에 끝내지 않고 다시 표 대결 국면으로 끌고 가 현 경영진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고려아연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다시 들여야 한다. 임시주총 개최 자체가 부담인데다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회사 운영의 불확실성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전날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5인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며 최윤범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황덕남 사외이사와 미국 크루서블JV 추천 인사 1명도 새로 이사회에 합류했고 MBK·영풍 측 추천 인사 2명도 이사회에 진입했다.
그 결과 고려아연 이사회 구도는 기존 11대 4에서 9대 5로 재편됐다. 최 회장 측이 과반은 지켜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MBK·영풍 측도 이사회 내 영향력을 키우게 됐다. 경영권 분쟁의 주도권은 일단 최 회장 측이 쥐었지만 양측의 공방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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