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9년 기다렸다” 국책은행도 베트남 금융시장 문 뚫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여신 ▲외환 ▲스타트업 지원 등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초기에는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한국계 기업과 검증된 협력사를 중심으로 자산...

“9년 기다렸다” 국책은행도 베트남 금융시장 문 뚫어

[신짜오 베트남, 은행이 간다]①

동남아 교두보 확보…중기금융 노하우로 차별화

정책금융 수출 첫 단추…‘한국형 모델’ 현지 이식

기업은행 본점. [사진 기업은행]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IBK기업은행이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 본인가를 획득하며 동남아시아 중소기업 금융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2017년 인가 신청 이후 약 9년 만에 거둔 결실로, 단순한 해외 점포 확대를 넘어 한국형 정책금융 모델을 현지에 이식하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베트남, ‘신흥시장’ 넘어 전략 요충지

금융권에 따르면 베트남 중앙은행(SBV)은 최근 기업은행의 현지법인 설립을 최종 승인했다. 이번 본인가는 약 9년간의 인가 절차 끝에 거둔 성과로 외국계 은행 단독 현지법인 설립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기업은행의 법인 설립 본인가 취득에는 한국 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외교적 지원, 주베트남 한국대사관(대사 최영삼)의 지속적인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베트남 당국은 은행권 구조조정과 자산 건전성 관리 등을 이유로 외국계 은행의 신규 법인 인가에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실제로 2017년 싱가포르의 유나이티드 오버시즈 뱅크(UOB) 이후 외국계 은행에 대한 신규 인가가 사실상 중단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승인은 닫혀 있던 시장이 다시 열렸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기업은행 베트남 법인 본인가 취득에 대해 “베트남 중앙은행이 국내외 은행을 통틀어 9년 만에 처음으로 인가한 은행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의미가 있다”며 “현지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의 든든한 거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기업은행은 오는 10월 베트남 법인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한다. 법인 본점은 하노이에 설립할 예정이다. 법인 설립 이후에는 현지 진출 중소기업들이 다수 위치한 주요공단 지역인 ▲하이퐁 ▲빈푹 등을 중심으로 추가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산업단지 기반 영업망을 구축하고, 한국계 기업과 현지 협력사를 연결하는 금융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는 포부다.

기업은행에 베트남은 단순한 신흥시장을 넘어 전략적 요충지다.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 중 하나다. 2030년까지 양국 교역 규모가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베트남에는 1만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중소 제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생산 거점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지에 진출한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정착과 성장을 지원하고,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양국 간 금융 협력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베트남은 국내 기업 진출이 활발해 당행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특화 금융’으로 차별화

현지에서 기업은행의 핵심 전략은 ‘중소기업 특화 금융’이다. 기업은행은 국내에서 축적한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기반으로 차별화에 나선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여신 ▲외환 ▲스타트업 지원 등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초기에는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한국계 기업과 검증된 협력사를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점진적으로 현지 기업으로 고객군을 확대하는 단계적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금융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면서 “국내 중소기업 특화 서비스를 현지 환경에 맞춰 운용하고, 거래 고객도 당행 거래 진출기업에서 진출 거래 현지기업 및 현지 우량기업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 금융협력포럼에서 (왼쪽부터)장민영 IBK기업은행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응우옌 응옥 칸 베트남 중앙은행 부총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기업은행]

‘K-금융’ 글로벌화…정책금융 수출 시동

이번 인가는 정부가 추진 중인 ‘K-금융 글로벌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한국과 베트남은 ▲큐알(QR)결제 연동 ▲디지털 금융 인프라 협력 ▲부실채권 관리 노하우 공유 등 금융 전반에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의 현지법인이 안착할 경우 단순한 점포 확장을 넘어 정책금융·디지털 금융·공급망 금융을 결합한 ‘한국형 금융 모델’의 해외 수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베트남 금융당국의 외국계 금융사 규제 기조가 완전히 완화된 것은 아니다. 현지 부동산 경기 둔화와 부실채권 증가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베트남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부실과 기업어음 시장 위축 여파로 금융권 건전성 관리 압박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권에 베트남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한국은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국 중 하나이며 양국 교역 규모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제조업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의 금융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베트남에는 은행을 포함해 약 40개 국내 금융회사가 5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조로 본인가 취득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베트남 내 중소기업 지원 거점을 구축하고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