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6·3 지방선거 서울 구청장 선거가 단순한 기초단체장 선거를 넘어 사실상 ‘도시경영 CEO’를 선출하는 무대로 급변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GTX 교통망 확충, 국제업무지구 조성, AI 산업 유치 등 수조 원대 개발 사업이 선거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다.
과거 지역 기반 정치인 중심이던 후보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정통 행정 관료, 광역의원, 기업인, 국회의원 출신 등 이른바 ‘초호화 이력서’를 내세운 후보들이 대거 등장하며 서울 구청장 선거는 사실상 ‘미니 총선’급 체급으로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에는 총 62명이 출마해 평균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용산·성동·노원 등 대형 개발 호재와 도시 브랜드 경쟁이 맞물린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 행정’보다 ‘도시 경영 능력’을 강조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강태웅(왼쪽) 민주당 용산구청장 후보가 버스에 올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있다. 김경대 국민의힘 용산구청장 후보가 아이와 함께 거니는 시민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각 후보측 페이스북 캡처]
# 용산구, ‘글로벌 도시 전략형 정통 관료’ vs ‘실물경제 CEO’…서울 최대 격전지 부상
대통령실 이전 이후 정치·경제 중심축으로 급부상한 용산구는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국제업무지구 개발,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한남뉴타운 재편, 철도 지하화 등 초대형 프로젝트가 집중되면서 양당 모두 거물급 후보를 전면 배치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정통 행정 관료 출신이다. 여기에 ‘글로벌 산업 전략’을 결합한 대형 공약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강 후보는 용산정비창 부지와 국제업무지구를 홍콩·싱가포르 수준의 ‘AI 특화 경제자유구역’으로 조성해 글로벌 기업 아시아 헤드쿼터를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AI·로보틱스·바이오·K-방산·디지털 금융 등 5대 핵심 산업을 전략 육성하고, 법인세 감면과 비자 규제 완화, 국제학교 확대 등 국가 단위 산업 정책에 가까운 구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의힘 김경대 후보는 기업·자산 경영 경험을 앞세운 ‘실물경제형 후보’로 맞서고 있다. 이번 서울 구청장 후보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재산 신고액(88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주목받은 그는 민간 투자 활성화와 개발이익의 지역 환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후보는 복잡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자본을 적극 유치해 용산을 서울 최첨단 부도심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개발 이익을 지역 상권과 주민 자산 가치 상승으로 연결하겠다는 ‘현장형 경영론’을 내세우며 강 후보의 관료 중심 행정론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김광수(왼쪽) 국민의힘 노원구청장 후보 선거 사무소에 개그맨 김병만이 방문해 응원하고 있다. 서준오 민주당 노원구청장 후보가 노원구 주민 평일점심 식사후원하는 상점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각 후보 페이스북 캡처]
# 노원구, ‘무주공산’ 쟁탈전…광역 행정 경험 앞세운 맞대결
8년간 노원구정을 이끈 오승록 구청장이 불출마하면서 노원구는 이번 선거 대표적인 ‘무주공산’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서준오 후보와 국민의힘 김광수 후보 모두 서울시의원 출신으로, 도시개발·교통·복지 등 광역 행정을 직접 다뤄본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 후보는 정책 설계 역량과 젊은 추진력을 앞세워 세대교체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고, 김 후보는 풍부한 의정 경험과 지역 인프라 이해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구정 운영 능력을 부각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노원 선거 역시 단순 지역 민원 경쟁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과 미래 성장 전략을 둘러싼 정책 대결로 흐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성동·강서, ‘도시 브랜드’ 경쟁 본격화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의 경력이 한층 화려해진 배경에는 성동구의 도시 브랜드 성공 사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체제에서 성수동은 IT·패션·문화 산업 중심지로 급성장했고, 이는 ‘구청장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단순 민원 해결형 행정을 넘어 기업 유치와 도시 리브랜딩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성동구에서는 국민의힘 고재현 전 티맵모빌리티 대외정책총괄 등이 도전장을 내밀며 기업 유치와 미래 산업 전략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강서구 역시 행정 전문가 간 맞대결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진교훈 구청장에 맞서 국민의힘은 김진선 전 강서구 부구청장 직무대리를 후보로 내세웠다. 양측 모두 행정 경험과 조직 운영 능력을 앞세우며 ‘누가 더 안정적으로 도시를 경영할 수 있는가’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 종로·서대문, 국회의원 출신 ‘거물 정치인’ 재등판
국회의원 출신 구청장들의 재선 도전도 서울 선거판 체급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꼽힌다.
서대문구에서는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이성헌 구청장이 연임에 도전한다. 중앙 정치권 네트워크와 국비 확보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지역 발전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종로구에서는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정문헌 구청장이 재선 도전에 나섰다. 정치·문화 1번지인 종로의 상징성을 앞세워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서울 구청장 선거를 두고 “이제 유권자들은 단순 행정 실무형 구청장이 아니라 수조 원대 개발사업과 글로벌 투자 유치, 도시 브랜드 전략까지 총괄할 수 있는 ‘도시 CEO’를 선택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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