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레이다]
솔루스 60년 업력 룩셈부르크 공장 앞세워 하이엔드 생태계 수성
롯데 익산공장 500억원 투자…두산전자 파트너십 진입 속도전
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 전지박 공장. [사진=솔루스첨단소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동박 업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장비용 고성능 회로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공지능 연산량 확대로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는 초극저조도(HVLP) 회로박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부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두 기업의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박 제조사들은 기존 배터리용 전지박 수요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엔드 회로박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로박은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로 인공지능 서버와 같이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고 손실 없이 처리해야 하는 기기에는 표면 거칠기가 0.6㎛ 이하인 초극저조도 동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고주파 대역으로 갈수록 전류가 구리 표면으로만 흐르려는 표피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동박 표면이 매끄러울수록 신호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일반 동박과 비교해 기술적 난도가 높아 수익성이 월등히 뛰어난 캐시카우로 꼽힌다.
◆ 솔루스 60년 업력 룩셈부르크 공장 앞세워 하이엔드 생태계 수성
기존 하이엔드 회로박 시장을 주도하는 솔루스첨단소재의 핵심 무기는 유럽 룩셈부르크 공장(CFL)이다. 지난 1960년 설립돼 유럽 최초로 동박을 개발한 이곳은 오랜 기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고주파 및 저손실 회로박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다. 오랜 기간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하며 기술력을 축적해 온 만큼 제품 신뢰도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십 년간 축적된 양산 데이터와 이미 글로벌 완성품 업체들과 끈끈하게 구축된 밸류체인은 후발 주자가 단기간에 뚫기 힘든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이러한 룩셈부르크 공장의 프리미엄 생태계를 바탕으로 차세대 인공지능 가속기 및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기존 북미 핵심 고객사와의 탄탄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신규 고사양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견고한 장벽을 깨기 위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대규모 투자와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회사는 국내 유일 회로박 생산 기지인 전북 익산공장에 500억원을 투입해 다가오는 2027년까지 연산 1.6만톤 규모로 체급을 키운다. 전기차용 전지박에 집중됐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고부가 회로박 생산 능력을 확충해 인공지능 서버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익산 공장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 롯데 익산공장 500억원 투자…밸류체인 개척
여기에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 시장의 강자인 두산전자와의 파트너십이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회로박은 절연 수지와 결합해 동박적층판이 된 후 최종적으로 인쇄회로기판으로 만들어져 주요 빅테크 기업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보드에 탑재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두산전자라는 확실한 밸류체인 파트너를 통해 까다로운 품질 검증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소재부터 최종 기판에 이르는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최종 고객사 진입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선 두 회사의 기술 교류가 본격화하면 초기 수율 안정화와 시장 진입 측면에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존 전기차용 전지박과 비교해 수익성이 뛰어난 초극저조도 회로박 시장에서의 성패가 향후 두 기업의 중장기 실적과 기초 체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솔루스첨단소재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구축한 하이엔드 생태계를 굳건히 지켜낼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선제적인 투자와 국내 밸류체인 연합으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정체 장기화로 수익성 방어가 절실한 동박 제조사들에게 고부가 회로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진출 영역"이라며 "솔루스첨단소재의 60년 룩셈부르크 밸류체인이라는 견고한 방패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선제적 투자 및 파트너십이라는 날카로운 창이 맞붙는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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