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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6000 무너지고 5000선 사투…코스피, 4거래일째 '검은 늪'

오전 장중 삼성전자는 4%대, SK하이닉스는 7%대 하락세를 보였고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개인이 8000억원에서 1조원 안팎 순매수로 맞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수천억원대 순매도에...

6000 무너지고 5000선 사투…코스피, 4거래일째 '검은 늪'

[MS투데이] 코스피가 31일 오전 장중 5000선까지 밀리며 다시 공포 장세 한복판에 들어섰다. 지수는 5143.75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18분 5061.84까지 하락했고, 51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장중 한때 5000선도 내줬다. 26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6000선을 웃돌며 고점을 새로 쓰던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이날 오전 흐름만 놓고 봐도 코스피는 한 달 새 약 1200포인트가 빠진 셈이다. 올해 초 인공지능(AI) 랠리와 대형 반도체주 급등을 앞세워 세계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한국 증시가, 이제는 유가·환율·지정학 리스크가 한꺼번에 반영되는 변동성 장세의 중심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 미국발 반도체 충격, 한국장으로 직행

국내 증시를 짓누른 1차 충격은 한국시간 이날 새벽 마감한 미국 뉴욕증시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1% 올랐지만 S&P500은 0.39%, 나스닥은 0.73% 하락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23% 급락했고, 마이크론은 10% 넘게 밀렸으며 TSMC·ASML·AMD·인텔도 3% 안팎 하락했다. 미 연준 의장이 에너지발 충격은 대체로 빠르게 발생하고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연말 금리 인상 베팅은 다소 약해졌지만, 시장은 오히려 전쟁 장기화와 공급 교란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여파는 서울 증시에서 곧바로 반도체 대형주에 전가됐다. 오전 장중 삼성전자는 4%대, SK하이닉스는 7%대 하락세를 보였고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개인이 8000억원에서 1조원 안팎 순매수로 맞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수천억원대 순매도에 나서면서 지수 하단을 떠받치지 못했다. ‘개인 매수-외국인·기관 매도’ 구도가 다시 선명해진 셈이다.

◆ 유가·환율·수급 삼중 압박

시장의 불안을 키운 것은 결국 유가와 환율이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6달러를 웃돌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02달러를 넘어서며 월간 기준 기록적 상승폭에 근접했다. 한국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 순에너지 수입국인 만큼 원유·가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수록 증시와 원화가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19.9원으로 출발해 위험회피 심리를 반영했다.

외국인 수급 악화는 이날 하루만의 문제가 아니다. 3월 아시아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 504억5000만달러가 빠져나가 2008년 이후 최대 월간 유출이 기록됐고, 한국에서도 135억달러가 유출돼 대만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전쟁 불확실성 속에서 기술주 비중이 높은 시장부터 먼저 줄이려는 움직임이 한국 증시를 더 세게 흔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이미 5조원 규모 국고채 매입과 유류세 인하폭 확대, 가격 상한 조정 등 비상 대응에 들어갔지만 시장은 아직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금 장세를 단순한 하루짜리 충격이 아니라 ‘고유가-고환율-외국인 이탈’이 동시에 겹친 복합 조정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가 다시 반등하려면 중동 불안 완화와 함께 미국 반도체주 변동성 진정, 원화 약세 완화, 외국인 수급 회복이 동시에 나타나야 한다는 진단이다. 당분간 5000선 안팎은 숫자 그 자체보다 시장 불안의 상징적 경계선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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