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지난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기존 은행 중심 구조에 균열이 생기며 증권사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수익률과 상품 다양성을 앞세운 증권사의 약진 속에 신규 사업자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경쟁은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증권사로 기운 자금…성장률·비중 변화 ‘뚜렷’
1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96조80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024년 말 427조1576억원) 대비 16.30% 증가한 규모로, 퇴직연금 시장은 사실상 ‘500조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업권별 성장세는 확연히 갈렸다. 증권업권은 2024년 말 103조9257억원에서 2025년 말 131조5026억원으로 26.53%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은행업권은 260조5580억원으로 15.40% 늘었으나, 보험업권은 104조7415억원으로 7.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성장 격차는 업권별 비중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이었던 퇴직연금 운용이 점차 투자형으로 이동하면서 ETF와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증권사로 선택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수요가 증가한 점이 증권사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현물이전 서비스 도입으로 계좌 이동 장벽까지 낮아지면서 업권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키움증권 참전…“연금으로 체질 전환”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을 마친 키움증권은 온라인 전업 증권사라는 구조적 강점을 활용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점망이 없는 대신 고정비 부담이 낮은 만큼 이를 수수료 인하 등 고객 혜택으로 연결하고, 온라인 전용 상품을 통해 장기 투자 비용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초기에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이후 기업형(DB·DC)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발행어음과 퇴직연금 사업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고객 가치 기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자산관리 중심으로의 체질 전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회사 측 역시 “기존 위탁매매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WM·IB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라며 “연금 등 자산관리 영역 확대를 통해 중개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원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퇴직연금은 장기 자금 시장 특성상 단기 성과보다 운용 역량과 신뢰, 고객 유지력이 중요한 만큼 후발주자인 키움증권이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카카오뱅크까지 가세…플랫폼 금융 ‘격돌’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8일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경쟁 구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카카오뱅크는 2030 세대부터 시니어까지 아우르는 ‘평생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 특유의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간편한 가입 절차와 직관적인 포트폴리오 구성 기능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와 플랫폼 금융사가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은 전통 금융사 중심 구조에서 점차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은행과 증권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626조1948억원으로, 2019년 말(232조103억원) 대비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는 향후 퇴직연금 시장이 수익률 경쟁과 플랫폼 경쟁이 결합된 형태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연금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통 금융사와 플랫폼 기반 금융사 간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