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EBN]
중동발 군사 긴장이 4월 증시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지만 시장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는 전쟁 그 자체보다 달러와 유가의 흐름, 금리 인하 기대의 후퇴 폭,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이익의 지속성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날 '4월 주식시장 전망과 전략' 보고서에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길어지고 국제유가 오름세가 두 달 이상 이어질 경우 미국과 한국의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중동 리스크의 1차 파장은 지정학적 충돌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을 통한 인플레이션 재점화에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시장이 더 예민하게 보는 대목은 유가의 절대 수준보다 금리 경로다. 에너지발 물가 상승이 다시 고개를 들면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4월 증시의 부담도 유가가 어디까지 오르느냐보다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얼마나 후퇴하느냐에 달렸다는 의미다.
연방준비제도가 곧바로 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내놨다.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경우 사모대출 등 금융시장 취약 부문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과거 전쟁 국면에서도 경기 방어를 위한 완화 기조가 나타난 전례가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현재 미국 명목 중립금리가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배경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시장은 금리 인상 공포보다 금리 인하 시점이 얼마나 늦춰지느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직접 변수가 아니라기보다 달러 강세와 금리 기대 조정을 통해 증시에 압력을 가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전쟁 변수 속에도 주도주는 '기술주'
시장 중심축은 여전히 기술주와 반도체로 제시됐다. 최근 반도체 주가가 흔들렸지만 실적 기반까지 무너졌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시각이다. 미국 기술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세도 확인되고 있어서다.
인공지능 수요 역시 일부 기업의 경쟁을 넘어 산업 전반과 정부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주가가 먼저 밀렸을 뿐 수요의 줄기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빠르게 낮아졌다. S&P500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40배 수준에서 19배로 내려왔다. 소프트웨어 업종도 21배까지 낮아져 2020년 3월 팬데믹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 실적 정점이 아직 남아 있다면 최근 약세는 추세 붕괴보다 가격 조정 성격이 짙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내 반도체 대형주를 둘러싼 실적 기대도 여전히 살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정점이 2027년 상반기께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감안하면 현 구간은 실적 훼손보다 주가 조정에 무게를 둘 수 있는 구간이라는 시각이다. 달러 변수만 진정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반등 여지도 열려 있다는 의미다.
비반도체 업종의 대응 전략은 시나리오별로 갈린다. 기대인플레이션과 달러인덱스가 함께 오르는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는 은행, 방산, 지주처럼 현금흐름이 탄탄한 방어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전쟁 종료나 휴전으로 기대인플레이션과 달러가 동반 하락하면 기계, 증권, 제약·바이오, 하드웨어처럼 그동안 눌렸던 업종의 반등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시장 전체를 일괄적으로 사고파는 접근보다 환율과 기업이익 흐름을 확인하며 업종별 대응 강도를 달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4월 증시는 지정학 리스크의 크기보다 그 여파가 달러와 금리, 실적에 어떤 경로로 반영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4월 증시는 전쟁 자체보다 달러의 방향과 기업이익의 지속성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며 "달러 변수만 진정된다면 최근 조정 국면은 추세 훼손보다 가격 조정에 가깝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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