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상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상민 기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지난해 합산 당기순이익 18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호실적과 달리 부실 대응 여력을 보여주는 NPL커버리지비율은 빠르게 확대되며 건전성 지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은 4조54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늘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2조8642억원)과 비교하면 4년 새 58% 폭증했다. 부실 흡수 완충력을 나타내는 NPL커버리지비율은 평균 171.8%로 1년 새 32.5%포인트(p) 급락하며 200% 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저치다.
K자형 성장의 그림자
수치의 이면에는 ‘K자형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경기 회복은 반도체·자동차 등 극소수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이자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4대 은행의 잠재부실대출은 2021년 말 5조3093억원에서 2025년 말 7조929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NPL 직전 단계인 이 지표가 4년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NPL로 전이될 ‘부실 파이프라인’이 두꺼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평균 0.45%로, 2016년(0.59%) 이후 4분기 기준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3% 수준에 그치며 오히려 낮아져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NPL커버리지 200% 붕괴
NPL커버리지비율은 대손충당금 잔액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눔 값으로, 부실이 현실화될 때 은행이 이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이 비율이 2023년 말 245.3%에서 불과 2년 만에 171.8%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부실 증가 속도가 충당금 적립 속도를 앞질렀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 유지 기준은 100%이며, 금융당국은 추가 부실 발생 등을 감안해 120%를 권고 기준으로 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NPL커버리지비율은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적정 부분을 산정해 양호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생산적 금융 확대로 기업대출을 늘리면 연체율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순익은 금융지주 기준 당기순익, NPL 커버리지비율은 은행 단독 기준. / 그래프=박상민 기자
KB 유일 200%대, 하나 136%로 최저
건전성 지표의 악화 폭은 은행별로 편차가 컸다. KB국민은행이 206%로 유일하게 200%대를 유지한 반면, 신한은행 173.1%, 우리은행 171.5%, 하나은행 136.4% 순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NPL비율이 0.32%에서 0.28%로 개선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건전성 흐름을 보였다. 특히 기업여신 부문에서 NPL이 9936억원에서 7959억원으로 줄었고, 충당금 전입액도 1조0329억원으로 전년(6801억원) 대비 50% 이상 늘리며 부실 흡수 여력을 강화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슈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상매각 추진으로 전행 및 중소기업 세그먼트에서도 상매각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다”며 “영업점 대상 부실·이슈 발생 보고 프로세스를 강화해 부실화 초기 단계부터 모니터링과 사후관리를 이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상매각 규모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전성 개선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NPL이 2024년 201.7%에서 2025년 173.1%으로 전년보다 28.6%p 감소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경기불확실성으로 인한 부실확대에 대비하여 효율적 관리방안을 이행함과 동시에 현장중심의 건전성 관리체계를 강화하여 위기대비 철저한 건전성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NPL이 전년 대비 2600억원 이상 증가한 반면 대손충당금 잔액은 오히려 1400억원가량 줄면서 낙폭(75.9%p)이 가장 컸다.
반면 하나은행은 NPL커버리지비율이 136.4%로 4대 은행 최저를 기록했다. NPL이 전년 대비 25.4%, 2500억원 이상 늘어난 1조2791억원을 기록했다. 대손충당금 잔액은 3.4%(568억원) 증가에 그쳤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속되는 고금리로 한계 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관련 대출의 자산건전성도 악화됐다”면서 “향후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커버리지 비율을 업계 상위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적금융 확대 속 ‘건전성 시험대’
시장 전망도 녹록치 않다. 한국은행은 올 3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동결했다. 최근 시장금리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반등 압력을 받고 있다. 금리인하 속도가 더디고 시장금리가 오르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생산적금융·포용금융 확대 요구도 부담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기업·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올라 CET1(보통주자본)비율이 낮아질 수 있어, 은행들은 부동산·임대업 대출 비중을 줄이고 제조업·첨단산업 비중을 늘리는 리밸런싱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영도 연구위원은 “NPL커버리지비율이 반드시 높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최근 비율 하락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시기에 대규모로 적립했던 대손충당금이 환입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속도에 우려를 표하기보다는 수준 자체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속에서 건전성 지표는 단기 수치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연구위원은 “당장의 지표보다 2~3년 뒤 경기와 산업 사이클을 함께 봐야 한다”며 “은행권은 기업·산업에 대한 스크리닝 기능을 강화하고 산업별·기업별 선별 역량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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