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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th Eco] "AI 시대 넷제로, 무탄소 전력망 대전환 서둘러야"

세 번째 발제에 나선 백종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연구단장은 "글로벌 규제와 AI·반도체 클러스터 확장으로 전력망이 산업경쟁력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ESS 하드웨어, 고급...

[4th Eco] "AI 시대 넷제로, 무탄소 전력망 대전환 서둘러야"

국회 포럼서 송전망·ESS 확충 필요성 제기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할 유연성 자원 강조

출력제어·장거리 송전 의존 구조 한계 지적

정부, 전력시장 개편·투자 회수체계 추진

2026년 4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AI 시대 전력망 탈탄소화 해법을 논의하는 ‘2026 상반기 탄소중립 K-Tech 포럼'에서 장길수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장이 발제하고 있다./사진=허지원 기자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2050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려면 발전원 확대를 넘어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유연성 자원을 아우르는 무탄소 전력망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출력제어와 계통 불안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전력 시스템 전반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조절해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는 '유연성 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유연성 자원은 태양광·풍력 등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늘어날 때, 남는 전기를 저장하거나 부족한 전력을 즉각 보충해 전력망의 균형을 맞추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AI 시대 전력망 탈탄소화 해법을 논의하는 ‘2026 상반기 탄소중립 K-Tech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국회의원 박지혜·김도희가 공동 주최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후원했다.

이날 포럼 공동 주최자인 김소희 국회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은 “전력망은 더 이상 단순한 전기 공급 인프라가 아니라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 수용성 부족으로 송전망 확충이 지연되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출력제어와 계통 불안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AI·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수요까지 떠안아야 하는 만큼, 국회가 넷제로 달성을 위한 입법과 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장길수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장은 호주·영국·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해외는 재생에너지 비중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유연성 자원과 ESS, 장주기 저장장치, 그리드포밍 인버터, 수요자원 등을 묶어 ‘무탄소 전력망’을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학장이 언급한 해외 사례의 핵심은 단순히 친환경 발전소를 많이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망을 지능적이고 유연하게 통제하는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데 있다.

그리드포밍 인버터처럼 전력 계통이 흔들릴 때 스스로 전압과 주파수를 잡아주는 장치나, 수요반응(DR)처럼 사용자가 전기 소비를 스스로 줄여 발전소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기술을 통합해 탄력적인 전력 생태계를 만든다는 의미다.

장 학장은 “우리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최대한 발전시키면서 호남·해상 풍력과 수도권 수요 사이의 시간·공간 불일치를 ESS와 유연성 자원으로 메우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연성 자원을 많이 깔기만 해서는 안 되고, 계통 운영자가 중앙·계층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위기 때 쓸 수 없는 자산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재혁 한국환경연구원 실장은 국내 전력망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 실장은 “수도권에 전력 수요가 40% 넘게 몰려 있는 반면 발전소와 재생에너지는 비수도권에 집중돼 장거리 송전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최근 2년간 출력제어가 900건 이상으로 늘고, 장거리 송전망 과부하와 주민 반발로 전력망 확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의 지적은 국내 전력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요와 공급의 지리적 불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기를 쓰는 곳과 만드는 곳이 너무 멀어 이를 잇는 전력망 확충이 필수적이지만, 건설이 늦어지면서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지 못해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신·재생에너지법,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등 관련 법제가 시간·공간·담당부처별로 제각각”이라며 “해상풍력 발전지구와 육상 수요지를 잇는 송전망 계획부터 주민 수용성까지 한 번에 조율할 수 있는 에너지 감독기관과 법제 간 정합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 발제에 나선 백종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연구단장은 “글로벌 규제와 AI·반도체 클러스터 확장으로 전력망이 산업경쟁력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ESS 하드웨어, 고급 배터리관리시스템(BMS), AI 기반 가상발전소(VPP) 디스패치 등 연구개발이 병행돼야 에너지 믹스의 양적 확대를 넘어 계통 수용성을 확보하는 ‘시스템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백 단장은 단순히 발전소를 늘리는 것보다 이를 지능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와 예측 제어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함을 강조했다.

네 번째 발제자로 나선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상무는 국내 기업 관점에서의 기회와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신 상무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맞추기 위해 발전부문은 약 45% 감축이 필요하고, 향후 발전부문 감축 요구는 70% 안팎으로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전·SMR(소형 모듈 원전)·수소터빈·대형 해상풍력 같은 무탄소 전원이 현실적인 해법이며, 이는 국내 기업에게 국산 터빈·부품·서비스 공급망을 구축할 기회”라고 말했다.

신 상무의 발언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규제가 우리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독자적인 공급망을 갖춘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강력한 환경 규제가 오히려 우리 산업의 기술 자립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담고 있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은 “화석연료 시대의 전략 인프라가 해협·유조선이었다면, 전기 시대의 전략 인프라는 전력을 저장·운반하는 전력망과 ESS”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규제 완화와 전력·유연성 시장 제도 개편, 투자 회수 가능한 가격체계를 마련하겠다”며 “오늘 포럼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정책 과제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소희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논의된 해외 사례와 기술·기업 전략을 면밀히 검토해 전력망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보는 시각 아래 넷제로를 위한 국회 차원의 입법과 정책 제안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AI 시대 전력망 탈탄소화 해법을 논의하는 ‘2026 상반기 탄소중립 K-Tech 포럼'에서 발제 중인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상무./사진=허지원 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AI 시대 전력망 탈탄소화 해법을 논의하는 ‘2026 상반기 탄소중립 K-Tech 포럼'에서 발언 중인 김소희 국회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사진=허지원 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AI 시대 전력망 탈탄소화 해법을 논의하는 ‘2026 상반기 탄소중립 K-Tech 포럼'에서 단체사진 촬영 중인 참석자들./사진=허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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